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 인수 결판 재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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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반대에 어 회장 곤혹불도저 스타일못 내세운 이유는
- 정권 교체임기 종료 앞두고 힘 다했나자리보전 여부도 관심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KB금융그룹(회장 어윤대)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두고 내부의 의견 충돌과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은 이사회의 찬성을 얻지 못해 지지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에 분노한 어윤대 회장의 베이징 취중 난동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인수 적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됐다. 이로 인해 이사회의 결정은 또다시 연기됐고 더불어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의 감시까지 받게 된 판국이다.

결국 어 회장이 정권 교체와 임기 종료를 앞두고 힘이 빠지면서 리더십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다.

   
   
 

어윤대 회장이 ING생명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지 11개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KB금융은 아직 이사회의 동의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 5일 열린 임시이사회 역시 오는 18일에 다시 열겠다는 발표만 남기고 소득 없이 종료됐다.

KB금융지주 측은 집행부 보고를 받은 후 논의했으나 사안이 중대하고 자료가 방대한 점을 감안할 때 좀 더 내용을 검토하고 구체적으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다음 이사회를 속개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사회 ‘NO’어 회장에 대한 반감?

특히 이사회 수장인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일부 사외이사들은 어 회장의 저돌적인 인수 의지에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대로라면 계속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인데 인수 가격이 적정가보다 높다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보험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반면 경영진 측은 KB금융의 성장 포트폴리오에서 생보사의 비중을 끌어올릴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제가 된 인수가는 22000억 원대까지 낮춰 사외이사들을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ING생명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지난해 기준 41000억 원에 이른다. 초기 인수예상가도 3~35000억 원대였다. 그럼에도 일부 사외이사들은 2조 원가량이 적정가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이사회의 반대가 인수가격이나 시기에 대한 견해차가 아닌 어 회장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형 M&A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러브콜을 보내는 등 어 회장의 태도가 탐탁찮았다는 것이다. 앞서 어 회장은 ING생명이 본격적인 매물로 등장하기 전인 지난 1“ING생명 인수에 관심 있다는 의중을 언론에 미리 흘린 바 있다.

외압 논란까지금감원 예의주시 중

게다가 어 회장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사외이사들과 KB금융 임직원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행패를 부린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어 회장은 지난달 20KB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한 후 사외이사 7명과 임직원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서 ING생명 인수 반대에 대한 격분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어 회장은 왜 자꾸 인수를 못 하게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고 술잔을 탁자에 내리쳐 깨뜨렸다. 또한 사심 없이 추진하는 일임을 강조하며 내 충정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냐고 난동을 부렸다. 이로 인해 동석했던 일부 사외이사와 임직원은 깨진 술잔의 파편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술잔을 깨뜨린 것은 고의가 아니며 부상자도 없었고 사외이사들도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금감원은 지난 5KB금융 측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지난 6일 경위서를 받아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어 회장의 난동이 알려진 직후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어 회장이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고 밝혔다. KB금융이 경위서를 제출한 후 금감원 관계자 역시 “KB 측의 해명과 다른 부분이 있어 여러 경로를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KB금융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인수 과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주의 깊게 판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어 회장의 술자리 언행이 사실로 판명되면 민주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할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 회장 사건으로 인해 사외이사들의 반감이 커져 오히려 이사회의 결정이 부정적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증가했다면서 만약 인수가 무산되면 어 회장은 씻을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 시한부 업적 달성에 눈멀었나

한편 이사회를 재개하는 18일은 제18대 대선 하루 전날인 탓에 어 회장과 KB금융의 처신에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익히 알려진 MB맨인 어 회장이 어떻게든 MB 정권 내에 ING생명 인수라는 업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이 정도면 사실상 인수 무산이나 다름없다는 평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어 회장의 의지만은 여전하다.

더불어 어 회장이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 중 가장 먼저 끝난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연임과 같은 단어는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금융사의 수장들도 운명을 함께 한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교체와 임기 말을 앞두고 레임덕으로 힘겨운 어 회장의 상황이 이번 ING생명 인수 논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평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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