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줄이지 못하고 텃세에 밀렸나

  경영악화로 떠난 글로벌기업 탓에 국내 업체 간 독과점 형성 엿보여
일부투자자, 자산운용사 철수 불안심리 요인으로 꼽아…시장상황 불투명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서 철수 또는 사업을 축소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IT계열은 물론 외국계자산운용사까지 한국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업체와의 기술격차를 줄이지 못했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시장에 적응을 못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조차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변변한 마케팅 행사를 펼치지 못한 것이 점유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왔다”며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의 추락으로 국내 기업 간 독과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해외에 나가있는 국내기업들은 어떠할까. [일요서울]은 2012년 한국을 떠나는 글로벌기업과 해외에 나가있는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한때 검색포털 1위에 올랐던 야후코리아의 철수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10월 중순. 당시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야후에 대한 인지도가 다른 포털보다 낮아도 야후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야후의 몰락은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야후코리아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 한국 비즈니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1997년 9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지 15년 만이다.

야후는 “한국에서의 사업이 지난 몇 년간 도전 과제에 직면해 왔다”며 “야후의 비즈니스를 개선하고 장기적 성장과 성공을 위한 더 강력한 글로벌 비즈니스 수립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야후의 국내 시장 철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금세 잊힐 정도로 외국계기업들의 한국철수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무선호출기와 90년대 세계 최경량 폴더폰 스타택까지, 혁신적인 이동통신제품을 생산하던 모토로라도 27년 만에 국내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슬라이드폰 레이저로 2006년까지는 세계 1위를 지키며 버텼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모토로라는 지난 10일 직원 500여 명에게 공식 철수 시점인 내년 2월까지 퇴사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의 한국 철수는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5월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 부문인 모토로라모빌리티 지분 100%를 125억 달러에 인수한 구글이 지난 8월부터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고, 한국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격 철수했다.

글로벌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한국 시장에서 회생의 기미가 없자 전격 폐쇄를 결정한 것인데, 모토로라는 대만 HTC에 이어 국내에서 사업을 접은 두 번째 외국휴대전화 업체로 기록될 전망이다.
HTC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국내에 입성했던 국내에선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업계는 이들이 기술의 진보를 가장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의 특성상 IT제품의 ‘테스트 베드’로도 불리는 한국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게 철수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국내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고 매출도 1%대를 지속하다보니 철수방침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업체들이 사업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돌아갈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모토로라의 경우처럼 이미 시장에서 선택을 외면당한 업체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예상되는 피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의 철수는 다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한 이후 한 달간 해외 운용사에서 1600억 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갑작스런 폐업 신고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환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SC그룹도 한국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아비바생명도 철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들 자산운용사는 규모도 크고 불안해하는 투자자들로 인해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이 불기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는 “적절한 경쟁이 있어야 해당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독과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은 기업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긍지로 해외에서도 활약 중
그렇다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어떨까. 국내에 입성했던 해외기업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의 마케팅을 펼쳐 현지에 적응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부회장 이재용)는 ‘갤럭시 노트2’를 지난 9월 출시하며 한국을 비롯한 홍콩·인도네시아·남아공·중국·미국 등에서 대규모 ‘월드 투어’를 진행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회장 정몽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일본 등 현지의 최고 자동차와의 비교 광고를 통해 현대차만의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때때로는 현지의 텃세로 인해 부당한 이미지가 알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매출신장과 기업이미지 향상에서 항상 우위를 점치며 해외에서 자사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모색 중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인재를 모십니다’라는 인사 광고를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수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외국 수출의 길을 열고 그 안에서 일을 할 인재를 뽑는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기업들의 외국진출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다.

인재개발부 관계자는 “한국인은 뭐든지 해내려는 끈기가 강하다. 해외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치기 위해 노력하고, 경영진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을 많이 하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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