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 사업 사업자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사업자 선정을 2003년 내에 마무리 짓고, 부지 분배를 2004년 초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직 사업자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2005년을 맞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DMC 사업관련 사업자 확정을 계속 늦추는 것을 두고 “정치권의 힘이 개입돼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2004년 8월 DMC 사업과 관련, 서울시의 특정방송사에 대한 특혜 의혹을 보도한데 이어 DMC 사업이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하고 있는 내막을 취재했다.DMC사업이란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새천년신도시 택지개발지구 내 17만2,000여평 중 48필지는 사업용 부지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도로, 공원 등 공공용지를 조성해 오는 2010년까지 방송, 게임 등 디지털업체를 집중 유치하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2004년에 상암동 DMC 방송 사업자 선정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내부사정으로 계속 결정이 지연돼 결국 2004년을 넘기고 말았다. 이에 서울시의 결정만을 노심초사 기다리던 방송 업체들은 사업자 선정이 올해로 넘어옴에 따라 허탈한 한숨만 내쉬고 있다.

DMC 방송사업 대상자로 입찰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2004년 안으로 결정이 된다고 해서 사업계획도 그에 따라 다 맞춰 놓았는데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며 “이렇게 되면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상암동 DMC의 방송사업자뿐 아니라 랜드마크빌딩용지 공급대상자 선정에서도 모든 업체가 자격미달이라며 입찰 사업자 3곳 모두 선정을 유보하거나 탈락시킨 바 있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됐으나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상암동 DMC 랜드마크빌딩은 서울시가 DMC 부지 남단 1만1,000평에 지어질 120층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비용만 2조 2,000억원 가량 예상된다. 서울시의‘공급대상자 선정 유보’결정에 대해 일부 참여사는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들은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제대로 심사가 이루어졌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심사과정에 의혹을 제기한다.

이처럼 서울시가 DMC 사업과 관련, 사업자 선정 결정을 계속 미루자 이에 대해 갖가지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DMC 사업에 정치권이 개입해 자꾸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DMC사업의 정치권 개입설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수 조원의 거액이 걸려있는 초대형 프로젝트이고 동시에 정치자금 조성 의혹 등 ‘검은 커넥션’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모 업체 관계자 Y씨는 “서울시가 DMC 방송사업자 선정을 계속 미루면서 곳곳에서 별의 별 소문이 다 들리고 있다”며 “DMC 사업에 여·야 정치권이 이권다툼 형식으로 개입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거나 방송사간 파워게임 때문에 서울시가 눈치를 보고 있다거나하는 내용들이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Y씨는 이어 “서울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한다면 이런 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기획서 만으로 평가했다면 사업자 선정은 벌써 끝났을 사안이다. 그렇게 됐다면 정치적 외압이 있다, 방송사간 파워게임이다 하는 소리가 나올 리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방송가에서는 DMC 사업 의혹과 관련, MBC와 SBS간 치열한 신경전도 결국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소 억측인 듯한 부분도 있지만 각 당에 진출한 방송인들을 살펴보면 나름의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MBC의 인맥이 포진해 있는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 쪽에는 SBS의 인맥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있어 ‘DMC 사업 정치권 개입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DMC 사업 입찰에 참여한 일부 방송사 배후에 정치권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사실이나 소문일 뿐 그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다”며, 정치권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MBC쪽은 현정권의 실세가 있지만 SBS 출신은 실세가 없다. 더구나 SBS 출신이 몰려 있는 곳은 야당이다.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나. 때문에 야당 쪽에서는 기껏 해봤자 차후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수준 이상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밖에 DMC 사업권을 둘러싸고 항간에 떠도는 방송사간의 ‘파워게임’설에 대해 “기본적으로 두 방송사간에 파워게임은 존재할 수 없다. MBC와 SBS가 어떻게 파워게임이 되겠나. 그것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이나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는 두 방송사간의 의혹제기나 반발을 고려해 나름의 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까지 DMC 사업 참여를 추진했던 스카이HD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 실세들이 직접 개입은 안 하지만 제 3자를 내세워 측면 지원하는 정도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정치권의 간접적인 압력행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이것(정치권의 간접적인 압력)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업자 선정에 있어 서울시가 MBC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에 DMC사업의 추진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MBC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어차피 국감에서 문제됐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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