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상금을 노린 각종 형태의 파파라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가운데, 성매매특별법을 염두에 둔 ‘성파라치’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남성전용 피부 관리실을 차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해온 업주가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은밀히 영업을 해오던 업주가 발각된 이유 역시 성파라치로 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파라치는 성매매 장면을 직접 비디오카메라로 촬영, 업주를 협박했지만 업주가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경찰에 고발하게 된 것이다. 성파라치 역시 공갈혐의와 성을 구매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 이처럼 위험한 거래는 실제로도 상당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상금을 노리는 성파라치의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최근 성매매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여성들이 남성의 몸을 살 수 있는 여성전용증기탕이 최초로 적발되는가 하면 성매매 중 짜증을 낸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도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성매매특별법(성특법)이 발효된 이후에 가장 이색적인 사건이라고 하면 단연 ‘성파라치’의 등장을 알린 최근의 사건이다. 강남에서 안마 업소를 운영하는 최모 사장(53)은 “이따금 성파라치로부터 연락을 받곤해요. 그러나 누구한테 드러내놓고 말할 수도 없는 문제잖아요. 잘못 말했다간 단속에 걸릴 것 같고… 그래서 그동안 쉬쉬해온 게 사실이에요”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최근에도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받은 적이 있었어요. 어떡하겠어요. 원본 테이프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50만원을 줬어요”라고 털어놨다.또다른 안마시술소 업주 한모(45)씨에게서도 최씨와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재수없으면 걸리는거죠.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와서 찍어가면 도리가 있나요. 떡하니 증거를 가지고 협박하는데… 더러워도 할 수 없죠.” 단체로 몰려와 흥청댄뒤 ‘협박’
최근 성파라치들의 활동은 점점 대담해지면서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성파라치들은 이제 단지 신고를 통한 보상금을 편취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일부 뻔뻔한 성파라치들은 아예 ‘공짜술’을 바라고 작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서울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 김모씨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자정이 지난 시간에 4명의 남성들이 우르르 몰려와 술을 시키고 여자 도우미까지 불러 그야말로 질탕하게 놀더라는 것이다. 그 결과 주대 및 도우미 비용을 포함, 약 60만원 정도의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놀고 난 이들은 계산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불법으로 되어있는 주류 판매와 도우미 고용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는 것.업주 김씨가 ‘아차! 당했구나’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는 김씨를 뒤로하고 태연히 업소를 나가더라는 것이다. 김씨는 “가만히 앉아서 당한거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하루 헛장사한 셈 칠 수밖에 없었죠”라고 한숨을 내쉬었다.업주들의 약점을 잡고 인정사정없이 뒤흔드는 것이 성파라치지만, 이들 역시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파라치의 가장 큰 약점은 성매매가 행해지는 실제 장면을 증거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직접 성을 구매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즉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굴로 직접 들어가야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본인 역시 불법행위를 저질러야 한다. 그러나 업주의 입장에서 성파라치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성파라치의 신고로 인해 영업이 중단될 경우, 업주의 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당장 돈줄이 막히게 된다는 것이 문제. 따라서 업주는 성파라치의 약점을 알면서도 그들의 농간에 처절하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실제로 취재진이 몇몇 업주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이들 대부분으로부터 “대충 잘 무마시켜야지 별 수 있겠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룸살롱도 ‘먹이감’으로 노려
성파라치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무마시키려는 업주들의 습성을 훤히 알고 있는 성파라치들은 더욱 기세등등할 수밖에 없다. 서울 중심가에 있는 모 호텔 지배인 역시 이러한 성파라치에게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룸살롱과 호텔이 한 건물에 있는 경우, 소위 ‘2차’라는 것이 아직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업소가 있는 현실이다. 자영업자 이모씨의 경우 성구매의 장소로 서울의 A호텔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이씨는 “아무리 성특별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룸살롱에서 술을 먹고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방이 있는 호텔에서 2차를 하면 단속의 위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하는 구좌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2차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이러한 업소들은 성파라치에게 최고의 먹이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A호텔의 룸살롱에서 근무하는 구좌 김모씨는 “얼마 전에 처음으로 온 손님이 2차를 요구하길래 아가씨를 넣어준 적이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다음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손님이 룸살롱에서 아가씨와 술을 먹는 장면, 방으로 같이 걸어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모두 녹화해놨다며 150만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A호텔의 경우 손님이 한명이 와서 술을 마시고 2차까지 즐기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60만원 정도. 성파라치는 자신이 전날 지불했던 주대 및 화대 60만원을 포함, 총 15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당시 말로만 듣던 성파라치를 경험한 김씨는 “성파라치의 당당한 협박에 상당히 불쾌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를 할 생각도 했죠. 정말 괘씸하고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그러나 상대방은 증거를 갖고 있잖아요. 신고해봤자 결국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신히 설득해서 100만원에 합의봤습니다”라고 전했다.하지만 성파라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또한번 적잖은 수모를 당해야했다고 한다. 성파라치는 녹화테이프를 넘겨주기 전에 술과 안주, 그리고 2차를 요구했다는 것.김씨는 “‘내키지 않으면 관두라’고 배짱을 내미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죠. 그렇지만 다른 도리가 있나요. 할 수 없이 성파라치의 요구에 응했죠”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김씨는 더 이상 성파라치에게 당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처음이었으니까 겁이 많이 났던 게 사실입니다. 그냥 뭐 밟았다는 생각에 돈을 준거죠. 그러나 이제부터는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영업중지를 당하고 벌금을 무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신고할 계획입니다.”당한 업주들 공동대응도 ‘모색’
실제 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성파라치에 대한 대응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업주는 “아예 성파라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의견도 오갔다”고 귀띔했다. 강남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업주는 “얼마전 성파라치 사건이 터진 이후 업주들끼리 여러 번 전화통화를 했었다”며 “서로 경쟁 업소이기는 해도 이러한 사안에는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초반에 성파라치의 활동을 막기 위해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성파라치들은 기존의 파파라치 행위를 하던 자들이 업종(?)을 바꿔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성파라치의 등장은 파파라치 업종에 대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아무나 선뜻 접근하기 힘든 분야로 눈을 돌린 결과라는 것이다. 불법쓰레기 무단 투기를 고발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박모씨는 “파파라치 활동으로 한달에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파라치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성파라치는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기존 파파라치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파라치는 ‘성특법이 키운 또하나의 사생아’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불법적인 행위를 신고하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성파라치의 경우 협박과 공갈을 일삼으며 상대방의 불법을 이용해서 자기 스스로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다. <구성모 프리랜서> pandora21.com 운영자

# ‘~파파라치’ 전성시대신종직업 ‘급부상’불법도 일삼아
보상금을 노리고 타인의 불법행위를 신고, 고발하는 파파라치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파파라치를 위한 학원까지 생기고 있는 실태. 과연 최근에는 어떤 파파라치들이 늘어나고 있을까. ‘노파라치’는 노래방의 불법영업행위를 신고하는 것을, ‘봉파라치’는 일회용 봉투를 무료로 나눠주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업소를 고발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쓰파라치’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것을, ‘영파라치’는 인터넷 상에서 불법적으로 영화를 다운받는 것을 신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위법토지거래를 신고하는 ‘토파라치’까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판기 불법 설치를 신고하는 ‘자파라치’가 있는가 하면 오는 5월31일의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 범죄를 신고하는 ‘표파라치’들의 활동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거래소, 혹은 코스닥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신고하는 주파라치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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