‘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일 새벽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동해로 추락,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지금 초긴장 상태다.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대부분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사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의 성능이나 기술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대포동 2호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난 5일 새벽부터 무더기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에 따라, 동북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이다.미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대북제재 조치 강화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실무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국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 7일 “또 한발의 북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함북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2세트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을 (함께) 이동한다는 첩보가 입수됐고 그 중 한 발은 지난 5일 발사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초동 대응에 나선 것은 동북아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무력충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북한 미사일 기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북한 미사일 기술 파악 안 돼

그렇다면, 과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 것일까. 이번에 핵심 이슈가 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1990년대 초반부터 대포동 1호와 동시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미 국방정보본부(DIA)에 따르면, 사거리는 4,500~6,700㎞로 추정된다. 탄두 무게를 줄여 화학·생물학 탄두를 장착하면 사거리가 1만㎞까지 늘어나 미국 본토 대부분을 사정권에 둔다. 스커드미사일의 경우 500㎞ 비행에 1.5~2.5㎞의 타격오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화생방 무기 장착시 대도시에 떨어지면 수만 명의 인명피해도 예상된다.

미국은 대포동 미사일에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포동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르고, 우리 정부 또한 정확한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국방연구원 이무성 연구실장은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의 성능에 대해서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기에는 정보력에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부분에는 제각각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또, “북한의 미사일 현황은 모두 비문으로 처리돼 있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대포동2호를 비롯,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성능에 대해서 이견도 적지 않다.인공위성 사진으로 본 대포동 미사일의 추진체는 나중에 대륙 간 미사일로 발전된 비슷한 단계의 중국과 러시아제보다 지름이 작다.지금까지 입수 가능한 실증적 자료만으로는, 북한이 “알래스카에 돌덩어리 한개(a rock)를 던질 수 있는 미사일의 초기 시험을 시작”했거나 “최악의 경우 알래스카, 혹은 하와이나 미 본토 서북 상단 지역에 작은 핵무기를 부정확하게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 일부 정보 당국의 평가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은 스커드 B, C, 노동1·2호, 대포동1·2·개량형 등을 합쳐 모두 1,500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포동 개량형이 이론적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북한, 대부분 남한 사정권 미사일 보유

하지만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역시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대부분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5월 미국 CIA 고스 전국장은 상원정보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2 시스템을 포함해 언제든지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대포동(TD)-2가 핵무기 크기의 탄두를 탑재하고 미국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미 캘리포니아주 소재 무기확산금지연구소(CN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또 북한은 80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생·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포동2 미사일은 정확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탑재할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대 1만km를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 미사일 개발, 핵무기, 이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현실적으로 미국 본토가 위협 권내에 들어오게 된다.

미국과 일본 측이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 결과를 ‘실패’라고 결론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7분여를 날아가다 추락한 부분을 두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대포동 2호에 액체 연료를 주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제 사회 시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북한이 연료를 충분하게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북한의 도발 아직 끝나지 않아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우리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이다. 미국이 500Km 상공에서 10cm의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면, 우리 정부는 6.6m 이상의 물체만 가능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언론이 정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한 원인도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동해상 조업을 12일까지 금지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시험발사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일자 사설에서 “한국과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꺼린다면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더 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대북 선제공격을 선택사항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여름 더위 속에서 한반도가 다시금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막다른 골목’으로 향하고 있는 대포동 미사일 파문이 북한의 의도대로 협상용 카드로 활동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대포동’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

1994년 2월 미국의 첩보위성은 평양부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소에서 발견한 2개의 미사일 모형을 대포동 1호와 대포동 2호로 명명했다. ‘대포동’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해방 전 지명이다. 미국은 이곳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기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발견한 미사일에 ‘대포동’이란 이름을 붙였다.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에는 ‘대포동 1호’가 ‘백두산 1호’로 표현됐다. 러시아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98년 8월31일 발사한 ‘대포동 1호’는 노동 미사일을 1단 추진체, 스커드 C를 2단 추진체로 하고 있다.

‘대포동 2호’는 미확인 추진체인 1단 로켓 위에 노동 1호를 2단 로켓으로 하되, 노동 1호의 탄두 부분에 제3단 로켓과 소형 인공위성(위성 발사일 경우)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포동 2호’는 사정사거리 5,600~6,700㎞의 2A형으로 개량됐고, 이는 다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인 사거리 6,700~1만1,200㎞의 2B형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2B형은 사거리가 1만~1만2,000㎞인 2C형으로 업그레이드됐다.전문가들은 대포동 2호가 발사된 후 발사 및 수정 각도, 궤적, 탄착지점 등을 분석해야만 정확한 사거리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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