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경북 경산경찰서에서 축구 국가대표 출신 A씨가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 일어났다. 고소인인 정모(35)씨가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경찰에 호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이번 사건은 ‘한 선수의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주변에서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명 스포츠 스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이 사건에 대해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정씨의 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사건의 은폐, 축소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구단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

A씨의 내연녀라고 주장하는 정씨는 지난 10월27일 경찰서를 찾았다. 정씨가 경찰서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월드컵 영웅’ 축구 국가대표 출신 A씨는 지난 1997년 경주에서 정씨를 처음 만났다. 모 가수를 만나는 자리에서 ‘눈 맞은’ 이들은 A씨가 먼저 연락을 취해 만나게 됐다. A씨와 정씨 모두 각자의 가정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불륜’사실이 알려질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이를 빌미로 자주 만남을 가졌다. 몇 번의 만남을 거듭하며 점점 사랑을 키웠고, 8년 여간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대범한 ‘애정행각’을 벌이게 됐고 결국 정씨는 ‘임신’하게 됐다. 이미 가정이 있는 A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A씨의 부인 역시 둘째 아이를 가진 터였다. ‘유명스타’인 A씨 덕분에 언론은 둘째 아이를 임신한 그의 부인에게 집중됐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이란 컨셉으로 A씨 가족의 생활은 이미 몇 차례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에 실망한 정씨는 낙태를 결심한다. 아이를 지운다는 사실에 마음은 아팠지만 A씨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낙태 후 심한 후유증에 시달린 정씨는 이참에 A씨와의 만남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정씨의 A씨에 대한 마음이 시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본처’가 아니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 뿐. A씨는 연락을 끊은 정씨에게 끈질기게 연락을 했고 ‘못 이기는 척’ 정씨는 A씨를 다시 받아줬다.

외도 눈치 챈 남편과 이혼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챈 정씨의 전남편은 매일같이 정씨를 추궁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 매일, 부부싸움이 커지자 결국 99년 4월에 이혼을 하게 된다. 이제 홀가분한 ‘솔로’로 A씨와의 ‘재혼’만이 남은 것이다. 이게 부담이 됐던 것일까. A씨는 정씨와의 만남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1주일에 2~3번 만났지만 지금은 한 번 만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했다. 변한 A씨의 행동이 못마땅한 정씨는 2002년 또다시 관계를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다. 정씨 입장에서 ‘관계정리’는 단순히 남녀간의 ‘이별’을 뜻하는 것만은 아닐 터. ‘공인’으로서 위협을 느낀 A씨는 그때마다 ‘너밖에 없다’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너’ ‘부인과 이혼할 테니 나와 재혼하자’ 등의 말로 정씨를 안심시켰다.

이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정씨. 이후 그들은 또 한번 대범한 애정행각을 벌인다. 올해 초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예쁜 ‘공주님’이다. 지난 4월에는 정씨 딸의 백일잔치에 A씨가 참석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내연녀’와의 ‘가족사진’인 셈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고 했던가. 끈질기게 내연 관계를 유지해 온 이들 사이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이들 사이는 지난 5월부터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씨가 A씨로부터 일방적인 관계정리를 통보받았던 것. 이는 결혼을 전제로 8년간 관계를 지속해 온 정씨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정씨는 A씨와 일단 만나야 했다.

딸 아이의 호적 문제도 의논해야 했고 무엇보다 변심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A씨는 끝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정씨의 A씨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다. 그렇게 5개월간 잠적 중인 A씨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정씨는 경찰서에 찾아가 이 사실을 모두 알렸다. ‘유명스타’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이 사건은 정씨의 진술서에 등장하는 모 가수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품 등을 중심으로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내사 중’인 사건이라 아직 진척 여부는 알 수 없으나 A씨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센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A씨 소속 B구단 관계자 입장“사건 진위 여부 확인하는 중”

B구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계자는 우선 “사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A씨와 연락도 되지 않아 본인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 A씨의 요즘 생활은.
▲ 현재 서울에서 재활치료 중이다. 거의 한달 정도 됐다. 조만간 재활치료가 끝나는대로 팀에 합류할 것이다.

- 일각에서는 A씨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 전혀 근거 없는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다.

- 구단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 사법기관의 판결이 나오면 그때 A씨에 대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그 전에는 어떤 계획도 없다. 지금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

# 경북 경산경찰서 관계자 입장“민감한 사건이라 더 이상 말 할 수 없다”

사건을 맡았던 경북 경산경찰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때문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모든 질문 공세에 무조건 “할 말 없다”고 일축하거나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 정씨가 진술한 내용을 설명해 달라.
▲ 사건 내용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워낙 민감한 사건이라 더 이상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 현재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간 상태다. 그쪽에 연락해보라.* 대구지방검찰청 보안 1과 관계자의 말.

- 현재 A씨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이 사건은 특별히 지휘 받으면서 수사하기 때문에 현재 전산망에 뜨지 않는 실정이다. 검찰 수사가 끝나야 사건 진위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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