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통일교 VS 현진씨 ‘센트럴시티에 관한 증거개시 명령문’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통일교가 집안 문제로 시끄럽다.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의 3남 현진씨, 4남 국진씨, 7남 형진씨가 소동의 중심에 서 있다. 겉보기에는 가족 간 다툼이지만 통일교 쪽은 종교 재산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법적 쟁송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고등법원 재판부가 내린 판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법원 명령은 통일교 내분 사태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체로 통일교 산하·계열 조직과 통일교 소유 자산 등이 통일교 소유라고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통일교 계열·산하 조직이 통일교에 보고·협의 없이 자산을 처분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통일교의 갈등 주체는 형진씨를 중심으로 한 통일교 측과 현진씨를 중심으로 한 UCI 측이다. 앞서 통일교와 UCI 측은 여의도 파크원 부지 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바 있다. 통일교 측이 제기한 이번 민사소송에서는 재판부가 사실상 통일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UCI가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처분하거나 변동이 발생할 시 이를 30일(1개월) 전에 통일교 측에 알리고 자산변동사항을 반드시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UCI 측이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처분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통일교 측의 협의·동의를 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에서 100만 달러로 한정한 것은 통상적인 기업 활동을 최소한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재산권 처분에 제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앞서 6월 15일 통일교 측이 제기한 상당한 양의 매각, 양도 또는 지출원인행위 통보명령신청에 대해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승인되었음을 명령한다”고 결정했다. UCI는 미국의 대형 수산물 유통업체인 트루 월드 수산, 항공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WTA), 신세계백화점이 입주해 있는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와 JW 메리어트 호텔, 일성건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 통일교 법정분쟁 ‘촉각’

재판부의 이번 명령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통일교 소유의 강남 센트럴시티의 건물 일부를 장기 임대해 운영해 왔었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센트럴시티 지분 60.02%(3601만1739주)를 1조250억 원에 인수했다.

센트럴시티 지분 매도 사실이 알려지자 통일교 측은 “법원이 내린 명령을 위반했다”며 즉각 반발하며 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UCI 측은 “센트럴시티 지분이 2010년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KIF(Kingdom Investments Foundation)으로 기부됐다”며 “신세계에 센트럴시티 지분이 매각됐을 때 UCI가 소유주가 아니었으므로 해당 거래에 대해 알릴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UCI 측이 이미 지난 재판에서 센트럴시티에 대한 소유권·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놓고 지금은 센트럴시티에 대한 소유권·통제권이 최소한 2010년 6월부터는 없었다고 부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센트럴시티의 지분이 기증된 것에 대한 증거개시를 포함해 UCI와 KIF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대한 증거개시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신세계 강남점 매입계약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통일교와 UCI의 법적분쟁 향방에 따라 통일교는 신세계를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소송을 낼 수도 있다. 지난 달 1일 통일교신도대책위원회(이하 신대위) 측은 신세계백화점 측에 탄원서와 인수 철회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신세계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있어 강남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0년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롯데그룹이 강남권 기반 강화를 위해 다음 목표로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곳이다. 신세계는 이번 지분인수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해 강남점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의 명령으로 신세계는 향후 통일교가 매매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해 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신세계·산업은행 압박

이번 판결로 판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한 통일교 측은 신세계와 산업은행 측을 다방면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신도위 측은 탄원서와 내용증명을 통해 “미국법원에서 UCI 지배주주를 되찾는 소송 중에 있음을 알렸는데도 불구하고 분쟁중인 자산을 불법과 편법으로 취득했다”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와 함께 강남점 매입자금에 대한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신도위 측은 “센트럴시티 지분 매입자금이 순수한 기업 운영 자금인지 아니면 최근 산업은행에서 대출한 1조 원의 천문학적 대출 자금에 대해 신세계 백화점과 산업은행이 센트럴시티 대주주 주식 매입과 관련한 사전협의가 있었는지 분명한 답변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식을 담보한 대출 협약이 있었는지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이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 없을시 모두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향후 발생되는 강력한 민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신세계에 있음을 알린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측은 집회 등을 통해 신세계를 압박할 계획이다.

통일교 측은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도위는 “이번 매각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한 것으로 계약 자체가 무산돼 산업은행의 담보대출에 따른 책임소재와 법정분쟁이 불가피하게 따르게 되며 산업은행과 통일교가 분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도위 측은 UCI, 신세계, 산업은행이 불법계약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신도위는 이어 “센트럴시티는 통일교의 신탁자산으로 신탁자 허락 없이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공금유용횡령에 해당하는 범법행위다”라며 “불법 매각에 산업은행이 대출 한 것은 위험한 행위로 불법행위를 동조·협조하는 공모자가 된다”고 날을 세웠다.

통일교의 한 핵심관계자는 “센트럴시티는 1년에 600억 원 흑자를 내는 건물임대전문 알짜배기 회사다. 입점업체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메리어트호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영풍문고 등 250여 개의 점포가 있으며 자산가치가 2조 원 이상 추정된다”며 “상장을 할 경우 3조 원 이상 추정되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기업을 고작 1조 원에 처분한 것은 납득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로 주식취득은 국내법에 따라서 정당한 절차에 의해 매입을 했다”며 “통일교와 UCI 양자 간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세계는 선의의 취득자로서 전혀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