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지난 12일 내연남과 도피행각을 벌이기 위해 동거남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로 이 모(28·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동거남 A씨와 살던 중 전 내연남 B씨와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모씨는 내연남 B씨와 도피행각을 벌이며 잠적을 시도했지만, 내연남 B씨의 휴대폰 위치 추적으로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창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주변인의 소개로 A(36·회사원)씨를 만나게 됐다.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은 창원시 남양동 A씨의 자택에서 바로 동거를 시작하며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씨는 A씨와 동거를 하는 와중에도 전 내연남 B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만나는 등 ‘이중생활’ 을 계속 즐겼기 때문이다.이씨는 A씨와 동거를 시작하기 전 이미 3년 동안 동거해 온 또 다른 ‘내연남 B씨’ 를 잊지 못했다. 안정되게 직장생활을 하던 A씨에 비해 무직에 알코올중독 증세까지 있는 전 내연남B씨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결국 이씨는 내연남 B씨를 돕기 위해 현동거남 A씨의 금품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A씨와 동거를 시작하자마자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이씨는 주로 A씨가 출근해 집을 비운 오전을 범행 시간으로 이용해왔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집 서랍장에 보관중인 A씨의 현금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한 번에 목돈을 인출하지 않고 ‘생활비’ 명목으로 하루 두 차례 3만~5만원 정도를 인출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식으로 빼낸 현금은 약 1,200만원.이씨가 내연남 B씨를 위한 범행을 계속하면서 동거남 A씨와의 관계도 점점 멀어지게 됐다. 이씨의 큰 씀씀이로 인해 이씨와 A씨는 자주 다퉜고 결국 이씨는 내연남 B씨를 위해 도주를 결심했다. 성격차이로 헤어진다는 메모를 남기고 지난해 12월 27일 이씨는 A씨의 신용카드와 귀금속 등을 들고 도주를 감행했다. 도주 과정에서도 이씨는 A씨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 4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씨의 줄행랑으로 A씨는 뒤늦게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이씨의 휴대폰을 추적, 이씨가 내연남 B씨와 지속적으로 통화한 사실을 알아냈고 B씨의 휴대폰 위치 추적에 들어갔다. 내연남 B씨와 보름정도 도피 행각을 벌인 이씨는 B씨의 어머니의 생일축하를 위해 B씨 본가에 들렀다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체포된 후 이씨는 “지난 3년간 내연남 B씨는 구타를 일삼고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왔지만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안정된 직장에서 돈 버는 새로운 동거남 A를 보니 B가 더욱 생각나 견딜 수가 없었다” 며 “B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한 두 번 정도만 도와주려 했는데 멈출 수 없었다” 고 뒤늦게 후회했다.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창원 중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 이씨의 남자 경력은 화려했다. 이씨의 행적을 살펴보다 동거남 A씨, 내연남 B씨 이외에 이혼 경력도 발견하게 됐다” 고 언급하며 “자신보다 어리숙한 남자들에게 돈을 갈취한 경우도 있어 전문 꽃뱀인지의 여부도 조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이씨가 금품을 훔치기 위해 A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는지도 수사중에 있다. 아직 이씨가 단독 범행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내연남 B씨의 지시가 있었는지, B씨가 공범으로 가담했는지의 여부도 계속 수사할 것” 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