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막내 섬에서 새해의 기운을 받다

수평선에 넓게 드리운 잿빛 구름 사이로 붉은 기운이 솟아오른다. 차분하게 두 손 모으고 새해 소원을 빌기 시작하자 잠시 후 하늘의 붉은 기운이 황금빛으로 변한다. 드디어 해돋이를 맞이한 것이다. 마라도를 지키는 국토 최남단비가 며칠 동안 눈바람에 시달리더니 모처럼 아침 햇살을 받아 회색빛에서 금빛으로 빛난다. 장군바위도 붉은 해를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켠다. 작은 섬을 포근히 뒤덮은 누런 풀밭 또한 황금빛 햇살에 부드럽게 몸을 일으킨다. 생전 처음 마라도에서 해돋이 잔치를 감상한 뒤 섬 일주에 나선다. 할망당, 등대공원, 선인장 자생지, 마라분교, 성당과 교회, 절집 등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그 유명한 짜장면으로 허기를 채운다. 이제 본섬으로 나갈 시간, 바다 건너로는 머리에 흰 눈을 인 한라산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장군바위와 일출

모슬포항에서 방어회와 갈치조림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오후 배를 타고 마라도로 들어간다. 대한민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서 새해 해돋이의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드디어 도착한 마라도선착장에서 가파른 계단에 오르자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전신을 휘감는다.
북위 33° 06′ 30″, 동경 126° 16′ 30″.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의 위치를 알려주는 숫자다. 이 작은 섬에서 하룻밤 묵고 해돋이를 감상하려니 단잠을 이루지 못한다. 태평양 건너 제주도로 불어대는 겨울바람 탓만은 아니다.

▲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밤새 뒤척이다 이른 새벽 눈을 뜬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로 갈까, 아니면 마라도 등대공원으로 갈까. 기념비적인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한 장소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두 곳에서 모두 일출을 보기로 작심한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해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다. 숙소를 나서서 최남단비 방면으로 가는 동안 눈길은 줄곧 수평선으로 향한다. 구름층이 두텁지 않다. 이 계절에 천만다행이다. 마라도 주민들 말이 겨울철에는 일기가 불순해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데, 천운을 기대하며 최남단비로 가서 잠시 최남단 벤치에 앉아 해를 기다린다.
수평선 위에 걸쳐진 구름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예감이 좋다. 이제나저제나 시간을 흘려보낸다. 고깃배 몇 척이 장군바위 앞바다에 물살 꼬리를 남긴 채 본섬으로 달려간다. 그 꼬리가 없어지기도 전에, 마침내 한 해를 따스하게 비쳐줄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햇살은 장군바위에도, 최남단비에도, 삶의 무게에 지친 여행객들의 어깨 위에도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여행객들은 마라도의 일출을 눈으로 담으며 새삼스럽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하루하루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 산방산


잠시 후 등대공원으로 장소를 옮겨본다. 주요 해로에서 뱃길을 안전하게 밝혀주는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과 오대양 육대주를 조각한 지구 모형이 아침 해를 받아 잠에서 깨어난다. 최남단비 쪽에서 만나는 해돋이와 이곳에서 감상하는 해돋이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등대공원에서는 해양 대국으로 성장할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려본다. 생전 처음 만나보는 마라도 해돋이. 개개인의 국내 여행 기록에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체험이다.
이제 오후 배를 이용해서 마라도를 떠나기 전에 마라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일만 남았다. 마라도는 해안선의 길이가 4.2km,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3km, 면적이 0.3㎢(약 10만 평)에 불과하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항공모함을 닮은 듯하고, 맛있는 고구마도 닮았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는 11km 거리이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등대와 학교 등 마라도에서는 풀 한 포기,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라도의 노을, 모슬포항, 마라도의 등대, 할망당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마라도의 상징물 1호다. 내륙의 기념비들이 밝은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과 달리, 최남단비는 검은 제주도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해안가에 장군바위가 솟았고, 뒤로는 여행객을 위해 벤치가 여러 개 놓였다. 여행객들은 최남단비나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1915년 무인 등대로 불을 밝히기 시작한 마라도등대는 1955년 유인 등대로 거듭났고, 1987년 새로이 지어졌다. 등대 발치에는 세계 유수의 등대 모형이 설치되었다. 등대마다 자신들의 역사를 소곤소곤 들려주어 등대공원 산책은 마라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라도등대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확 트인 바다는 물론 바다 너머 한라산과 산방산, 송악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 마라도의 짜장면(사진 왼쪽)과 방어회


