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개혁 후 安 합류 vs 安 포함한 정치개편

▲ 지난 28일 민주통합당 의원총회가 열린 가운데 박기춘(우측) 신임 원내대표가 정견발표에 앞서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대선 패배에 대한 후폭풍으로 정계개편의 쓰나미를 맞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의 연대론을 제기하며 또 다시 ‘안철수 바라기’를 시도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통합당이 분열, ‘안철수 신당’에 민주통합당이 흡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 개혁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이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며, 민주통합당과 안 전 후보의 연대를 놓고 백가쟁명식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길 잃은 민주, ‘또 다시 안철수만…’

“안철수 창당이 변수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안 전 후보의 선택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며 안 전 후보는 여전히 야권의 ‘변수’라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를 둘러싸고 적잖은 내홍에 휩싸인 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적절한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후보는 민주통합당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대선 전과 마찬가지로 안 전 후보를 향한 민주통합당의 구애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더욱이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민주통합당 일부 인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안철수 바라기’에 한몫 하고 있다.

리모델링론... “일단 당 수습부터”

민주통합당 내부에선 당 쇄신을 둘러싸고 ‘리모델링론’과 ‘발전적 해체론’이 맞서고 있다. ‘리모델링론’은 현 체제 하에서 쇄신책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지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수습한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고 간판을 바꿔 달자는 주장이다. 이후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와 합류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된다.

당 주류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안 전 후보나 다른 분들이 현재의 민주당 상태라면 오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먼저 민주당을 정비하고 준비를 갖춘다면 그분들과 함께 더 큰 민주당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전당대회를 열어 좋은 당 대표 및 지도부를 구성,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이 주가 돼 먼저 정비하고 거기서 더 큰 민주당으로 갈 수 있도록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당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친노계 전해철 의원은 “신당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민주당에 실망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잘 알아야 한다”고 언급한 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신당을 할 수 있는 자체 개혁과 혁신이 더 필요하다”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의 강기정 의원은 ‘안철수 신당론’에 대해 “과거 우리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열과정을 겪어봤다”며 “안철수 독자 신당은 결국 민주당이 분열되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개혁, 진보, 민주세력의 분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새 정치 공동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발전적 해체론... “모두 바꿔야”

‘발전적 해체론’은 민주통합당과 안 전 후보 그리고 시민사회 및 진보세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진영을 구성, 거대 야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는 대선 전부터 제기된 빅 텐트론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민주통합당의 기득권 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노(비주류) 측에서 요구하는 발전적 해체론은 신당 창당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4.11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참패한 만큼 친노 중심의 리모델링이 아닌 안 전 후보 등이 중심이 돼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비주류 모임인 ‘쇄신모임’ 측 안민석 의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안철수를 포함한 48%의 지지자들(문 후보 득표율)을 담을 수 있는 국민신당이 만들어져야 된다”며 “앞으로 민주당은 신당을 짜는 일부 한 축일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발전적 해체론에 불을 댕겼다.

그는 또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새 집을 짓자는 입장과 리모델링하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데, 국민적 기대에 맞는 새로운 결심이 필요하다”며 “창조적 파괴 수준의 강도 높은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김동철 의원 역시 같은 날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체질과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까지 가지 못한다면 대폭풍 또는 외부적인 원심력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전체 판이 새롭게 짜이지 않은 채 리모델링 수준으로 민주통합당이 변화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주류(친노) 측은 당 쇄신 후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와 합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반면, 친노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비주류 인사들은 전면적인 당 개편을 요구하며 안 전 후보를 포함한 새로운 모습의 야권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될 경우 비주류 가운데 일부 인사는 안 전 후보와 뜻을 함께할 가능성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내 일각 ‘안철수 역할론’ 회의적 반응

야권발 정계개편의 핵심은 안철수 전 후보로 집약된다.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느냐 민주통합당 내부에 들와서 당 개편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모습도 상당부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다수의 바람과 달리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와 당 쇄신을 주도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희박해 보인다. 이와 관련,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전 후보의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주통합당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결국 안 전 후보의 선택에 따라 민주당이 회복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지만, 지금으로선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선 ‘안철수 역할론’에 회의적 반응도 제기된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핵심 인사는 지난 26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의 대선 패배는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영향력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안철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새 정치를 구현하는데 있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에는 상당부분 동의하면서도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오는 순간 그의 새 정치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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