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대통령은 12·5 동포간담회에서 영어를 못하는 불편한 심정의 일단을 토로하였다노 대통령은 바르샤바 시내 하얏트호텔에서 폴란드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제가 여러 나라를 다니는데 영어를 못 한다”며 “대통령이 될 줄 알았으면 열심히 했을 텐데 대강 공부해 잘못한다”고 하면서 “굉장히 불편하다”고 진솔하게 털어 놓았다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도 국제화 시대에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한 지도 수년이 지났다. 영어 사용국가의 속국이 되고자 해서 영어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우수하기 때문이어서도 아니다.

수많은 세계인들이 영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 개개인도 영어에 능통함으로써 그들 세계에 끼여들어 국제적으로 사업을 넓혀 나갈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영국 문화원이 발표한 ‘영어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0억명이 영어를 말할 수가 있고, 이중 20억명이 영어를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외국 기업인들이나 외교관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영어를 기본으로 사용한다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영어 교육을 위해서 영어 마을이나 잉글리시 타운 프로그램이 지자체별로 실시 준비 중에 있다. 외국인을 만나면 입을 못 떼는 두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청소년들이 제공받는 셈이다. 청소년들이 충분한 양의 영어 학습을 받아 영어 구사 능력이 향상된다면 그것이 국제 교류와 개인적 삶의 질 향상에 기초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교육에 있어서도 교육 기관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선택의 자유권 또는 교육에서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고서 교육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헌법적 권리와 충돌을 일으키는 교육 정책은 그만큼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기 어렵다. 모든 문제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게 마련이지만, 규제를 할 경우에는 합당한 한도를 국민적 합의로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외국 유학에 대한 규제가 해제된 이후로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간다. 자립형 사립학교의 졸업생들의 경우 우수한 학습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의 유명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학생일지라도 자기의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능력이 허용해 주는 대로 외국 유학을 간다.

과도한 외화 유출 내지 외화 낭비가 아닌 유효한 유학이라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무엇인가를 해외에서 배우고 해외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지적 자산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자산의 확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이제 국제적인 교육 개방의 시대에 있다. 교육 시장은 상호 경쟁의 시장 경제의 메커니즘에 따른다. 소정의 서비스에 소정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원리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은 경제학의 원칙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다양하게 열려 있는 국제 교육 시장이 있다. 어느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것인지는 구매자가 결정할 문제이다. 구매자는 자신의 구매능력 한도 안에서 최대 욕망을 충족시켜 줄 상품을 사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다.교육 또는 과학기술의 선진국은 선진국으로서의 그에 맞는 교육 내용과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교육 또는 과학기술이 뒤떨어진 나라라면, 수준에서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현지의 언어나 문화를 체험하고 인적 교류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을 들여 미래의 인생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그들에게서 배울 만한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물론 훌륭한 사람에게서 배울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보다 더 많이 있음은 말할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아랫사람에게도 모르는 것이 있다면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학습은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려는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위 후진국으로의 유학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나라들에서의 유학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나 더 큰 발전을 위한 장소로의 이동을 위한 경유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 가까운 필리핀으로의 유학은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면서 학습하고, 필리핀이 자랑할 수 있는 특성화된 학문이나 실용 학문, 실용 기술을 배운다면, 인생을 진취적으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페인 식민시기와 미국 식민시기를 통해 젖어 있는 유럽 언어와 문화, 동양의 지리학적 위치, 저비용의 유학비용 등의 장점이 전도유망한 꿈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비상의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천 한국-사우디 친선협회 회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