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A씨와 제 3의 인물 사이 금품오간 정황 포착 추적 중

새 정권 수사권조정 앞두고 검·경 진흙탕 뒹구나
경찰 “K씨 폭로 내용은 소설” K씨 “안정된 직장 미끼로 회유”

박근혜 정권 출범을 앞두고 검경수사권조정 여부에 정·관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검찰에 이어 경찰내부에서도 고위인사 비리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측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K씨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고위인사와 관련,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여부를 은밀히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씨가 폭로하는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K씨가 폭로하는 내용 외에도 문제의 고위인사와 관련된 다른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 <뉴시스>


K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4월 말께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 고위인사 A씨가 2005년 12월께 야권인사 B씨를 찾아가 인사청탁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K씨가 관련사실 일부를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문제는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논란이 일자 K씨는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K씨는 보도 내용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고 결국 논란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11월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당초 A씨의 인사청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던 K씨가 “실은 그때 내가 폭로했던 언론보도 내용은 사실이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K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가 “네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을 바꾸라”며 K씨를 회유했다는 것이다.
K씨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A씨는 말을 바꾸는 조건으로 나에게 안정된 직장을 내밀었다”며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그 유혹에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자신이 다시 폭로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A씨는 직접 나에게 지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기사내용을 반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K씨에 따르면 A씨는 자신과 매우 가까운 지인으로 보이는 D씨를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K씨는 “파문이 확산되자 다급해진 A씨는 나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줄테니 D씨를 찾아가 그와 함께 반박문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래서 D씨의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전화로 그가 A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반박자료를 작성한 뒤 나에게 그대로 언론에 밝히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경찰판 비열한 거리

K씨는 약속받은 안정된 직장을 제공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 사건 이후 신망을 잃어 삶이 피폐해졌다.
K씨는 “A씨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신의가 털끝만큼도 없다”며 “직장을 소개시켜주는 것처럼 시늉만하고 사안이 마무리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연락을 끊었다”고 분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실제로 K씨가 단지 직장을 알선해주겠다는 제안만 받았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K씨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A씨가 입장 번복을 해주는 대가로 내민 것은 직장 알선이 전부다”라며 “돈을 주겠다고 했으면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간에서 역할을 했던 D씨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K씨의 주장을 증언해 줄 유일한 사람이 D씨이지만 그가 A씨의 측근이라면 바른 말을 해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D씨는 “나는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K씨나 A씨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일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K씨는 “내가 D씨를 만났다는 것은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 입증되는 부분”이라며 “그리고 D씨가 A씨와 가까운 관계라는 것도 아는 사람은 많다. 경찰 내에서도 아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D씨가 A씨의 측근이라는 K씨의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D씨에 대해 알고 있는 한 인사는 “D씨가 A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인사도 “그런 이야기(A씨와 D씨가 가깝다는)를 직접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관계를 일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모르는 사람이며 K씨가 주장하는 내용도 모두 처음듣는 소리라는 게 A씨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K씨는 “D씨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소개로 A씨를 알게 됐다’고 했다”며 “내가 알기로 그들은 여러 번 골프도 같이 쳤다. 그런데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K씨는 못 믿을 사람”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K씨가 말하는 내용은 전부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쪽에서 여러 방법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며 “일전에 언론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문제가 불거지자 스스로 다시 말을 뒤집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와 다시 말을 바꾸고 있는데, 그 사람의 말이 어떤 게 진짜인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이미 자체적으로 K씨의 증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결론났다.
이에 대해 K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여러 증거들을 공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다음은 K씨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A씨에 대해 폭로했다가 뒤집은 이유가 무엇인가?
▲ 안정된 직장을 마련해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 그렇다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다시 폭로를 한다는 말인가.
▲ 결론적으로 상황이 그렇게 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폭로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저들이 약속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나를 허위사실이나 유포하는 공갈협박범 정도로 매도하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 직장은 왜 구해주지 않은 것인가?
▲ 구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M사에 나를 추천해줬고 나에게 “그 회사에 가서 면접을 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회사에 가봤더니 당분간 자리가 없어 일자리를 주기 힘들겠다고 하더라. 직감적으로 내가 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채용할 의사가 분명치 않아 보였다.  

- 일부에서 K씨가 A씨로부터 직장 알선 외에 수고비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 전혀 사실무근이다. 취직만 시켜주겠다고 했지 어떠한 금품도 받은 적 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금품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 A씨의 비리와 거짓말을 반드시 밝혀내고야 말 것이다. 나를 기만한 그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오병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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