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클럽문화는 젊음의 해방구다. 팍팍한 일상에 지쳐있던 젊은이들에게 홍대 앞 클럽들은 젊은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선사한다. 또 운좋으면 ‘작업’까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해 홍대 앞 클럽가는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무슨 춤을 추든 이곳에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을 하건간에 저지받지 않는다. 자신만의 시간을 철저히 즐길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간 언론에서 홍대 앞 클럽들은 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면만 부각되어 다뤄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취재진은 알려지지 않은 홍대 앞 클럽들의 속내를 낱낱이 살펴봤다. 흔히 홍대 앞 클럽 마니아들을 일컬어 ‘클러버(Clubber)’, 클럽에 가는 일을 ‘클러빙(Clubbing)’이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클러버들에게 특별한 자격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클럽 문화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클러버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즉 생초보에서부터 진정으로 클럽을 사랑하는 마니아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입맛에 맞게 즐겨라

홍대 앞의 클럽들은 겉으로는 모두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댄스 클럽과 라이브 클럽이 그것이다. 댄스 클럽은 말 그대로 댄스 위주로 운영되는 클럽이다. 반면 라이브 클럽은 재즈와 록 등의 공연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그곳의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다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라이브 클럽에서 음악만 듣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따라서 ‘댄스’클럽과 ‘라이브’클럽의 차이점은 음악의 종류로 구분이 되기도 하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춤과 음악, 둘 중 어느 것에 더 초점을 맞추어 운영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보자. 댄스 클럽도 음악의 종류에 따라서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힙합((HIPHOP)’과 ‘하우스(HOUSE)’가 그것이다. 힙합은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새로운 문화 코드이다. 반면 하우스는 힙합 이외의 음악, 주로 하우스 뮤직을 틀어주는 클럽을 의미한다.

잘나가는 클럽 ‘따로 있다’

그렇다면 홍대 앞 클럽 중 가장 잘나가는 클럽은 어디일까. 기자가 만난 수많은 클러버들은 서슴지 않고 단연 ‘엔비(NB)’를 꼽았다. 현재 강남과 홍대 앞 두 군데에서 운영되고 있는 엔비는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맴버였던 양현석이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클러버 사이에서뿐 아니라 클럽문화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00년까지만해도 소위 ‘테크노 음악’을 전문으로 했던 것이 마니아층을 상대로 한 전문 힙합클럽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 클러버들의 전언. 비록 입구는 좁고 초라하지만 매일 밤 이곳을 찾는 클러버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장시간 줄을 서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엔비와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곳은 M2라는 곳이다. 이곳은 힙합계열이라기 보다는 빠른 전자음 중심의 일렉트릭, 트랜스와 같은 음악을 많이 틀어주는 곳으로 럭셔리한 분위기와 품격 높은 시설, 클러버들의 독특한 패션이 눈길을 끄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일렉트릭과 트랜스는 심장 박동수보다 빠른 비트를 가지고 있으며 계속적인 반복이 이루어져 소위 ‘테크노’의 한 계열을 이루고 있다. 계속 듣고 있다보면 몽롱함마저 느껴진다는 것이 클러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힙합에 익숙한 클러버들은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렉트릭과 트랜스 마니아들이 힙합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아무데나 들이대면 망신

홍대 앞 클럽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부비부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부비부비춤’이란 남성이 여성의 뒤에 서서 몸을 밀착시킨 상태로 같이 리듬을 타는 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춤은 마치 고목나무에 매미가 달려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일명 ‘매미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비부비를 위해서 클럽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음을 발산하고 자유를 만끽하는데 있어서 ‘육체적인 즐거움’이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진한 스킨십이 가미된 이 적나라한 춤은 한때 홍대 앞 클럽가를 강타하며 각종 매스컴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서 비난했듯이 홍대 앞 클럽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야하고 선정적인 부비부비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일부 클럽의 경우 유독 ‘작업’을 목적으로 하는 부비부비족들이 많이 드나들어 ‘부비부비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클럽들도 많다. 그런 곳에서 아무에게나 몸을 밀착시키고 함부로 몸을 부벼댔다가는 개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즉, 해당 클럽에서 어떻게 노느냐는 전적으로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형성해놓은 일종의 문화, 클럽의 분위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부비부비댄스로 눈맞춰

