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그린벨트 훼손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30일 경찰은 한강상수원보호구역 내에 별장을 짓거나 그린벨트를 불법 전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들 가운데는 전직 시의원과 대학교수, 법조인,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현직 시장의 동생 및 연예인 같은 부유층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재산 불리기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검은 손길이 급기야 그린벨트에까지 미쳤다는 사실은 황금만능주의 앞에 무너진 도덕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린벨트는 돈벨트”

그린벨트내 개발행위는 건설교통부 장관,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의 승인 또는 허가를 받아 구역설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일부 사회 지도층 및 부유층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들은 그린벨트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공공연히 이용해 온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그린벨트를 임의적으로 훼손한 뒤 불법으로 개조함으로써 임대수익과 시세 차익을 챙겨온 이들이 경찰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경찰이 그린벨트 불법용도변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 11월 중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하남시의 그린벨트 지역에 축사허가를 받고 건물을 지어 상업시설로 불법 용도변경해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경기 양평군 일대 임야를 현지 지역 주민 명의로 매입해 수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취한 변모(50)씨 등 3명에 대해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6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변씨는 그린벨트를 전원주택지로 개발한 뒤 2~3배 높은 가격으로 분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6개월 이상 거주한 원주민에게만 건축허가가 나온다는 법을 알고 있던 부동산업자 변씨는 2003년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현지 주민에게 한건 당 100만원 정도를 주고 빌린 명의를 이용, 양평군 그린벨트내 산림 5,000여평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를 고급 전원주택과 창고 등으로 개조, 높은 가격으로 분양했다. 이러한 수법을 사용해 변씨가 시세차익 및 임대수익으로 챙긴 돈은 무려 50억원에 달했다.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땅이 이들에게는 노른자땅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던 셈이다.

지도층 ‘막대한 임대수익’

특히 그린벨트 불법용도변경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람들 중에는 모 시의회 전 의장, 현직 시장의 친동생, 현직 시의원, 중견 가수, 모 지방대 교수, 중소기업 대표, 6급 공무원 등 부유층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모 지방대 교수는 1,500평의 임야를 2억여원에 사들여 전원주택을 지었는데, 현재 시가는 8억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4년전 하남시 그린벨트에 축사를 개조한 후 택배회사에 임대한 전 시의회 의장 조모씨는 5억원대의 임대수익을, 95년 창고로 변경한 현직 시장의 친동생인 이모씨는 5,000만원의 임대수입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부동산 업자는 “‘이렇게 하면 돈 된다’라고 정보를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능한거예요. 정보가 돈을 끌어들이고, 돈이 돈을 부르는거죠.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정보에 빠른건 당연한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부유층일수록 돈벌기가 쉬운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그 양반들에게 법은 안중에도 없어요. 단속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니 웬만해선 겁도 안내죠. 걸리면 벌금내고 치운다는 식이에요”라고 귀띔했다.

불법용도변경 공공연한 비밀

경기도 남양주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그린벨트를 불법으로 용도변경해 수익을 누리는 수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말이 그린벨트지, 불법으로 건축하고 형질을 변경해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이 일대만해도 엄청날겁니다.”이 수법은 ‘돈되는 땅’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답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솔깃해 할만큼 소문이 나 있으며, 비밀아닌 비밀로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분양업체들은 ‘그린벨트 지역에 고급 음식점이 들어서는 이유를 아십니까’, ‘엄청난 임대수익을 보장해드립니다’, ‘그린벨트내 음식점, 카페, 공장, 별장 가능’ 등의 문구를 내걸고 아예 대놓고 불법용도변경을 광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린벨트의 훼손으로 인해 환경오염을 비롯,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린벨트 용도를 변경해 쏠쏠한 시세차익 및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에 사람들의 검은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축사로 위장한 뒤 공장이나 창고 등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건축자재나 고물 등을 무단 적치하는 불법행위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만 봐도 터를 닦고 창고 골조를 세우는 신축 작업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은 수도권 상수원보호구역 특별관리지역인 양평·광주·여주·남양주·가평 등 경기 5개 시·군에서 산지 전용허가 건수가 무려 1,954건(93만9,267평)에 이를 정도로 부유층의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판단,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 공무원 유착 의혹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유독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공무원의 개입여부다. 사회 지도층 인사 및 부유층들과 해당 공무원간에 검은 커넥션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 경찰은 부와 정보를 소유한 사회지도층들이 도내 공무원들과 결탁할 경우, 또 이들로부터 향응 등의 대가를 받은 공무원들이 알고서도 묵인할 경우, 그린벨트내 불법행위를 뿌리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이들이 그린벨트를 불법변경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주민 명의로 산지 전용허가를 받게 해주는 대가로 알선료를 받은 모 설계 사무소 소장과, 변씨에게 돈을 받고 담당 공무원들에게 산지전용허가 청탁을 빌미로 식사를 제공한 브로커 등 ‘제 3자의 인물’이 개입되어 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은 모 시의회 전 의장 등이 관련된 것으로 짐작컨대, 그린벨트내 불법행위를 단속해야할 해당 공무원들이 이를 알고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이 향응을 받고 산림훼손을 방조하거나, 권력층 친·인척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선별적인 단속을 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농축산 시설물을 가장한 불법 용도 변경이 3,000여건에 달하지만 단속이 미미한 점에 주목, 지도층들의 청탁성 압력으로 인해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단속을 못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