마라도등대에서 자리덕선착장을 향해 걷다 보면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불리는 할망당이 나온다. 아득히 먼 옛날 모슬포에 살던 이씨 부인이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인은 그 아이를 수양딸로 삼았다. 세월이 흘러 부인에게서 아기가 태어났고, 그녀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그녀는 씨뿌리기 하려고 마라도에 들렀다가 거친 파도를 다스리는 제물이 되고 만다. 그 후로 마라도를 찾은 어부들은 그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이 할망당에서 극진히 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라도에는 전설이 하나 더 있다. 마라도에 나무 그늘이 없어진 사연이다. 옛날 이 섬에 살던 사람이 달밤에 퉁소를 부는데 어디선가 뱀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사람은 뱀이 두려워 불을 질렀다. 이렇게 불탄 마라도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그늘도 사라졌으며, 그 탓에 물도 부족해졌다고 한다. 마라도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 용수로 사용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해돋이를 가슴에 담고 모슬포항으로 뱃길, 여객선이 출렁거리며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이곳은 해저 200m 이상인 심해라서 요동이 심하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의 절경이 조금씩 멀어지자 서서히 뱃멀미가 난다. 그때 선원이 한 마디 위로를 던진다.
“마라도에 들어올 때면 몰라도 나갈 때는 절대 멀미를 안 합니다. 마라도 애기업개할망이 보살펴주니까요.”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모슬포항→마라도→송악산→사계리 해안도로→화순금모래해변
●모슬포항→마라도→알뜨르비행장→대정향교→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제주국제공항→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모슬포항→마라도 입도, 해넘이 촬영→마라도에서 숙박
●둘째날
해돋이 촬영, 마라도 일주 산책→모슬포항→송악산→중문단지→서귀포 시내

▶관련 웹사이트 주소
●서귀포시청 www.seogwipo.go.kr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www.jejutour.go.kr
●삼영해운 (마라도 정기여객선) www.wonderfulis.co.kr
●감귤박물관 www.citrusmuseum.com
●다빈치뮤지엄 www.davincimuseum.co.kr
●제주유리박물관 www.glassmuseum.co.kr

▶문의전화
●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064)760-2653      ●서귀포시 대정읍사무소 064)760-4081
●삼영해운 064)794-5490, 3500                   ●감귤박물관 064)767-3010
●다빈치뮤지엄 064)794-5115                     ●제주유리박물관 064)792-6262

▶대중교통
●버스
·제주시〜하모리(모슬포항) : 제주종합터미널에서 평화로 버스 이용
·서귀포시〜하모리(모슬포항) : 서귀포터미널에서 평화로 버스 이용
*문의 제주종합터미널 064-753-1153,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 064-739-4645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1135번 지방도→동광오거리→추사관 입구→1132번 지방도→모슬포항
·서귀포시 서귀동→서귀포월드컵경기장 입구→1132번 지방도→추사관 입구→모슬포항

▶숙박정보
●호텔 펠리스텔콘 : 서귀포시 서문로41번길, 064)749-2008, www.jejufeliz.com (굿스테이)
●베니키아제주크리스탈호텔 : 서귀포시 중정로, 064)732-8311, www.jejucrystal.com (베니키아)
●호텔 하나 :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064)738-7001, www.hotelhana.co.kr (베니키아)
●라임오렌지빌 : 서귀포시 칠십리로, 064)767-3888, www.limevil.com
●예이츠산장 : 서귀포시 남원읍 516로, 064)767-3746, www.limevil.com
●마라도게스트하우스 : 대정읍 마라로, 064)792-7179, www.maradoguest.co.kr
●마라도펜션 : 대정읍 마라로, 064)792-7272
●별장민박 : 대정읍 마라로, 064)792-3322
●최남단민박 : 대정읍 마라로, 064)794-5507

▶식당정보
●부두식당 : 방어회·갈치조림, 대정읍 하모항구로, 064)794-1223
●성원식당 : 해물탕, 대정읍 형제해안로, 064)794-0085
●남경미락 : 활어회, 안덕면 사계남로, 064)794-0055, www.남경미락.kr
●안거리밖거리 : 정식, 서귀포시 솔동산로, 064)763-2552
●마라도원조짜장면 : 짜장면, 대정읍 마라로, 064)792-8506

▶축제와 행사 정보
●성산일출축제 : 12월 31일~1월 1일, 성산일출봉, http://70ni.seogwipo.go.kr
●서귀포겨울바다펭귄수영대회 : 1월 초, 중문 색달해변, http://70ni.seogwipo.go.kr

▶주변 볼거리
흑산도(정약전 유배지, S자형 일주도로 등), 홍도(홍도 33경, 홍도등대, 깃대봉 등), 마라도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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