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인수·합병 결산


- 은행권, 금융투자업계, 생보업계… 줄줄이 무산
- 정권말 보신주의 털고 내년 빅딜 이뤄질까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바라본 금융권 M&A 시장은 흉작이었다. 영업정지된 부실 저축은행들은 정부의 입김으로 주요 금융그룹에 모두 인수됐지만, 자유경쟁은 유효경쟁 미성립·협상 중단·입찰 불참·이사회 반대 등으로 불발이 대세였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과 HSBC 개인금융부문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트레이드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이, 생보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ING생명 한국법인 등이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실제 매각까지 이뤄진 사례가 없다. 결국 올해보다는 내년에 빅딜이 몰리면서 금융권 M&A 시장이 늦게서야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을 포함한 우리금융그룹(회장 이팔성) 매각이 지난해에 이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7월 27일 3차 매각 예비입찰이 불발되면서 다시금 해를 넘기게 됐다. 매각 이틀 전인 같은 달 25일 KB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고심 끝에 입찰 불참을 선언했고 사모펀드(PEF)들 역시 한 곳도 입찰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2010년 1차 매각 시도는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자사주 매입 방식을 추진했으나 정부 측이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거부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2차 매각 시도는 산은금융지주(회장 강만수) 등이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을 변경하면서까지 특혜를 제공하려 하자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산은금융이 돌아서고 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사모펀드마저 경쟁자가 없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을 둘러싼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물론 5대 증권사로 분류되는 우리투자증권(사장 황성호)이 속해 있어서다. 증권 부문이 약한 KB금융이 다시 한 번 우리금융 인수에 출사표를 낼 것이라는 예측도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또한 산은금융은 홍콩상하이은행(HSBC) 개인금융부문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같은 달 31일 협상이 결렬돼 중단했다. 사실상 인수 철회인 셈이다. 산은은 지난 4월 HSBC와 개인금융부문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개월간 인수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직원 승계 등 고용 조건을 두고 상호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백지로 돌아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매물로 쏟아졌다. 이트레이드증권(사장 남삼현)을 비롯해 아이엠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처럼 알려진 매물들은 이미 눈독을 들인 후보군이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경우 KT(회장 이석채)와 중국 증권사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으나 공식적으로는 검토 중이다. 아직 의향을 밝히지 않은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이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지분의 86%를 보유한 G&A 사모펀드는 이트레이드증권 매각방침을 밝힌 후 연내 기업실사를 추진했지만 아무래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대형증권사 중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로 인해 매각이 기정사실화된 우리투자증권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대우증권(사장 김기범)은 산은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룹에서 매각설을 부정하는 현대증권(사장 김신·윤경은), 동양증권(사장 이승국) 등도 잠재적 매물로 점쳐지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이들 증권사가 매물로 거론되는 이유는 각 그룹사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증권은 그룹 차원의 일축에도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동양증권도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결국 자금확보 차원에서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중소형사의 경우 업황 부진과 사모펀드들의 이익 실현 차원에서 매물이 쏟아졌다면 대형사의 경우 예정된 매각 수순 또는 그룹사의 위기로 인해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곧 빅딜이 몰리면서 인수 후보간 눈치 싸움이나 매물 증권사간 몸값 올리기 경쟁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동양생명(사장 구한서)과 ING생명 한국법인(사장 존 와일리)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분의 57%를 보유한 보고펀드가 지난 5월까지 한화생명(부회장 신은철)과 가격을 협상했으나 골프장 인수 문제 등으로 견해차가 벌어지며 결렬됐다.

앞서 보고펀드에 지분을 넘긴 동양그룹(회장 현재현)이 환매콜옵션을 행사해 동양생명을 되찾아올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현재 보유한 동양증권까지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는 만큼 동양생명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들어선다고 해도 회수 여부는 미지수다.

ING생명 역시 매각 대장정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KB금융은 지난 18일 이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올해 내내 KB금융은 우리금융·동양생명·ING생명 등 관심을 보였던 모든 M&A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물이 넘쳐도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것은 견해차 외에도 인수후보자들이 정권 말 보신주의에 물들어 있는 탓이 크다”면서 “빅딜들이 모두 연말을 넘기면서 올해보다는 내년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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