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특정 계층에 속한 이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던 것으로 알려진 부부스와핑이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을 매개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과연 한국의 부부스와핑은 어느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성’에 대한 얘기를 하면 ‘음란하고 저질스런’ 사람으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부부간의 정숙한 섹스’만을 고집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부부스와핑 경험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인들은 성에 대한 관심 및 음란성에서 일본인이나 서양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기자와 통화한 스와핑 경험자 김모(34)씨의 주장이다. 스와핑에서 이뤄지는 성행위는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행태들이 많다는 것. 실제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스와핑 경험담들은 일반적인 성관계 행태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섹스 행태가 난무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갖가지 행태의 섹스가 스와핑을 즐기는 상당수 부부 사이에서 엄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변태행위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스와핑 경험자인 김씨는 “도대체 변태의 기준이 무엇이란 말인가”라며 무척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씨는 “섹스에 정상과 비정상이 어디 있으며, 있다면 도대체 그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는 비정상적인 섹스, 변태적인 섹스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독특한 행태의 섹스를 모조리 싸잡아 비정상으로 치부한다면, 정상위가 아닌 다른 섹스체위 역시 비정상으로 봐야 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김씨는 “스와핑을 즐기는 이들은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성행위를 한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오히려 스와핑 과정에서는 틀에 박힌 섹스가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음탕함으로 뒤범벅된 섹스가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 스와핑의 세계에서는 ‘알아도 모르는 척’, ‘고상한 척’,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섹스’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한국인들이 유독 부부간 잠자리에서만 바보가 되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즉 너무 재미없고 밋밋한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와핑의 경우에는 상황이 역전된다. “부부간에는 가능하지 않았거나 시도해보지 못했던 성관계를 다른 파트너와는 할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정신과 박용천교수는 “스와핑은 성도착증이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현실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일부 삐뚤어진 현대인의 정신병”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스와핑에 빠지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행위를 했다는 쾌감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노이로제환자와 같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다음은 박용천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스와핑에 대해 알아보았다.- 스와핑에 빠지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인가.▲현실문제에 따른 고통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현재의 고통을 잊어보려는 ‘현실도피성 정신질환자’인 셈이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스와핑을 분석한다면.▲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반사회적 행위를 했다는 쾌감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노이로제 환자와 같은 수준이다. 스와핑 후에는 수치심, 절망감, 자멸감, 자포자기, 분노 등 더 큰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스와핑을 하는 등 변태적 행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이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성도착증 환자라고 할 수 있다. 변태에는 여러 증상이 해당되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스와핑 후 부부 금실이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자기 정당화에 불과하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일종의 ‘동지의식’에서 오는 일시적 자기합리화일 것이다. 힘든 환경에 처하거나 어떤 문제를 안고 있던 부부가 ‘둘만의 비밀’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관계는 순간적으로 친밀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부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스와핑은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불신이나 배신감, 수치심 등은 멀지않아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어떤 점이 문제가 되나.▲부부간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올 경우 스와핑은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결국 스와핑은 부부를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관계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스와핑에 대한 입장은.▲본인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에게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는 엄격한 제재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현행법상 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 등 사회공기를 통해 이 행위의 반인륜성을 부각하고 스스로 제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이수향 기자>
thelotus@ilyoseoul.co,.kr 외국에서는…
Swap이란 우리말 뜻으로 바꾸다, 교환하다는 의미이다. 물품 교환을 의미했던 ‘스와핑’ 이 아내나 남편을 바꿔 성관계를 갖는 ‘부부교환’ 으로까지 진전한 것은 60년대 초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내 성 해방단체들이 남녀 회원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벌였고, 파티에서 만난 부부들이 파트너를 바꿔 잠자리를 가진데서 비롯된 것. 이 후 각종 타블로이드 신문에 ‘스와핑 파티’ 광고가 실리기 시작했고 성혁명 시기와 맞물려 스와핑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979년에는 전국 수준의 조직화가 이뤄져 북미스와핑클럽연합(NASCA·www.nasca.com)이 창립되기에 이르렀다.현재 미국 내에서는 수천여개에 달하는 스와핑 클럽들이 있어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와핑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는 TV나 영화, 소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스와핑은 일반적인 소재가 돼 있을 정도다.일본의 경우도 미국 못지않게 스와핑이 일반화 되어 있다. 일본에선 이미 스와핑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2만엔(약 20만원)을 내면 스와핑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또, 스와핑 전문 잡지만도 2~3개로 전국 단위로 팔리고 있고 스와핑 부부를 모집하는 광고도 공공연하게 신문에 실릴 정도로 스와핑 관련 산업은 성업 중에 있다. <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