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측근 비리 조사로 대대적 재벌사냥 할 것”

[일요서울|최영의 프리랜서]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 박 당선인의 대기업 관련 정책방향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박 당선인이 정권 초반 대기업들이 기존에 누려오던 정부의 지원 정책을 모두 뒤집는 정책을 내 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육성과 더불어 골목상권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서다.

또 박 당선인의 세수 확보방안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하는 세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기업들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탈세와 담합 등 공정거래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여러 문제점들을 인수위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최근 4대강 사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위가 주목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부실은 그동안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왔던 사안일 뿐 아니라 검찰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에서도 이 사업과 관련된 비리 등을 조사해왔다.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초반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문제를 대충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수위가 4대강 부실과 여러 비리 의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지켜보면 향후 박근혜 정부의 성향이 드러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경련을 방문해 각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기업정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약 지키기 위한 세수마련 재벌 탈세 추징해 채울 계획
4대강 참여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 본격 수사 임박

인수위의 움직임에 무엇보다 긴장하고 있는 곳은 재계다. 박 당선인이 친 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데다 일부 대기업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업 사정이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인수위 내부 동향에 밝은 여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수위는 향후 박 당선인이 정식으로 취임한 직후 기업의 탈세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인수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역외탈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인수위가 기업들의 탈세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일부 기업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도 현미경 추적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며 “재벌가 친인척 등 측근들의 해외 사업 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해 이들 측근들을 통한 해외 비자금 조성 여부 역시 살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기업에 대한 사정과 동시에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탈세 행위에 대한 조사는 사정기관 수장 교체가 모두 끝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검찰과 국세청에 의해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은 사기업만 대략 4~6군데 정도이고 공기업은 3~4군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MB정부 들어 급성장했거나 정부 지원 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본 일부 기업과 해외 사업 영역이 크게 확장된 일부 업체들이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

또 4대강 참여 기업 중 정권 실세로부터 특혜를 받았거나 비리 의혹이 있는 기업과 해외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들이 차례로 철퇴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정기관 소식통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정권실세 커넥션 기업 사정

국세청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인수위는 탈세 혐의 기업들 가운데 H기업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 기업의 경우 국세청과 검찰을 통해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상당해 사정 우선 순위에 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 오너의 측근이 해외에서 물류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측근은 이 사업을 통해 오너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지난해부터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구체적인 탈세 내용을 파악하고도 이를 덮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기업은 MB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민감한 사건과 연결돼 있어 공론화를 미루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국세청은 일부 기업들의 탈세혐의를 연달아 고발조치할 가능성이 있다.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4대강 참여 기업에 대한 집중 조사도 병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 중 특혜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고강도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사정기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G사를 비롯해 S사 L사 N사 등은 4대강 참여 기업들 중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S사와 L사는 정권실세에 로비자금을 제공한 정황까지 파악되고 있어 향후 오너가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빼돌려 정권 핵심 실세에 제공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관련 내용의 진위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감사원을 통해 드러난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4대강 참여 기업사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4년 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가며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보를 비롯한 주요 시설물 품질, 수질 관리, 유지 관리 분야 등 사업 전반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지난해 5월 14일부터 7월 11일까지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감사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선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의 내구성이 설계 부실로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공주보를 비롯한 총 16개 보(洑)가운데 이포보를 제외한 15개 보에서 보의 하단 일부가 빠른 물살에 침식되거나 유실되는 '세굴(洗掘)'현상이 나타났다. 또 칠곡보 등 3개보는 상ㆍ하류 수위 차로 인한 하중조건을 잘못 적용해 설계함으로써 수압을 견디지 못할 경우 수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달 26일 낮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대기업총수들이 박당선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조양호, 정준양, 이준용, 최태원, 구본무, 정몽구) <사진공동취재단>


세무조사전문가 인수위 핵심

이번 감사원의 지적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는 문제가 드러난 구역 공사를 맡은 일부 기업들이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조사 리스트에 올라있어서다.

부실공사는 크게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공사기간단축에 따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사비용 부족 탓이다. 4대강 공사 지역의 부실은 비용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지역을 담당한 일부 업체들이 공사비용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부실의 원인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곧 문제 삼을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신구 정권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등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에 대한 탈세 혐의를 집중 조사하려는 인수위의 의지는 인수위에 포함된 국세청에서 파견한 이들의 이력에서 묻어난다. 국세청은 임경구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남판우 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을 인수위에 파견했다.

임 국장은 사무관 시절 국세청 법무과, 기획예산담당관실(현 기획재정담당관) 등에서 근무했으며 서기관 승진 이후 영덕세무서장, 경산세무서장, 중부국세청 감사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남 과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근무했으며 국세청으로 복귀한 이후 중부국세청 조사국으로 컴백했다. 2006년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실에서 근무하다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특히 2007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워싱턴 주재관에 선발, 3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까지 키웠다. 국내 복귀 후 서울국세청 국제조사1과장으로 일하다 용인세무서장으로 뒤늦게 초임 세무서장 역할을 수행했다.

2011년 말엔 당시 포스크태스(TF)팀 형태로 운영되던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서울국세청 산하로 편재된 첨단탈세방지담당관을 맡았고, 지난해 7월 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의 출신 조합이다. 임 국장이 몸담은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며 기업이나 재벌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고 있다. 말하자면 임 국장은 기업특별세무조사 전문가다. 또 남 과장은 해외 근무 경험을 토대로 국제적 세무추적 업무에 능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향후 인수위가 기업들을 상대로 어떤 부분을 문제 삼을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

한편 인수위는 국정원 국세청 검찰 등 사정기관 수장교체를 서둘러 진행하고 기관별 공조체제를 새롭게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기관들이 서로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여러 잡음이 생긴 점을 반면교사 삼아 기관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인수위의 생각이다.

인수위의 최대 고민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갈등과 협조체제 구축의 어려움이다. 이에 인수위는 검찰총장 인사를 단행하는데 있어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원활하게 이룰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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