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외로운 솔로들에게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이용자라면 누구든지 해당 앱을 설치해 이성을 쉽게 소개받을 수 있다.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솔로탈출의 주요한 통로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앱들의 회원 검증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소개팅 앱’이 원나잇 스탠드의 도구로 유용하다는 입소문까지 퍼져있다. 이는 해당 앱들이 일회성 만남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성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대웅 기자>
춥고 쌀쌀한 연말이 되면서 혼자인 솔로들의 외로움이 더해지고 짝 찾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이벤트와 행사가 많은 연말에 들뜬 커플들 사이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솔로들을 한숨짓게 한다.

새로운 소개팅 트렌드로 부상

이 같은 솔로들의 심리가 반영된 듯 최근 소개팅 앱들이 새로운 소개팅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이 앱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직접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인의 인맥이 없다면 힘들었던 소개팅이 앱을 통해 훨씬 쉬워진 것이다.

각종 소개팅 앱들은 해당 앱을 설치한 이용자의 나이·직업·학교·간단한 자기소개 등 몇 가지 항목만 입력하면 가입이 승인된다. 매일 이용자의 나이·지역·직업·연애관 등을 분석해 정해진 숫자의 이성 친구 프로필을 이용자에게 추천해준다. 이들 앱들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이 아닌 소개팅의 개념으로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매일 이용자의 성향에 맞춘 이성을 소개해주는데다 기존의 소개팅과는 달리 지인의 눈치, 애프터에 대한 두려움 없이 여러 번 소개팅을 할 수 있다는 점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들 앱들은 솔로 탈출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앱들을 통해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이어진 이용자들까지 나오면서 해당 앱을 설치하는 이용자들도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김모(26·여)씨는 “얼마 전 어플을 통해 마음에 드는 남자를 알게 돼 직접 만나게 됐다”며 “지역과 취미 외에는 별다른 공통분모가 없는 사람이어서 이 앱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 현재는 좋은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속이는 경우 허다

하지만 맹점도 있다. 프로필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않다. 프로필 정보의 사실여부를 가릴만한 검증장치도 거의 없다. 해당 앱이 소개시켜준 상대방의 프로필 정보의 진실여부는 이용자의 판단에 달렸다. 이에 이같은 점을 악용, 하룻밤 성욕해소의 도구로 전락되거나 짝이 있는 사람들의 ‘권태 해소’ 용도 등 외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당 앱들의 이용후기를 검색해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후기 글이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올라와 있다. 모 남성 커뮤니티의 경우는 앱 이용후기 게시판을 개설해 놓기도 했다. 이 후기 게시판에는 소개팅 후기담은 찾기 힘들고, 원나잇 스탠드 후기담의 글들만 다수 게시돼 있다.

이들 후기에는 ‘홈런’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홈런’은 소개팅 앱으로 이성을 만나 잠자리를 같이 보냈다는 의미의 인터넷 신조어다. 후기들은 ‘홈런 후기’ ‘홈런 인증샷’ 등의 제목으로 속속 올라온다. 또 ‘홈런으로 이어지는 법’ 등의 제목으로 소개팅 앱을 통해 원나잇 스탠드를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게시해 놓았다.

소개팅 앱으로 이성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으며 이를 부추기는 모습마저 보인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면 선택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나면 일사천리라는 것이다. 카카오톡과 통화 등으로 이성의 관심을 끌만한 대화를 나누다 즉석만남을 가지고 잠자리를 유도한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후기담도 천태만상이다. “직접 만났는데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해 술자리로 이동해 술을 같이 마시게 됐다”며 “새벽에 깨어보니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상대방이 깰까봐 몰래 모텔 방에서 나왔다”는 내용의 글에는 “남자 좋겠다” “원나잇 스탠드 비법 좀 알려달라”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려있다. 이 뿐 아니다. 소개팅 앱에서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 상대 여성의 외모·신체사이즈·직업 등의 개인 신상정보까지 줄줄이 나열한 후기도 있다. 또 “모 앱에 가입한 여성들이 다른 앱 회원들에 비해 어느정도 마인드가 열려 있어 대시하는데 거부감이 없고 원나잇 스탠드로 이어지기도 쉽다”는 글도 있다. 성범죄로 악용될 소지가 높은 셈이다.

한 여성커뮤니티의 한 여성회원은 “소개팅 앱을 통해 30대 초반의 한 남성을 만나 커플이 됐다”며 “진중해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에 신뢰를 가졌는데 알고보니 이미 몇 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실을 추궁하니 ‘그 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이 여성은 “이후 성관계를 노리고 가입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도 들고 나 스스로도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려 앱을 통한 만남을 더 이상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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