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 개발 협력사업 남한 새정부 들어서면 본격화

김정일 "박근혜는 우리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남한 정치인" 발언 있었다.
전세계 주목 끈 로켓 발사에 담긴 경제 개발 키워드 '교통발달'이 첫단추


 [일요서울ㅣ오병호 프리랜서]  북한의 향후 움직임과 변화를 두고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은 대선을 앞두고 로켓을 쏘아 올려 전 세계의 주목을 끈데 이어 이번에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을 허용해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움직임이 박근혜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보여지고 있어 일부에서는 새 정부와 북한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남한과의 본격 협력에 앞서 그 포석을 까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가에서는 박 당선인이 북한과 몇 가지 중요한 남·북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프로젝트와 유사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북한 상황이 남한의 60~70년대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양극화된 모습에 지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로켓을 쏘아 동북아에 긴장을 조성하더니 이번에는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허용하자 북한의 속내를 짐작키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단 미국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두고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는 북한이 점진적 경제 개방의도를 표시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제협력 파트너에 미국도 포함돼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슈미트 회장의 방북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은 슈미트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이 지난 7일 북한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7시25분 기사에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구글회사대표단이 7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특히 리처드슨 일행을 ‘미국 구글회사대표단’이라고 표현해 구글 관계자들의 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공항에서 누가 이들을 맞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단장으로 한 9명의 방북단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국제항공 CA121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슈미트 회장은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다. 다른 수행원으로는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고문인 한국계 미국인 토니 남궁씨, 구글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의 재러드 코헌 소장 등이 포함됐다.

북한 경제개방의 조짐들

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표면적 이유는 식량사정 등을 평가하고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석방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방문은 인도주의 목적의 개인적 방문”이라며 “이번 방문은 미국 정부와 관련이 없고 나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에 있는 미국인 억류자를 만나 그의 상태를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 석방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날 지 여부에 대해 “그는 국가 지도자급만 만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북한의 외교, 국방, 경제 분야 관리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소식통들은 슈미트 회장 일행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방문한 게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그러한 목적에서의 방문을 쉽게 허용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북한의 식량사정 등을 평가하고 북한에 억류 중인 케네스 배씨의 석방문제를 논의한 것 역시 개인적 방문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개인적인 호기심을 위해 방문한 손님에 문을 열어주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구글 회장이 방북했다는 것은 매우 주의 깊게 분석해야 할 사항이다. 아마도 슈미트 회장 일행이 북한 측으로부터 먼저 방문 제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경제개방의 일환으로 IT분야 교류발전을 위해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허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도 있다. 슈미트 회장의 방북은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일종의 이벤트라는 것이다.

IT분야의 교류발전을 위해서라면 미국보다는 남한과 협의하는 것이 더 용이할 수 있다. 따라서 구글 회장의 방북은 남한보다 미국을 경제협력 우선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라는 이야기다. 동시에 경제 개방에 대한 일종의 신호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미국이 경제협력 파트너라면 남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북한이 북핵 협상 등에서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는 것은 남한과 미국을 하나로 보는 북한의 시각도 작용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과 IT분야 협력안을 타진한 뒤 남한과 실무 접촉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때 IT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북 협력안 이미 나왔나

실제로 연례 경제무역회의를 연 북한과 중국이 경제기술 협정을 맺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북한과 중국이 평양에서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7차 회의를 갖고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을 조인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또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구 관리위원회 사무청사 건설과 관련한 문건도 조인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북중 양국은 경제협력 방안과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 논의를 위해 이번 경제무역회의를 개최했다. 북중 양국은 2005년 3월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연 이후 1~2년에 한 번씩 후속회의를 열어 양국의 경제협력 현안 등을 논의해왔다.

이를 두고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개방에 필요한 완충장치를 확보하고 미국 한국 일본 등과 협력안을 차례로 논의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북 경제협력 시작은 자동차 분야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자동차 분야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속도로 등 도로 건설이다. 북한에 도로포장 사업 지원 등 육로 개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전부터 나온 것은 그래서다.

이는 과거 남한과 비슷하다. 경부고속도로의 탄생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남북한 경제개발은 이와 유사한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협력안 도출에 앞서 관계개선의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3일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일 북방한계선(NLL) 사수 발언 등을 언급하고 남한 당국이 연초부터 동족대결에 매달린다고 비난하고 “북남관계를 바로잡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하루빨리 실현하는 것은 전체 조선 민족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염원이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평통은 또 “민족의 재난을 막으려면 온 겨레가 우리민족끼리의 기치 밑에(아래) 힘을 합쳐 반통일대결세력을 반대하는 투쟁에 떨쳐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금후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박 당선인의 관계도 양측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방북 활동을 마친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10일 북한이 남북·북미 관계 개선에 강한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그들(북한 관리들)은 남한의 새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한 발언에 매우 고무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전향적 대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인수위도 5.24조치의 부분적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또 북한은 박 당선인을 크게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내부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박 당선인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박근혜 대표는 남한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2007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가 역시 당시 후보였던 박 당선인을 경선에서 누르자 북한이 크게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지난 2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한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제1위원장이 TV로 중계된 신년사를 통해 “한반도의 분단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과 남이 대결을 중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한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은의 TV 연설은 의외라며 북한 지도자가 TV로 연설한 것은 19년 전 김일성 전 주석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또 “경제대국 건설을 위한 결정적 전환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남북 경제협력과 더불어 교통분야 사업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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