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부산의 G중학교에서는 급우간 끔찍한 폭행치사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네티즌에게 호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학교폭력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끔찍했다. 특히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을 둘러싸고 유가족과 학교측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교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이 5천건 이상 올라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 네티즌들이 가해자를 규탄하고 죽은 홍군의 넋을 위로하는 서명운동 및 집회를 열기로 함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지난 10월초부터 인터넷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학교에서 잘 키운 아들이 죽어서 돌아왔습니다’라는 글이 나돌기 시작했다. 급우의 폭행으로 사망한 한 학생의 어머니가 올린 장문의 글에는 사건의 경위 및 아들이 죽어간 과정, 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혹 등이 자세히 적시돼 있다. 또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사건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학교측에 대한 비난도 담겨 있다.

“내 아들은 이렇게 죽어갔다”

사건은 10월 1일 토요일, 2교시 수학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에 발생했다. 홍모(14)군이 다른 친구에게 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최모(14)군의 팔에 책이 스친 것이 사건의 발단. 홍군은 ‘미안’이라고 말하며 지나갔는데, 최군은 홍군을 불러 “책이 내 몸을 스치게 한 이유 5가지를 말해”라고 했다. 이유를 한 가지씩 댈 때마다 최군은 주먹으로 홍군의 가슴부위를 가격했다. 홍군은 다섯 대를 다 맞고 교실문을 나섰으나 최군은 홍군을 다시 불러 때리기 시작했다. 홍군이 쓰러졌음에도 발로 가슴을 밟고 나중에는 의자로 내려찍는 ‘잔인한’ 폭행은 계속됐다. 결국 홍군이 게거품을 물며 의식을 잃었음에도 최군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학생들은 말리지 않았던걸까. 목격자들에 따르면 최군은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짱’이다. 178cm의 키에 70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최군은 이웃학교 학생들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는 것. 싸움은 물론 전교 2등으로 공부도 잘하는 최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학생들은 시비가 붙을 것이 두려워 눈도 마주치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친구들이 외면하는 사이 홍군은 교실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병원으로 옮겼을 때 이미 홍군은 폐가 2/3이상 파열되고 지주막하출혈로 머리 전체에 피가 고여 수술을 해도 가망이 없는 치명적 상태였다. 결국 홍군은 4일을 버티다 사망했는데, 6일 부검 결과 홍군의 사망원인은 동맥파열로 나타났다.

꼬리를 무는 의혹들

홍군의 부모는 가해자와 학교측이 사건을 축소시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홍군 어머니의 글에 따르면 최군의 부모는 재력도 있고 학부모회 중책을 맡고 있어 학교측과 손을 잡고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의 실수였다’, ‘XX이가 재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는 것. 학교측 역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입단속을 주지시키고 있다는 것이 홍군 어머니의 주장이다. 또 최군의 무리들이 병원에 오는 친구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진실된 말을 하기 힘들다는 것.

홍군의 부모가 제시하는 사건의 의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생들은 뭘 하고 있었나. 홍군의 어머니는 짧은 쉬는 시간 동안 아이가 ‘맞아죽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의 지도하에 안전을 보장받아야할 아이가 교실안에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둘째, 왜 즉시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나.홍군이 폭행을 당해 쓰러진 시간은 대략 오전 10시45분경. 그러나 홍군이 병원으로 후송된 시각은 11시 10분경으로 홍군은 교실에서 20분이상 방치된 셈이다. 가족측은 “체육교사가 인공호흡을 했다고는 하나 차로 1분 거리임에도 구급차를 기다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학교는 왜 사건을 은폐하려드나.홍군 가족측은 학교가 사건을 가리기에만 급급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교측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게시물을 지우고 학생들의 입단속을 시키는 등 흉흉한 분위기를 수습하기에만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학교는 왜 학교폭력에 손놓고 있었나. 홍군의 어머니는 한 학년의 절반이 지난 10월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던 최군을 담임조차 간파하지 못했으며, 학교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점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학교측과 유가족측의 공방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책임’여하를 떠나 꽃다운 중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이다.

# 학교측 “루머에 곤혹스럽다”

학교측의 입장은 유가족의 주장과 다르다. 사태가 커지자 학교측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해명글을 실어 놓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학교측은 우선 사건 발생 열흘째가 될 동안 침묵했다는 비난에 대해 ‘홍군의 영결식에 힘을 쏟느라 설명을 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학교 교감과의 일문일답.

- 왜 홍군을 즉시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나.▲ 의식을 잃은 상태여서 함부로 옮길 수 없었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응급차에서 산소호흡기를 꽂는 등 응급조치를 했는데, 만약에 승용차나 택시로 옮겼더라면 그런 응급조치를 할 수 없지 않았겠나.

- 최군이 학교에 나온다던데. ▲ 근거없는 루머다. 사건이 발생한 10월1일 2교시 쉬는 시간 후 홍군 아버지가 경찰서에 신고했다. 학교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하던 경찰이 최군을 10월 1일 부산진경찰서로 데려갔고 그후 최군은 등교한 적이 없다. 최군은 11일 부산지방경찰청에 송치된 상태다.

- 최군 부모님이 재력가인데다가 학교운영위원이라 학교측에서 사건을 은폐시키려한다는 의혹이 있는데.▲ 학부모 운영위원 선출을 위해 학부모회 총회(3월)에 어머니가 참석한 바는 있으나 학교의 운영위원도, 임원도 아니다. 최군의 집안과 부모님의 재력에 대한 얘기는 모두 헛소문이다. 최군 아버지는 소규모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학교를 방문한 적이 없다. 기부금도 받은 적이 없다.

- 학교 홈페이지의 글을 삭제해 의혹을 사고 있는데.▲ 삭제한 사실이 없다. 단 실명이 거론되거나 사진이 게시되는 경우, 인권침해의 요소가 되기 때문에 삭제했다.

- 유가족들은 뭐라하나. ▲ 가해자측의 사과 및 사건의 사실규명,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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