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여성이라는 데서 대통령 자격 공방이 꼬리를 문다. 박 후보가 여성인데다가 결혼·출산·육아·생활고 과정 없이 살아 온 게 흠으로 지적된다. 박 후보에게는 국가안보를 맡기기 불안하고 여성성(性)이 부족해 여성을 대표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어떤 대학 교수는 박 후보의 여성성은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거(는 아니지 않느냐)”고 상말을 토해냈다.


그러나 박 후보의 국가안보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여성성 부족과 관련, 다른 나라 여성 지도자들의 성패(成敗) 사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는 1982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영국과 영유권 분쟁중인 포크랜드를 전격 점령하고 나서자 주저 없이 전투기와 전투함 등을 투입, 재탈환하였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대처 총리를 여성으로 얕잡아 보았다가 남성 보다 몇 배 더 매서운 펀치를 맞고 물러섰다. 

대처 총리는 또 1984년 영국의 전투적 탄광노조가 임금인상 파업을 벌이자 10여개월 동안 굴복하지 않았고 끝내 노조를 압도했다. 그는 경찰 3500명이 부상당하는 가운데서도 파업 노조원 9000명을 연행하는 등 강경일변도로 전투노조를 잡았다. 그는 역대 남성 총리들도 해내지 못했던 전투노조를 길들였고 “보수당의 유일한 남자” “철의 여인” 등으로 불렸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여성으로서 남성들이 기피했던 당찬 일을 밀어붙였다. 그는  2006년 5월 독일 최대 노조인 독일노조연맹(DGB) 총회에 직접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시간당 최저임금제 인상 요구를 노조원들의 성난 야유와 욕설 속에서 단호히 거부하였다. 그밖에도 그는 노조의 회사경영 참여 견제, 근로자 사회보장 축소, 퇴직연금 수령시기 축소, 등을 관철시켜 통일 후 독일을 “유럽의 중환자”에서 “유럽의 우등생”으로 우뚝 서게 했다.

메르켈은 결혼은 했지만 곧 이혼, 아이를 낳거나 양육한 바 없다. 여성성이 부족한 셈이다. 그러나 그녀의 여성성 결핍은 탁월한 정치력 발휘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10년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역대 남성 대통령들이 손을 대지 못했던 정부 관료들의 부패를 과감히 척결하였다. 올 초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호세프 대통령이 전임 룰라 다 실바 남성 대통령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정부의 부패를 다스렸다고 보도하였다.

작년 8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총리에 당선된 태국의 잉락 치나왓은 예상을 뒤엎고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 달 28일 의회의 불신임안을 이겨냈다. 미국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1월29일자 보도를 통해 잉락 총리는 ‘수년간의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았으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해가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은 여성으로서 기대를 모았지만, 작년 11월 경찰에 체포, 기소되었다. 실패한 사례였다. 그녀의 혐의는 집권 시 야당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한 선거 결과 조작과 뇌물수수였다. 남편을 위해 외국기업 입찰을 부당 승인해 준 죄다. 

물론 일부 여성 최고 지도자들이 남성 보다 더 훌륭한 정치력을 발휘하였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도 그렇게 잘 하리라 단정해선 안 된다. 선덕여왕(善德女王)이 될 거라고 치켜세워서도 아니 된다. 여성 지도자로서 실패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가 여성이고 여성성 부족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 기우(杞憂)임이 드러났다. 박 후보의 자질은 그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선거공약과 정치적 지도력으로 평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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