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상에서 관전 사이트들이 판치고 있다. 관전 사이트란 개인의 성생활 및 신체부위를 촬영한 사진들을 서로 공유하는 사이트를 지칭하는 말이다. ‘섹스보여주기’와 ‘엿보기’가 주를 이루는 이들 관전 사이트들은 단순히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만 보아 넘기기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관전 사이트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내 애인을 소개합니다

그동안 몰래카메카로 대변됐던 관전 사이트의 추세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은 타인의 사생활이나 은밀한 신체부위를 도촬(몰래촬영)해서 유포시키는 일명 몰카 형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의적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를 보여주는 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다. 이들 관전 사이트의 자료들은 자의적으로 또는 서로의 합의하에 게시되고 유포된다는 점에서 몰카와 구별된다. 좀 더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장면이 여과없이 보여지는 것은 당연지사.실제로 모 사이트에는 자신의 정사장면이나 신체를 부위별로 촬영한 사진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고, 조회수만 해도 평균 1만여건에 이르고 있다.

사이트에 올라오는 음란물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중 단연 가장 인기있고 시선을 끄는 것은 자기 애인이나 배우자를 촬영한 사진이다. 제목도 ‘우리 마눌XX’, ‘27살 내 애인을 소개합니다 ’, ‘어젯밤에 내 여친과 XX중에’, ‘19살 영계애인의 모든 것’등 자극적이다. 사이트는 개인의 은밀한 신체 부위와 정사장면 사진을 올린 앨범코너와 스와핑과 섹스 관전에 대한 경험담, 야설 코너 등으로 구성된다. 기자는 몇몇 회원들과의 메일 연락 끝에 관전 사이트에 대해 도움말을 주겠다는 한 남성 회원과 연락이 닿았다. “1만명 이상이 우리의 비밀스런 장면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흥분된다.” 레지던트 3년차로 모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태준(32·가명)씨의 말이다. 야플 환영특이한 점은 사진을 올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상대 여성들로부터 허락을 얻어 사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씨는 “여성들중에 자신의 신체 부위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을 즐기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남의 사진을 보고 리플을 다는 것은 예의”라고 말하는 한씨. 한씨의 말대로 사진 밑에는 무수히 많은 ‘리플’이 달려있다. ‘애인의 몸이 탐스럽다’. ‘너무 흥분된다’와 같은 칭찬성(?) 리플은 애교에 지나지 않는다. ‘덮치고 싶다’, ‘직접 만지고 싶다’는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만큼 사이트에 올라온 리플들의 수준은 노골적이고 가학적이다. 그러나 이들 리플에 대해 누구도 반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을 올린 이들은 ‘우리 애인이 너무 흥분된다네요. 자극적인 리플일수록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함께 올려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삶의 활력소?

한씨 커플 역시 일명 ‘보여주기 사이트 마니아’다. 한씨는 모 사이트에 4년째 사귀고 있는 애인 A(29)씨와의 사진을 자주 올린다. 올리는 사진은 두 사람의 성교장면, 애인 A씨의 신체부위가 주를 이룬다. 극히 비밀스런 내용을 담은 사진을 굳이 인터넷에 올리는 이유에 대해 한씨는 “순전히 우리 둘을 위한 것일 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둘만이 아는 은밀하고 비밀스런 장면을 익명의 사람들이 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 한씨는 “사진들에 달리는 야하고 자극적인 리플을 읽다보면 우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흥분한다. 마치 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직접 누가 보고 있는 묘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커플이 관전 사이트에 자신들의 사진을 올린 것은 대략 2년 전부터. 처음에는 애인인 A씨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워낙 개방적인데다가 성에 대해서는 마치 부부처럼 자연스러운 이들 커플이지만, 아직 미혼인 A씨가 자신의 성생활과 신체 부위를 공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결국 성공했다는 것이 한씨의 말이다. 한씨는 “틈나는대로 접속해서 새로운 리플을 확인하는 등 이제는 그녀가 더 좋아한다”며 “특히 적나라한 리플일수록 더 흥분한다”고 귀띔했다. 관전 마니아인 한씨도 “최근 관전 사이트가 강제나 도촬이 아닌 자의적으로 게시되는 사진으로 이뤄지고 있다 할지라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사귈 때 만들었던 자료들을 헤어질 때 깔끔하게 처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서로 동의하에 찍을 때는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여도 헤어지고 나서는 그것이 큰 화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씨는 “애인과 헤어진 후 보복심리로 성인사이트에 예전에 찍어둔 애인의 누드를 올리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남녀가 헤어질 경우, 한쪽이 악의적으로 이같은 자료를 유포하면 정신적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는 것. 한씨는 이어 ‘중독성’의 문제를 꼽았다. 한씨의 말에 따르면 관전사이트를 즐기다보면 강도가 점점 세지고 중독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을 기록해두기 위해 한 두 장면씩 사진을 찍은 것이 시작이었다”며 “유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우리 두 사람만 보고 즐거움을 느끼려던 것이 점점 강도가 세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잠시 망설이다 얼마전 애인 A씨와 크게 싸운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유는 평소 이들 커플이 애용하던 한 사이트에 한씨가 ‘우리 커플의 섹스를 관전하실 분을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중 적당한 상대를 발견한 한씨는 A씨와 상의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A씨는 팔짝 뛰며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타인이 실제로 지켜보는 앞에서 해보자’며 한씨가 설득했지만 A씨의 분노는 수그러들줄 몰랐다. 간신히 사태를 수습했다는 한씨는 “이 사건으로 하마터면 A씨와 끝날 뻔 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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