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 북한 문제에 한국은 왕따

“백기든 미국 이미 북한에 모든 걸 다 주기로 약속했다”

북한이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제 로켓의 기술을 폄하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 경악과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로켓 발사를 두고 “북한의 로켓발사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북한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미국이 이번 로켓 발사를 정말로 몰랐을까하는 의문과 알았다면 대체 왜 침묵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모종의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국이 대북지원을 두고 앞으로 압박하면서 뒤로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을 들고 있다.
또 이미 유럽연합(EU)이 북한의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 미국만이 단독으로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화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는 크게 좁혀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볼 때 북한의 맹방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 칸 뒤로 밀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미국이 이미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된 북한과 빅딜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사진자료=뉴시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통보를 해왔다고 확인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통상적으로 북한과의 접촉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행위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이 로켓발사 공식발표 전에 미국 측에 알렸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이 발사하는 것이 위성이냐 탄도미사일이냐에 대해 “똑같은 기술이기 때문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는 그것이 민간 차원의 평화적인 우주개발 목적이라는 데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로켓 발사 시도를 중단하기 위한 북ㆍ미간 직접 대화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중 일만 발사정보 알아

미국이 구체적인 답을 피하면서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또 미국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석연치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발사 전날 수리를 위해 로켓을 일단 발사대에서 내렸다가 다시 설치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한국에는 의도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 13일 “미국이 한국에 북한 로켓 발사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정보를 흘리는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한 때 로켓을 발사대에서 제거한 것은 사실이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일본 방위상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확인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지난 12일 오전 발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결함이 발견된 로켓을 제거한 뒤 곧바로 예비 로켓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 같은 사실을 위성을 통해 파악하고도 한국에는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분별없이 (언론 등에) 정보를 유출하는데 불만을 품고 제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이 일본에는 북한의 동향을 상세하게 알려줬다는 사실이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는 (발사가) 없을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는데도 (일본 정부가) 경계수위를 낮추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으로부터의 정보 입수를 시사했다.
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지난 10, 11일과 마찬가지로 12일에도 오전 7시가 되기도 전에 출근해 오전 8시에 관계각료회의를 열어 “최고 수준의 긴장감을 가지고 현 태세를 유지해야한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국만 쏙 뺀 진짜 이유

그러나 북한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의 이 같은 분석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뜻이 아니라 북한의 뜻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이 일본에 정보를 전달한 것도 북한이 미국에 일본과의 정보공유를 ‘허락’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이번 로켓 발사는 고도의 정치 전략이다. 북한은 남한에 로켓 발사와 관련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며 “로켓 발사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에 그 의미를 각인시키고 로켓과 관련,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로켓 발사를 주목해야 할 대상을 분명히 정해두고 그 대상에 “우리의 로켓을 보라”고 알린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로켓 발사의 사전 통보를 한 것은 미국이 국제사회에 로켓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에 대비한 전략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미국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북한 로켓 발사를 문제 삼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여러 추측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로켓발사 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가 북한의 통보를 받은 때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북한 상공에서 북한을 감시하는 미국의 첩보위성은 대기권 밖에서 지상의 차량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열 탐지 기능도 있어 지상에서 이상 열반응 현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추적에 착수한다. 로켓발사 전 추진체의 예열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몰랐다기보다 침묵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로켓발사를 두고 “몰랐다”는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알고도 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기습 발사에 당했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북한 빅딜 있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빅딜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경제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만큼 좋은 파트너가 없다. 또 북한 입장에서 가장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은 양날의 칼이다. 중국은 북한을 자국에 편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대북핵억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 전 “미국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협상과 관련, 미국과는 이미 상당한 교감을 이룬 상태라고 말한다. 북한은 이미 과거 핵실험을 통해 이미 미국과 여러 협상안을 타결했으며 로켓 발사는 협상과 무관하게 북한이 독자적으로 실행한 로켓 개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끊임없이 와병설이 나오던 시점인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방문한 나라가 러시아다. 김 위원장은 당시 방문을 통해 대북지원과 더불어 군사조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우호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또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러시아가 중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처음 대선에 당선된 이후 방북했을 때도 상호 1차적으로 체결된 약속이기도 하다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놓고 미국과 원조 협약을 맺었다는 첩보도 들린다.
원조 협약 내용은 경제개방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향후 북한의 경제 개방과 개발은 남한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추진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은밀한 움직임에서 드러난다. 대북제재 조치를 내려온 미국이 실은 뒤로 북한에 막대한 원조물자를 조달하고 있다.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실시한다”는 곡물지원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막대한 양의 식량을 북한에 제공했다. 더불어 미국은 북한이 점진적 경제개방을 할 경우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다만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는 조건이 따를 뿐인데 이는 구실에 불과 할 뿐 실효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핵실험 이후 북한의 입지와 국제사회의 태도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북한의 핵실험 내용을 북한을 통해 파악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북한과 상호 협력해 처리하기로 협약이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이처럼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에 매장된 천문학적인 자원개발권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자원을 독식하는 것을 상당히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세계 최대 텅스텐 흑연 보유국이다. 기타 희토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갈되고 있는 석유의 수입을 대체할 최고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점진적으로 가능케 도움을 주는 대신 북한의 경제개발과 자원개발권을 취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핵실험 가능성은 지금까지 보여온 북한의 행동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2006년 이후 두 차례 핵실험을 모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 했다. 2006년엔 ‘대포동 2호’를 발사한 지 석 달 만인 10월 9일 첫 핵실험을 감행했고, 2009년에도 ‘광명성 2호’ 발사 후 한 달 만에 2차 핵실험을 했다. 핵개발 능력과 운반체 능력을 동시에 과시하며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전례에 비춰 볼 때 은하 3호 발사를 성공시킨 지금,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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