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성매매는 여전히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집창촌 등지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와 청소년들의 원조교제 등은 언론과 매스컴에 의해 식상하리만큼 자주 다뤄져왔다.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노인들의 성매매는 아직까지 생소한 뉴스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태다. 노인들의 성매매현장을 전격 취재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때 ‘설마 어르신들이 성매매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인들의 성매매는 실정법상 명확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노인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나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성병 감염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제적인 능력을 갖고있지 못한 상당수의 노인들은 자신의 성병감염사실을 알고서도 치료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리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대부분. 상태는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노인들은 성병으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특히 육체적으로도 이미 많이 쇠약해진 노인들에게 성병은 체력을 급격하게 저하시키고 심리적인 위축감을 주기도 한다.

성병에 무방비 노출

서울 시내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단연 탑골공원이다. 오전 7~8시만 돼도 탑골공원은 어느새 노숙자와 노인들이 뒤섞여 붐비기 시작한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노인들에게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이곳은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보금자리인 셈이다.그러나 노인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자리잡아야할 탑골공원에 수년 전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중년의 나이를 넘긴 아줌마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속칭 ‘박카스 아줌마’(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은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박카스 아줌마’란 박카스를 한병씩 팔면서 노인들에게 은밀하게 성매매를 제안하는 중년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탑골공원에 이들이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으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IMF시절 급격히 증가했다가 잠시 잠잠한 듯했다. 그러나 최근 박카스아줌마들이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청춘노인’들의 성욕해소

그렇다면 한동안 사라진듯했던 노인 성매매가 다시 판을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우선 경제적인 이유를 꼽을 수 있다. 경기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지만 서민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는 얘기다. 따라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서라도 생계를 이어가려는 생계형 박카스아줌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또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황혼이혼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이혼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독거노인의 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을 품안에서 떠나보내고 오랫동안 살을 맞대고 살던 배우자와 헤어진 노인들은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평균수명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은 말그대로 노인이 아니다. ‘환갑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있듯이 체력이 아직 사그라들지않은 팔팔한 ‘청춘노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노인들의 성욕이 박카스 아줌마 등을 통한 노인 성매매의 증가를 불러왔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감님, 데이트 한번 할까”

지난 식목일 오후. 탑골공원에서 만난 이모(72) 노인은 박카스 아줌마들의 활약상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얘기해주었다.“(박카스아줌마들은)쭉 있었지…10년 전에도 있었어…여기 혼자서 조금만 앉아있으면 귀신같이 알고 와. 말로는 얘기나 하자는데…뻔한거지 뭐…” 이씨에 따르면 과거에는 보통 3~4명 안팎의 박카스 아줌마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공원주변에서 활동하는 박카스아줌마들은 20명이 넘는 것 같다고 전했다.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고 있던 박모(68)씨 역시 박카스 아줌마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중년여성들의 접근을 순수한 의미로 생각했다고 한다.“심심하니까 서로 말동무나 하자는거라고 생각했지, 다른 뜻이 있는 줄 상상이나 했겠나.”박씨는 “혼자 앉아있는 노인들에게만 접근하는 여자들을 몇 번씩 본다”고 전했다. 40대중반~50대후반의 여성들은 노인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며 동석을 하다가 이내 ‘데이트’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트란 성매매를 의미한다.“젊었을 때 다 그런 일(성매매)을 했던 여자들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노인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겠나”라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정모(70)씨는 “돈 때문이지…누가 우리같은 노인들이 좋아서 데이트 하자고 하겠나.

돈벌려고 별짓 다한다는 생각이 들어…”라며 혀를 찼다.몇몇 노인들의 증언처럼 이곳에서는 성매매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특별법 무풍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성특법을 말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이다. 실제 이곳에서는 특별법 발효 이후 단 한번도 적발, 혹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김모(66) 노인은 “단속 같은 건 없다. 사실 여기서 성매매가 일어나봐야 얼마나 일어나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카스 아줌마들의 숫자로 짐작해볼 때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노인들의 말이다.

쪽방에서 5천원에 거래

그렇다면 노인들의 성매매는 어디서 이뤄지는 것일까. 돈이 없는 노인들이 고급모텔을 찾을리도 만무한 것이 사실. 이들이 성매매를 하는 장소는 탑골공원 후문 인근의 쪽방이다. 사람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을 만한 좁은 쪽방에서는 하루 종일 박카스 아줌마와 노인들의 출입으로 분주하다. 소위 몸을 대가로 건네지는 ‘화대’는 5천원에서 1만원 수준으로 보통 성매매의 대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노인 성매매는 애초에 돈이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대는 노인의 주머니사정을 감안, ‘탄력적’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한 노인은 “돈이 없다하면 있는대로 달라는 여자들도 많다”며 “심지어는 2천원만 달라는 여자도 봤다”고 귀띔했다.

콘돔 사용안해

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성매매로 인해 성병에 걸린 노인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은 “물론 대부분의 노인은 적적한 시간을 떼우려고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외로운 노인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부적절한 제안을 해오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 유혹을 이기지 못해 따라가는 노인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특히 “내 친구들의 경우 10여명에 한명 정도는 성병에 걸렸거나 걸린 경험이 있다”는 그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이 성매매를 해서 성병에 걸렸다는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노인들을 상대로 전문적으로 몸파는 여성들이 성병을 상당부분 퍼뜨리고 있는 것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콘돔 같은 것을 사용하는 노인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욕실도 갖춰지지 않은 좁은 쪽방에서 이뤄지는 성관계가 오죽하겠는가. 특히 하루에 불특정다수의 노인들을 상대하는 여성들일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곳 노인들의 성병 감염 상황을 통계를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성병에 걸린 노인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은 노인들의 입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었다.강모(71) 노인은 “박카스(아줌마)랑 한번 (성관계를) 한 후 (성병에 걸려) 호되게 고생했다”며 “집엔 차마 말할 면목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겨우 주사를 맞아서 나았다”고 고백했다.

정부차원의 대책 시급

비록 상황이 이렇지만 탑골공원 내에서의 성매매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개중에는 직접 성매매를 하지는 않지만, 공원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접선’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드는 노인들도 상당수. 취재 도중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한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른바 박카스아줌마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재미삼아’ 놀러온 것이었다. 그는 “많은 노인들이 탑골공원에 가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고 해서 한번 올라와봤다”며 “이 나이에 젊은 사람들이 가는 사창가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고 말했다.

수원에서 함께 올라왔다는 또 다른 노인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데 사실상 노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며 “노인들을 너무 홀대하는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의 문화가 퇴폐적인 것만은 아니다. 탑골공원에 나오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건전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다. 한 노인은 “대다수의 노인은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건전한 시간을 보낸다”며 “성매매는 하는 사람만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중요한 것은 노년층의 성욕구해소 문제가 더 이상 쉬쉬해야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인들의 성매매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낳는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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