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국제 마약조직들이 한국의 주부, 학생 등 일반인들을 통해 한국내에 마약을 불법 반입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는 등 마약이 일반인들 사이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급속 확산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22일 마약을 탄 녹차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46)씨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 중순 경기도 부천시 중동 모 아파트에서 조모(44)씨에게 마약의 일종인 로라제팜을 넣은 녹차를 마시게 한 뒤 카드 도박판을 벌여 700만원을 챙기는 등 한달여 동안 5차례에 걸쳐 모두 7,4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김씨 등은 평소 알고 지내왔던 조씨가 마약이 든 녹차를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 진 틈을 이용, 카드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지난달에는 엑스터시와 대마초 등 마약을 복용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인기가수 K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K씨는 지난해 말 일본 요코하마시에서 엑스터시 1정을 받아 투약하고, 올 1월에는 자신의 집에서 대마초 0.5g을 흡입한 혐의다.마약범죄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국제 마약조직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들을 동원해 각종 마약류를 밀반입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도 동원

최근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적발된 홍모씨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수원지검에 구속 기소된 홍모(23·여·대학생)씨 등은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고 있던 유학생 또는 어학연수생으로, 이들이 캐나다로부터 호주, 일본,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류는 필로폰 50여㎏, 코카인 30여㎏, 엑스터시 1만여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마약 전과가 없는 학생들이었으나 폭력 조직원의 의도적인 접근과 친구 소개를 통해 필로폰을 운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사 결과 홍씨 등은 지난해 4월 마약책들이 ‘수고비는 물론 호주 여행을 시켜줄테니 필로폰 2㎏을 가지고 호주로 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른 유학생 4명과 함께 필로폰 10㎏을 몸에 숨긴 채 호주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다. 홍씨 일행은 비닐 팩에 넣은 필로폰 2㎏씩을 복대를 이용해 등과 배에 붙인 뒤 그 위에 랩을 감는 수법으로 마약을 감쪽같이 숨겼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로 필로폰 운반?

이런 와중에 최근 한국인 가정주부, 유학생, 막노동자 등이 국제마약 조직원들에게 속아 남미에서 코카인 등을 운반하다 무더기로 적발되는 충격적인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또 인터넷 광고를 통해 마약을 구입한 외국인 영어강사 등도 검거되는 등 마약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올 1∼5월 국가정보원, 관세청과 함께 집중 단속을 벌여 마약밀매 사범 137명을 적발, 76명을 구속하고 필로폰 등 마약류 65㎏을 압수했다.주부 장모(35)씨와 회사원 김모(36)씨 등 한국인 10여명은 국제마약조직원인 조모씨 등으로부터 보석을 옮겨주면 1인당 400만~5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는 지난해 10월 남미 가이아나에서 항공편으로 프랑스 파리 오를리국제공항으로 이동하다가 세관 검색에 걸렸다.

가방에는 코카인 37㎏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현재 프랑스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장씨는 ‘마약인 줄 몰랐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지만 마약소지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검찰에 따르면 조모씨가 가입된 ‘칼리카르텔’은 1990년대 초까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코카인의 대부분을 유통시켰던 세계 최대마약조직으로, 코카인 800~1,000t을 밀거래하며 매년 80억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1995년 두목이 체포된 이후 1,000여개의 군소 조직으로 나눠졌지만 여전히 2만5,000여명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아프리카나 남미인을 운반책으로 썼으나 감시가 심해지자 최근에는 ‘마약청정지역’으로 분류되는 아시아인을 포섭한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로 필로폰 운반?

검찰은 최근 이란·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의 마약 생산지인 ‘황금의 초승달’ 지역에서 생산된 아편 2.5㎏을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로 이란인과 한국인 애인 여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검찰은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마약류 판매광고를 보고 필로폰 등을 주문, 국제특급우편물로 위장해 마약류를 밀수입한 미국인 영어강사와 한국인 뮤지컬 음향감독 등을 체포하기도 했다.검찰 관계자는 “최근 일반인들의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지면서 마약조직들이 급속히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관세청, 경찰과 함께 마약범죄에 대한 보다 차원높은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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