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 확정 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이어 찾은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민생·약속·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간결한 소감을 밝혔다. 절치부심 했던 지난 세월에 비해 소감은 아주 짧고 간단했다. 박 당선인이 성탄 전날에 찾은 곳은 난곡 사랑의 밥집이었다. 선거 때는 정치인이 찾는 단골 방문지였지만, 이미 대선을 끝낸 당선인 나들이 치고는 무척 뜻밖의 장소였다.


당선인의 첫 인사 작업도 아주 뜻밖이었다. 인사 스타일이 화제가 되고 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세상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국무총리는 누가 될 것이며,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감사원·검찰·국세청·경찰의 빅5 수장 자리를 누가 맡을 것인지에 세인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선거 다음날부터 공약 이행이 당장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리당은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새해 예산에 6조원을 증액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131조4000억 원으로 연간 26조3000억 원씩 필요하다. 박 당선인 측은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필요 재원의 60%를 확보하고 40%는 세제 개편과 기타 재정수입을 늘려 조달하겠다고 했다.


내홍에 빠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예산 증액 방침에 오만한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이 드세다. 논란은 갈수록 달아오를 전망이고 식을 기미는 좀체없다. 그렇다고 박 당선인이 공약을 거둬들일 인품도 아니다. 그의 당선에 절대적 영향을 준 것은 신뢰와 원칙이었다. 대선 당일 투표자 조사에서 박근혜를 택한 이유는 ‘신뢰가 가서, 약속을 잘 지킬 것 같아서’가 22%로 가장 많았다.


신뢰와 원칙은 바로 박 당선인의 상징처럼 돼있다. 신뢰와 원칙은 때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대단한 강점이다.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통해서 능력 발휘를 하게 된다. MB정권은 인수위원회 구성과 첫 조각부터 이른바 ‘고소영 정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특정지역과 측근 인사들을 주요자리에 돌려가며 기용하는 바람에 ‘회전문 인사’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인수위원 구성은 향후 5년의 국정을 이끌어갈 박 당선인의 컬러를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가 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는 불과 5년 전에 지켜 본 일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부터 당선인 결정 이후에도 대탕평인사를 기치로 내세웠다. 그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첫 임명한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에 대한 논란은 당선인이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데서 지지층의 갈채는 받았지만, 민주당 측의 심한 반발을 사서 대통합의 기조를 흔들어 놓았다. 이어 27일 구성된 인수위 명단은 극한 논란을 부르진 않았다.


당선인은 앞으로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 중요한 인사를 잇달아 단행해야 한다. 인사 후유증으로 국정운용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으려면 사전검증이 체계적 이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2013년 새해 희망을 박근혜 당선인에게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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