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그룹은 黨… 전문가그룹은 정부… 측근그룹은 청와대行

▲ 지난 27일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임명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박 당선인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있는 김용준 위원장.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현재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구성돼 정권 이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에선 차기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 자원 배치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당선인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측근그룹은 청와대 행이 유력해 보이며, 대선 기간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 그룹은 정부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도 일부 중진 인사들은 당에 잔류한 채 새 정부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1월 말이나 2월 초께 윤곽이 드러날 차기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면면은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로 지목된다. 그런 만큼 박 당선인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차기 인선 방향을 놓고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물밑에선 이미 일부 인사에 대한 인선 내용이 오가면서 ‘박근혜 정부’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개국공신 가운데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중진그룹은 당에 잔류해 박 정부와 호흡을 함께하고, 이정현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측근그룹은 청와대에서 박 당선인을 보좌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한구, 김종인, 안대희 등은 전문가 그룹을 형성해 정부요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무성, 황우여 등 黨 잔류... 朴 지원

박 당선인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 조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집권 여당 핵심 인사들의 지도력과 리더십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선 직후 “할일이 끝났다”며 지방행을 택한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은 내년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하다. 이후 당대표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경북 포항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산 영도 출마설도 거론된다.

김 전 본부장이 최근 몇몇 측근들과 함께 경북 포항 일대를 비밀리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집권 여당을 이끌며 박 당선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밖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숨은 일등 공신인 서병수 의원도 당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서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기득권 포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 의원이 부산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 비서실장 출신인 이학재 의원도 “새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며 당 잔류 의사를 내비쳤다. 이 의원 역시 다음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마설이 제기된다.

‘무한신뢰형’ 대거 청와대行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향할 인사는 박 당선인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오랜 기간 그와 손발을 맞춰온 측근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박 당선인이 그간 ‘측근 정치’를 펴왔다는 점에서 무한신뢰형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통령실장ㆍ경제수석ㆍ안보수석 등 청와대 ‘빅3’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대통령실장에는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한 권영세 전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 의원, 유정복 의원,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다만, 현역 의원은 가급적 지역구를 지키도록 한다는 게 박 당선인의 의중인 만큼 현역 가운데 청와대 이동 인사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유 의원은 당에 머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의 핵심 정책통인 안종범 의원(비례대표)은 청와대 입성이 유력하다.

이 외에도 오랫동안 ‘박근혜의 입’으로 불린 이정현 최고위원과 캠프 대변인을 거쳐 인수위 대변으로 임명된 박선규 대변인은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으로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박 당선인의 ‘복심’으로 통하며, 박 대변인은 정무적 판단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정무수석에는 이성헌·권영진 전 의원과 서장은 전 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 모두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청와대 행이 유력시된다. 또 대변인으로는 조윤선·정옥임·박선규·안형환 전 선대위 대변인 등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요직은 능력위주 탕평인사

박 당선인이 평소 능력위주로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정부요직에는 ‘친박 측근그룹’보다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실무형 인사를 대폭 인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한광옥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총리급의 대통령 직속위원장 자리 등이 검토되며,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대선 후 퇴장’을 선언했음에도 국무총리나 감사원장 등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을 제외한 감사원장·국정원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5대 권력기관장’은 잔여 임기가 남았음에도 전원 교체가 점쳐지며, 국방 및 정보라인은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국방·안보 공약을 총괄했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 1순위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경제부처 수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김학송·이혜훈·조윤선 전 의원이 입각 대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조 전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문화관련 부처를 담당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가장 관심을 끄는 국무총리 후보군에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롯해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 한광옥 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밖에도 대탕평과 대통합 인사로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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