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토고를 꺾고 원정 경기 첫 승을 거둔 지난 13일. 압구정 대로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거리응원에 참가한 남녀 한 쌍이 차량 위에서 적나라하게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 이른바 ‘압구정 사건’이라 불리고 있는 이 사건은 당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의 동영상과 사진이 유포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네티즌들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현재 인터넷 게시판에는 ‘응원 장소도 미성년자 출입금지로 만들어야 한다’ ‘유럽의 훌리건(축구난동꾼) 못지않은 더티한 응원 현장이다’는등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월드컵 관련 카페 내 ‘압구정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폴더까지 만들어 당시 상황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1일 당시 문제의 동영상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박치훈(24)씨를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광란의 거리응원 ‘막간다’

“이보다 쇼킹한 응원 세리머니는 없다.”박씨에 따르면 당시 응원 뒤풀이 현장은 말 그대로 ‘X판 그 자체’였다. ‘승리의 기쁨’인지, ‘광란의 표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것. 박씨는 “응원객들 모두 마치 작정을 하고 나온 사람들처럼 광기를 부렸다”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 있던 모든 차들은 곳곳에서 집단 테러를 당해야 했다”며 당시 충격적이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박씨에 따르면 과하게 흥분한 응원객 중 일부는 차도에 있는 버스나 트럭에 뛰어올라 매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곡예를 벌였다.

그들은 차 안에 누가 있든 말든 앞뒤좌우로 흔들고 차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 차 주위를 둘러싼 채 난동을 부려 차가 찌그러지고 유리창에 금이 가는가 하면, 타이어에 펑크까지 났다는 전언이다. 오토바이 같은 경우,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거나 운전자의 헬맷을 가격하는 등 위험천만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거리응원에 나섰다는 박씨는 이번 독일 월드컵 거리응원과 4년 전을 비교, “이렇게 지저분한 응원 뒤풀이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면서 “2002년이 열성팬들의 축제의 장이었다면, 2006년은 훌리건들의 광란의 장”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노골적인 포즈로 ‘환호’

특히 박씨는 압구정서 펼쳐진 ‘섹스 세리머니’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남녀 한 쌍이 차량 위에서 노골적인 포즈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성행위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박씨가 취재진에게 건넨 동영상과 사진은 크게 세 종류. 이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이 유포된 ‘압구정 사건’은 바로 ‘섹스 세리머니’에 대해 다룬 것이다. 이 동영상은 약 1분 30초 정도로 그리 길지 않지만, 충격 지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내용은 이렇다. 앞뒤가 깊이 파인 흰색 민소매 티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 있는 한 여성이 차량 위로 올라간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고, 열광적인 응원 분위기에 또 한껏 취한 모양새이다. 주위의 함성에 섹시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건장한 남성이 곧바로 따라 올라간다.

이 남성이 입고 있는 상의는 붉은 색 라운드 티. 언뜻 보면 일반적인 붉은악마 티셔츠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자세히 보면 그 붉은 티셔츠는 매우 변태스럽다. 8단계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흰색으로 프린팅 되어 있는 것. 티셔츠의 그림을 흉내라도 내듯 그들은 실제 성관계를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 때 남성의 하의는 벗겨진 채 여성과 부둥켜안고 적나라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누구나 경악할만한 일이지만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엽기적인 장면을 휴대폰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의 환호, 함성만 요동칠 뿐이다.

또 다른 동영상은 신천에서 벌어진 상황을 담은 것. 10여명의 남성들이 돌아가면서 20여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헹가래를 치는 장면이 담긴 이 동영상 역시 황당하고 엽기적이긴 마찬가지이다. 20초가 채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문제의 장면은 뇌리에 박힐 만큼 충격적이다. 헹가래를 치다 놓칠 뻔한 경우도 적지 않다. 헹가래를 당한 여성들은 하나같이 치마를 입고 있다. 남성들은 ‘이때다’하고 작정이라도 한 듯 여성들의 가슴 및 하체 곳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더듬는다. 몇몇 여성들은 수치심에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헹가래를 빌미로 성추행한 남성들은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박수갈채, 환호를 보낸다. 우는 여성에게 욕설과 야유를 보내는 일부 남성도 눈에 띈다. 외국 남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도 프랑스전 때엔 후반 10분을 남겨두고 터진 박지성의 동점골에 포효, 급기야 스트립쇼까지 벌인 어느 남성의 사진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에 만취해 ‘소동’

이런 온갖 추태 현장이 담긴 ‘엽기적인’ 동영상 및 사진의 공통점은 열광적인 응원을 빌미로 집단 폭력, 일탈행위 등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 문화’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급속히 유포된 동영상을 본 대부분 네티즌들은 게시판 및 댓글에서 “19세 이상 관람가”, “눈을 의심하고 싶다”, “술에 만취해 벌이는 소동”, “사진은 합성, 동영상의 주인공은 분명 한국인이 아닐 것” 등 놀라움과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박씨에 따르면 하지만 사건의 주인공은 둘 다 한국인이며, 술은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이다. 또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고, 당시 세리머니도 즉흥적으로 나온 행위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문제의 남녀는 성행위만 흉내 냈을 뿐 실제 관계를 맺진 않았다는 것이다.

박씨는 “문제의 남성은 팬티까지 벗어 재낀 상태였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중요부위까지 다 봤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해당 여성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놀랍게도 여성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며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했다”고 전했다.

또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들에겐 승리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모양”이라고 비꼬면서 “한국이 이렇게까지 타락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개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압구정 지역을 관리하는 압구정 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는 응원 뒤풀이까지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게다가 밤부터 동 틀 때까지 발생하는 사건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천 지역을 담당한 송파 경찰서의 한 관계자 역시 “우리가 맡은 곳만 4군데인데 현재 인력으로는 그 넓은 지역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또 헹가래와 관련된 성추행 사건은 아직까지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럽과 견주어 볼 때 우리나라 응원문화가 ‘코리안 훌리건’이라고까지 불리는 데 아직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토고 전에 이어 프랑스 전에서 우리가 보인 엽기 광란의 추태는 분명 비뚤어진 행태이며, 일종의 선례로 남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한국의 ‘붉은 악마’가 유럽의 ‘훌리건’처럼 폭력과 무질서를 일삼는 집단으로 변모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과 자정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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