그렇다면 부비부비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일까. 바로 ‘클럽데이’라고 불리는 날이다. 한달에 한번 홍대 앞의 클럽 연합 이벤트로 치러지는 이날에는 홍대 인근 전체 유동 인구가 1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 위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클럽데이에 부비부비 춤이 더욱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수많은 인파 때문이다. 클럽에 사람들이 꽉 차면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고, 자연스럽에 서로의 몸과 몸이 밀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종 한명의 여성을 사이에 두고 3~4명의 남성들이 동시에 ‘공략’을 하게되는 웃지 못할 일들도 일어난다.

그러나 부비부비춤에도 원칙이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 마음이 맞을 경우, 허리에 손을 올린다든지 밀착의 강도를 높이는 식의 보다 강한 스킨십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예의다. 그렇지 않고 계속 눈치없이 들이댔다가는 시쳇말로 ‘뻘쭘’해지기 일쑤. 여성들이 남성의 부비부비를 거부할 때는 살짝 손을 들어보이거나 눈짓을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클러버들의 말이다.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떨어져주는 것이 진정한 클러버의 매너라는 것.

매너를 지켜야 진정한 클러버

20대의 젊은층이라면 홍대 앞 클럽에 대해 특별히 부감담을 느끼거나 참여하는데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30대가 넘어가면 ‘나이든 사람도 받아주려나?’하는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홍대 앞의 모 클럽 업소 사장은 “나이에 관해서는 클럽들마다 전부 다 다르다. 하지만 클럽운영도 영업인데 돈내고 오겠다는 사람을 굳이 막지는 않는다”며 “무엇보다 클럽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옷차림과 개방적인 사고방식만은 준비해야 클럽문화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떻게 보면 홍대앞은 서울에서 가장 이색적이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자생적인 놀이 문화가 아닌 외국의 클럽 문화가 유입되었다는 점, 또한 클럽데이라는 지역 이벤트가 널리 홍보되어 있다는 점, 거기에 힙합과 트랜스, 일렉트릭, 하우스 등 온갖 다양한 음악들이 혼합되어 각 클럽들이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들이 ‘홍대 앞’의 유명세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홍대 앞 클럽 관련 전문 웹사이트인 ‘클럽 스트리트’의 한 관계자는 “클럽이 좋아서 오든 작업을 하러 오든 그것은 사실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클럽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다. 진정한 클러버는 음악에 대해 많이 알고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아니라 클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 앞의 클럽문화가 클러버들에 의해 형성됐듯, 앞으로도 이를 이끌어 갈 사람들 역시 진정한 클러버들이라는 것이다.


# 클럽데이 200% 즐기는 법 밤11시부터 새벽3시 ‘황금타임’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의 홍대 앞은 젊음의 열기가 한꺼번에 폭발하게 된다. 홍대 앞 클럽들의 비영리 조직들이 2001년부터 시행한 ‘클럽데이’에는 보통 13~15개 업소들이 참여하는데, 클러버들은 1만5,000원 정도만 내면 행사에 참여한 클럽들을 자유자재로 옮겨가며 즐길 수 있다. 업소에서 나눠주는 팔찌는 일종의 ‘자유 이용권’인 셈이다. 물론 술값과 음료수 값은 별도이지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클럽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으로 손꼽힌다.

초보 클러버들은 보통 춤도 추지 못하고 옷도 세련되게 입지 못하기 때문에 클럽데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 클러버들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클럽데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워낙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타인의 춤 실력이나 패션감각에 대해서 거의 신경쓰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어수선하고 복잡한 분위기에서 초보 클러버들은 자연스럽게 홍대 앞 클럽 문화를 배워나가는 것이 더욱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클럽데이의 피크 타임은 오후 11시에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정도. 정작 마니아들은 일부러 일반인들이 업소를 나올때쯤 입장하는 경우도 많다. 진짜 마니아들에게는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새벽 시간이 ‘황금타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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