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벙어리 냉가슴 앓는 중!

▲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측근이 올린 ‘리스트’ 배제…대변인은 로봇?
친박, 인사문제 불만에도 “지켜보자”며 함구  

현재 인수위 인선은 박근혜 당선인이 혼자 결정하는 구조로 돼 있다. 윤창중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조차 봉인된 서류 봉투를 열고서야 알았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 혼자 결정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박근혜가 달라졌다. 독재자의 기질이 보인다”는 등의 험한 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출했다 언론에 거론되면 배척당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대통령이 된 이상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는 폐쇄적 구조 속에 있는 이상 박 당선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인수위 1차 인선을 둘러싼 박 당선인의 폐쇄적 인사스타일 막후를 살펴봤다. 

정권 인수인계 업무를 총괄할 인사로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이 인선되면서 새누리당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는 폐쇄적인 인사스타일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인수위 인선 발표 당시 윤창중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은 단상에 올라 기자들에게 보라는 듯 스카치테이프로 봉인된 노란색 서류봉투를 열고 인선 내용이 담긴 A4용지 3장을 꺼내 읽었다. 박 당선인이 밀봉상태에서 인선 명단을 건네주고, 인선 배경을 쓴 내용까지 그대로 읽었다는 점에서 ‘소통의 문’은 닫혀버렸다. 

인수위 인선 ‘침묵’

사실 인선 명단을 발표한 윤 대변인은 인선 배경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아무것도 답변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건네준 A4용지를 그대로 읽었을 뿐이다. 박 당선인의 오더에 대변인은 로봇처럼 따르기만 할 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 채 박 당선인의 일방적 인선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많이 달라졌다. 인사스타일을 봤을 때 박 당선인다운 인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뒤에서 조정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측근·전략·원로그룹 등에서 후보 리스트를 전달받은 뒤 박 당선인 혼자 꼼꼼히 살피면서 결정한다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핵심 측근들 중 한명이 올린 명단은 대부분 누락됐다”며 “일부 핵심은 이에 진노해 할 말을 잃고 침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친박계는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전부 입을 닫고 있다.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대부분 기용됐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감히 누구도 나서서 폐쇄적인 인선 문제와 관련해 비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면 ‘팽’당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박 당선인이 직언파보다는 충성파를 더 신뢰한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  관계자들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현재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에게 찍히면 분란만 일으켰다는 인식 때문에 ‘팽’ 당한다”며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몸을 사리고 있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친박 인사들은 폐쇄적 인사스타일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인수위 청년특위위원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의 비리 전력이 드러나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인사문제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시킬 경우 MB정부 출범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불통’이라는 말들이 많았는데 또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한다면 출범도 하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편, 박 당선인이 측근을 배제한 배경에는 ‘인수위원회에게 큰 힘을 실어 줄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집권 초부터 측근인사를 심었다가는 야당에 빌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윤 대변인 인선을 놓고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선”이라며 “인수위를 ‘실무형’으로 꾸린 이상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들은 짜집기 형태가 많은 만큼 인수위에서 이를 실현시키기 힘들다. 더구나 인수위에서 구체적인 정책들을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인수위는 큰 그림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정부와 청와대 멤버들을 구성할 때 측근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선초기부터 측근들을 심으면서까지 무리수를 던지면 야당에 공격빌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초기 MB정부와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 인수위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2개월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과적으로 정부·청와대 관료 인선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라는 것. 

실제 박 당선인이 27일 발표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 인사에서 친박 인사들이 철저히 배제됐다. 오히려 호남 5명을 중용하면서 대통합을 강조한 만큼 이들 모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회의적이다.

정부·청와대는 측근 기용?

그래서일까. 친박계는 내심 희망을 걸고 있다. “청와대·정부 관료 인선 때 측근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의 정책 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측근들이 대거 기용돼 박근혜 정부의 세부적인 정책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완성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은 급조된 것들이 상당히 있다. 큰 그림을 잡은 뒤 공약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난 것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판을 짜기보다는 박 당선인의 ‘OK’사인이 나야 공약으로 나왔던 만큼 짜집기식 공약이 많다. 일부에서 공약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선 측근들이 대거 기용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단 한 번 정한 원칙은 절대 바꾸지 않는’ 스타일상 인수위에선 친박 인사들이 배제되더라도 정부 관료 등에선 친박 인사들이 대거 기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1998년 정치권 입문 후 단 한 번도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았고, 이번 대선 캠프 구성원 대부분이 2007년에도 호흡을 맞췄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선 선거 기간 내내 “이명박 정부 때보다 인력풀이 더 좁다”는 평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독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친박계는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는데 배제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좌불안석이다. 지금 당 안팎에선 불만을 표출하기보다는 벙어리 냉가슴 앓으며 박 당선인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박형남 기자>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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