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선거캠프 해단식을 가졌던 안철수 씨의 회견문 방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데 있었다. 두 후보가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으며, 흑색선전 이전투구의 인신공격이 난무해 새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이 실종됐다고 질타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로부터 “대북정책이 이명박과 비슷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은바 있는 그는 주위에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朴, 文 두 후보가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작금의 대선판이 자신이 강조해온 새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점은 ‘안철수의 미래전략’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해단식이 마치 출정식처럼 비쳐졌다는 평가였다. 그는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새정치의 길 위에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그의 입장 발표를 홀로서기 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요동치는 변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 후보와의 회동을 압박하고 문 후보 자신은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았다. 대선 불과 열흘 앞에서까지 안철수 변수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여야 모습이 초라하다.

결국 캠프 해단식에 나선 안철수의 ‘정권교체’ 용어는 문 후보를 배려한 체면용 수사에 불과하고, ‘새정치’ 강조로 자신의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아전인수에 빠진 민주통합당은 그래도 다시 한 번 “반드시 정권교체로 보답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 상태로는 양측 세력의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덮어둔 채 말이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필사적으로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았다. ‘안철수 태풍’이 캠프 해산으로 공식 소멸한 뒤끝이 이토록 스산하게 나타났다. 어떻든 안철수 씨는 이 땅의 새로운 정치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만큼 메시지 관리도 명확히 해야 하고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는 지도자 자질에 어긋나는 방식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는 안 전 후보의 이런 어정쩡한 양다리 걸치기 행보가 먹혀들었다. 항상 ‘국민’을 앞세웠고 그 대변자라도 되는 양 현실정치에 일갈했다. 이제 그가 확실한 정치인으로 나선 이상 더는 불확실한 처신으로 국민 그늘 속에 안주할 수 없게 된 점이 문재인 후보 지원을 불가피하게 한 것 같다. 대선고지 등정에 실패한 이유가 신기루를 쫓는 ‘구름위의 정치’ 때문이었다는 성찰이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 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단장을 맡았던 사람까지 “국민을 이야기 하면서 국민이 어디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안철수 현상은 기성정치에 신물을 느끼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들은 불만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선거 때 그들은 기권을 선택했다. 지난 4·11총선의 기권율이 45%대였다. 그 전 18대 땐 유권자의 과반수가 넘는 54%가 선거 불참했다.

믿고 찍어준 대통령들의 실정이 되풀이되면서 부동층 두께가 이처럼 두꺼워졌다. 기성정치의 쇄신을 기치로 등장한 안철수 후보에게 환호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 바람’ 속에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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