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선에 뛰어든 문재인 사람들… 냉엄한 현실 속으로

▲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대선 패배에 대한 후유증은 민주통합당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캠프 관계자들 역시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캠프에 소속된 대부분의 인사들은 자신의 모든 생업을 포기한 채 대선에 매달렸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이들은 갈 곳을 잃은 채 냉엄한 현실에 내몰렸고, 결국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 구직난에 시달리며 여기저기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여가 지났다. 일상으로 돌아온 정치권은 새해 예산안 342조원을 통과시켰고, 그간 묵혀왔던 일부 민생법안도 함께 처리했다. 당직자들도 대선 때문으로 미룬 여러 행정업무를 재개하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문 캠프에서 활동했던 상당수 조직원들은 대선이 끝난 뒤 힘든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캠프 관계자들이 한꺼번에 구직 전선에 몰리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캠프에서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인사의 경우 일부 기관으로 들어가거나 의원 보좌관 및 국회 당직자로 근무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상당수 조직원들은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샐러리맨으로 전략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 창업의 길을 택하고 있다.

文 캠프 공식 인사만 900여명

문재인 캠프는 크게 3개 캠프로 구성돼 있다.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가 그것으로 민주캠프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시민캠프는 시민과의 소통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유기적 결합을, 미래캠프는 정책자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민주캠프의 경우 공식 직함을 지닌 인사만 677명에 이른다. 시민캠프는 192명, 미래캠프는 현역의원인 김기식 의원을 포함해 모두 19명이다. 900여명이나 되는 인사가 공식 직함을 내걸며 캠프에서 활동한 것이다.

이외에도 각 산하기관에서 활동한 조직원 및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실로 엄청나게 늘어난다. 결국 이들 모두가 대선 이후 실업자로 전락한 셈이 됐다.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한 지자체의 지방전임계약직 공무원 채용공고문을 내보이며 “현재 이력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명에서 많게는 2, 3명을 모집하는 채용공고에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일단 내보긴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 캠프 특별위원회 팀장으로 활동한 또 다른 인사도 요즘 일자리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 당직자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당직자나 보좌관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 당직자나 보좌관 자리는 현재의 상황에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캠프에서 활동했던 자당 소속 의원들의 보좌관이나 중앙당의 당직자들은 대선이 끝난 뒤 대부분 그대로 복직하게 된다.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각 의원실 보좌관 1명을 차출해 캠프에 합류시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하고 캠프에 합류한 이는 대선 이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면서 그야말로 ‘구직 동냥’을 하는 처지가 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뒤 대선 캠프에 합류한 한 관계자는 “대선 패배에 대한 허탈감도 크지만 이후를 생각하면 더욱 암담해 진다”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월 재보선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인사를 도우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또 다시 낙선할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당 주변에 머물거나 정치권에 남으려는 이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인맥조차 대기 힘든 조직원의 경우 전혀 다른 길을 택하는 경우도 빈번히 이뤄진다.

샐러리맨・복직・창업... “울고 싶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최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인맥을 통해 이곳 저곳을 알아봤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는데다 나이도 적지 않아 채용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 캠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나이가 꽉 찬 상태에서 캠프에 합류할 경우 패배 이후 데미지가 클 수 있다”며 “젊을 때 도전하거나 아니면 전문직을 지녀야 실패해도 또 다른 길이 열려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대변했다.

경기불황 탓에 창업을 준비하는 이의 마음도 편치 않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길을 택하자니 다소 두려움도 앞선다. 그러나 특별한 대안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이 길을 택했다.

또 다른 이는 일반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그간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그가 일반 기업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밖에도 전에 다녔던 회사에 복직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외도’를 했다는 점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지금의 상황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대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의 경우 민주통합당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 캠프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근황을 묻는 질문에 “놀고 있다”면서도 “대선도 끝났으니 이제는 뭘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박 캠프에서 활동한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누가 세종시에 갈 것이냐를 두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눈다고 한다. 청와대에 입성하는 등 서울에 활동반경을 둬야 한다는 점에서 세종시는 외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문재인 캠프 측 인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캠프 측 한 관계자는 “그 정도만 되도 감지덕지 아니냐”고 씁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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