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검증 앞두고 인간 시한폭탄 ‘째깍째깍’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밀실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정대웅 기자
박근혜 ‘베일에 싸인 밀실정치’…컨트롤 안 되면 컷팅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용퇴론…구박 vs 신박 대결
인수위 구성 실세 줄대기 한창…일부선 협박정치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 인선과 검증 과정에서 인간 시한폭탄에 발목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금까지 인선 과정을 보면 ‘대통합’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단어가 없을 정도다. 국민 감동도 주지 못한 채 폐쇄적 인사스타일, 구박과 신박 대결, 측근 줄대기 등의 고질적인 병폐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박정희를 쏙 빼닮았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인수위 인선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잠재우기보다 더 큰 논란만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핵심들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부터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다 ‘윤창중 용퇴론’이 친박 내에서 불거지는 등 박 당선인을 바라보는 친박계마저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박 당선인의 모습에 결국 ‘박근혜 정부 실패론’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이 50%가 넘는 득표율을 통해 당선됐지만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절반에 가까운 야권 지지층의 실망감마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인선 문제 등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박 당선인의 향후 행보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릴지, 아니면 인간 지뢰밭을 잘 헤쳐 나갈지 진단해봤다.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인선과정에서 보여준 인사스타일은 여전히 ‘불통’이다. 언론의 검증 공세 등을 피하기 위해 ‘밀실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웬만하면 언론에 공개되고 검증절차를 통해 ‘적격·부적격’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박 당선인은 이러한 과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수위 핵심인사들조차 박 당선인의 ‘입’ 외에는 어떤 인사가 인수위 후보군인지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아예 ‘웃음’으로 회피할 뿐이다. 때문에 ‘깜깜이 인사’를 통해 독재라는 이미지만 더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인선 과정 문제 투성
문제 있어도 GO~

하지만 새누리당뿐 아니라 정치권에 몸담은 모든 인사들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인사를 쓴다고 해도 공개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상 평가 절하된다”는 지적이 그것. ‘새로운 인물’, ‘깜짝 인사’가 오히려 구설수에 오르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고,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이 당선된 지 이제 3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당 주변에서는 엇박자 소리가 새 나오고 있다. “청와대·정부 인사풀을 가동하기보다는 박 당선인의 개인적 인사풀을 가동하다보니 ‘예상밖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 인수위 명단에 포함된 인사들을 파악하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시작단계이니 만큼 지켜보고 있지만 향후 ‘밀실인사'가 계속됐을 때 임기 초부터 박근혜 정부는 위기와 마주할 것이라는 경고도 당내에서 서슴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 상징적인 예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인선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썼던 글과 방송에서의 발언이 지나치게 편향적이었던 것으로 꽤 유명하다. 대통합을 외치는 박 당선인의 이미지에 해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통합 이미지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창중 용퇴론’이 불거져 나왔지만 박 당선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친박 유승민 의원 등이 “사퇴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박 당선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 정도로 ‘한 번 신뢰를 하면 버리지 않는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이 버티고 있는 이상 인사문제는 계속적으로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말 잘 듣는 인사들을 골라 배치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실제 윤 대변인은 박 당선인의 ‘밀봉 봉투’를 현장에서 꺼내, 공개할 정도로 ‘박근혜 로봇’ 역할을 확실히 했다”면서도 “김무성 전 의원, 유승민 의원 등을 컨트롤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기에 박 당선인 스스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친박계 간 불협화음
너도 나도 챙기자!

인사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서 박 당선인이 이를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항으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 친박계에서조차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내각 인선 역시 밀실인사로 갈 확률이 매우 높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측근들로부터 추천 인사들을 대거 받아서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이보다 인수위 인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철저히 비밀에 붙이며 자신의 인재풀을 최대한 가동했다. 개인적으로 직접 인사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번 믿고 쓴 사람은 결정적 실책이 없는 한 계속 기용하는 닮은꼴 용인술을 보여주고 있다”며 “다양한 세력 간의 경쟁과 견제를 유도해 2인자를 두지 않는 것도 닮았다”고 덧붙였다. 인사할 때마다 핵심 포스트 보직에 동일한 측근 인물을 재기용하기보다는 새 인물을 발탁함으로써 측근 그룹 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용하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수위 인선과정에서 친박계 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조 친박계와 신조 친박계 간의 권력암투를 비롯해, 원로끼리 2인자 자리를 놓고 권력암투를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원조 친박계’로는 권영세·최경환·유정복·이학재·김무성 등으로 분류되고, ‘신조 친박계’는 최외출·강석훈·안종범·김회선·안대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로 인사로는 7인회 멤버와 서청원 등을 말한다. 모두가 박 당선인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들 간에 인수위 인사 추천을 놓고 서로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 X표를 그어가며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갈등을 빚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인수위원으로 들어갈 경우 측근 인사 3명을 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윤 대변인은 OOO 사람이 꽂았다는 등의 말들이 많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확한 ‘팩트’는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인수위 인선과 청와대 인선 문제를 놓고 측근 챙기기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로 간에 불만이 꽤 많이 쌓여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영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등의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검증과정도 문제지만 측근 간의 자기사람 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인수위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MB정부가 인사 문제 때문에 임기초 ‘고소영 정권' 등 비판을 받으며 고생한 만큼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져 있다는 게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朴, 실세 접촉 안간힘
일부, X파일 들고 협박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이 구친박보다는 ‘신친박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 인선과정에서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인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듯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좀처럼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특별한 때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박 캠프에 정통한 인사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원조 친박계 인사들 중 일부들은 캠프에서 있을 때 ‘내가 언제부터 도왔는데…’라며 ‘당선되면 한 자리 꿰차야지’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원조 친박 인사들로 인해 한 동안 골치 아팠고, 때론 무기력했기 때문에 원조 친박계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배제하는 것 같다”며 “반면, 신친박계는 정책 등을 제안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많은 만큼 이들과 함께 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설명했다.  

반면 엇갈린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원조 친박계 인사들이 빠르면 1기 내각, 늦으면 2기 내각 때 대거 임명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친박계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를 삼기보다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단 최대한 몸을 사린 뒤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것. 자칫 구설수에 올랐다가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청와대·내각에 합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짙기 때문이다.

한편,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줄대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친박 핵심인사에게 줄을 대어야 청와대·내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내각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인사들은 최 교수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 최 교수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기 위해 기자들을 통해 알아보는 경우는 물론 영남대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까지 하고 있다. 일부에선 박 당선인의 보좌진들에게 줄을 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뿐만 아니다. ‘청와대 들어갈 멤버’를 나름대로 선별한 뒤 이들에게 줄을 대는 인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인사의 X파일로 손발을 꽁꽁 묶어 자신이 들어갈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협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상치않게 들린다. 일종의 ‘딜'을 통해 ‘함께 죽던지 같이 살자’는 반협박인 셈이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든 박 당선인의 ‘측근 인사', ‘밀실 인사'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측근 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인사 경쟁이 과열되는 모습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박 당선인이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은 박 당선인에게 인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취지는 좋으나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것.

대통령이 되면 1만개가 넘는 자리를 직접 챙길 수 없다. 측근들이 당선자 의중을 통해 인사를 단행하면 타의에 의해 ‘낙하산’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박 당선인은 임기 초부터 인수위 인선 과정, 줄대기 경쟁 등을 거치면서 인사문제로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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