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이백순 ‘집행유예’, 라응찬 ‘판결 제외’


- 초미의 관심사였던 SD 비자금 여부는 불투명…왜?
- 징역 판결마저 집행유예로 일단락된 신한사태의 이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2년여를 끌어온 신한금융그룹(회장 한동우) 내 신한사태의 첫 판결이 나와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당사자 3명 중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은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한 명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알츠하이머 병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해왔으며 이번 판결에서도 제외됐다. 또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과 관련된 비자금 의혹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지난 16일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신 전 사장이 법인자금 2억6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2억 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또한 이 전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 원의 기탁금을 받은 혐의도 유죄로 판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전 사장이 투모로그룹 등에 438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한 혐의와 故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에게 지급될 경영자문료 15억6000만 원 중 13억 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행장의 경우 신 전 사장이 자문료 명목으로 조성한 비자금 15억 원 가운데 3억 원을 현금으로 빼돌려 쓴 혐의가 있었으나 이 역시 무죄로 결론냈다.

재판부는 “이 전 행장은 주주로부터 5억 원을 수수했고, 신 전 사장은 법인자금 2억6000만 원을 횡령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은 점, 신한은행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 범행 동기와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신한사태란

일명 ‘신한사태’로 대표되는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 등 3인방의 공방전은 당시 금융권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2010년 9월 1일 신한금융지주 창립 9주년 기념식에서 ‘신한웨이’를 설파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하루 뒤인 2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 신 전 사장을 고소한 것은 다름 아닌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다. 현직 사장이자 은행장을 역임했던 신 전 사장을 후임 격인 이 전 행장이 고소하기 위해서는 라 전 회장의 사전 승인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창립기념일 다음 날 시작된 이 내분은 이전투구식 의혹 제기는 물론이고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및 금융실명제법 위반 적발, 차례로 이어진 수장들의 검찰 출두, 금감원과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 줄줄이 이어진 3인방의 퇴진으로 한동안 잠잠했지만 이번 1심 판결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덕분에 신한금융의 대외 이미지는 곤두박질치고 임직원들은 매해 창립기념일마다 어쩔 수 없이 이 내분을 떠올리게 됐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창립 10주년부터는 상당히 조용한 기념식을 치르며 신한사태가 환기되는 것을 막으려는 눈치다.

3억 원의 행방 여전히 묘연해

그러나 신한금융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한사태는 지난해 7월 정치권과 연계돼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비자금 3억 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3억 원을 전달했던 신한은행 직원은 “(3억 원이) 이 전 의원에게 갔다고 들었다”고 발언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비자금 의혹에 불을 질렀다.

해당 직원은 같은 달 열린 공판에서도 “정치권으로는 넘어갔다.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행장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던 2008년 2월 신원미상자에게 3억 원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수사 당시에도 문제의 3억 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건네졌다는 후문이 파다했다.

같은 해 8월 열린 공판에서는 해당 비자금을 포함한 신한사태와 관련, “조직을 위해 사건을 개인 비리로 몰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문건은 신 전 사장을 고소하는 데 관여한 이 전 행장의 전 비서실장 변모씨의 USB에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1심에서 재판부는 3억 원의 최종 목적지에 대한 진위는 판단하지 않은 채 해당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 돈을 사용한 죄만 물은 셈이다. 결국 3억 원의 진짜 행방은 당사자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확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오게 됐다.

신한의 수난시대…올해도 계속되나

한편 금감원은 신한사태의 장본인들과 기관에 대한 징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2년여를 끌었던 1심 재판에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신한사태 이후 시행한 2010년 11월 신한은행 종합검사에서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 전 행장과 관련된 의혹을 조사했으나 은행에 대해서만 경고 차원의 징계를 내리고 개인에 대한 징계는 유예한 바 있다.

만약 금감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경우 해당 인사들은 은행법 제13조에 따라 3년 이상 금융기관의 임원이 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은행 종합검사 이후 신한사태와 관련된 부분을 따로 조처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재판부에서 판결이 확정된 만큼 당사자에 대한 징계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신한사태만 다시 검토하는 부문검사를 할지 혹은 신한은행과 지주까지 종합검사를 진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검사가 기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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