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휴게소에 군침 흘리는 대기업

카페베네 ‘하남 만남의 광장’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CJ그룹, 2006년 대기업 최초로 고속도로휴게소 운영

[일요서울|강길홍 기자] 골목상권을 접수한 대기업들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은 2006년 CJ그룹(회장 이재현)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진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안정적인 고정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도로공사가 막대한 부채 해결을 위해 고속도로휴게소 민영화를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기존에 금지됐던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고, 막대한 보증금 등을 요구하는 것도 중소업체를 제치고 대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내도록 만들었다. 프랜차이즈 유통업체들도 고속도로 휴게소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SPC(회장 허영인)는 2010년 고속도로휴게소 운영권을 따냈고, 최근 커피전문점 사업으로 급성장한 카페베네(대표 김선권)도 ‘하남 만남의 광장’ 민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고속도로휴게소 사업 진출은 중소업체들의 설자리를 빼앗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한화·SPC·SK 등 대기업들 앞다퉈 진출
대기업의 마구잡이 영토 확장…중소업체 설자리 잃어

지난달 27일 카페베네가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을 따돌리고 중부고속도로 하남 하이웨이파크 복합 쇼핑몰 민자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카페베네는 하남 하이웨이파크를 30년간 임대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남 만남의 광장이 있던 자리에 재개발되는 하이웨이파크는 중부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로 10만㎡ 부지 위에 연면적 1만6000㎡의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복합 쇼핑몰을 2014년까지 짓게 된다. 카페베네는 자체 브랜드인 커피숍 ‘카페베네’,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드럭스토어 ‘디셈버24’는 물론이고, 편의시설과 문화시설도 갖출 계획이다. 편의시설은 의류 매장, 레저스포츠 매장, 주유소,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을 입점시키고, 문화시설로는 커피 테마파크, 식물원,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남 만남의 광장은 경기 하남 천현동 중부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로 2011년 기준 일일교통량이 15만대에 달할 정도로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하남시는 각종 도시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어 향후 상권의 발전 전망은 더욱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사업권을 따내려고 했지만 복병 카페베네에게 덜미를 잡혔다. 롯데는 한국도로공사에 연간 70~80억 원 수준의 임대료를 제시했지만, 카페베네는 롯데가 제시한 금액을 크게 웃도는 100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베네의 주 업종은 커피 가맹점 프랜차이즈와 커피 제조판매업이다. 또한 최근에는 드럭스토어 사업에 뛰어들었고, 고속도로휴게소 사업권까지 따내면서 복합 유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카페베네는 30여 곳의 고속도로휴게소에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운영권을 따내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카페베네가 매장 수를 급격히 확장하는 전략으로 외형을 성장시켜왔던 것에 비춰보면 앞으로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추가로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카페베네가 그동안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업만 주로 진행하면서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이 크지 않았던 것이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진출한 배경으로 꼽고 있다. 카페베네의 2011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100억 원가량에 불과하고, 지난해 1~9월 당기순이익은 7억8000만 원으로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따라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게 됐고,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카페베네는 하남 하이웨이파크 운영을 통해 연간 1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페베네는 그동안 고객이 잠시 쉬었다 가는 휴게소 공간을 오랫동안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들렀다 가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코오롱그룹(회장 이웅렬)은 카페베네에 앞서 복합문화시설이라는 개념으로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오롱그룹은 2007년 4월부터 영동고속도로 호법JC에서 인천방향(상행)으로 2Km 지점에 위치한 약 18만㎡의 한국도로공사 폐도 부지에 건설된 덕평자연휴게소 운영을 시작했다. 덕평자연휴게소는 자연·환경학습도 하고 쇼핑·문화체험도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내세우며 기존의 고속도로휴게소와 차별화했다. 또한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등을 도입해 친환경 시설임을 강조했고, 휴게소 주변에는 연못과 야생화 꽃밭, 산책길 등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모기업의 특성을 살려 휴게소 내에 복합쇼핑몰을 입점 시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덕평자연휴게소에 입점한 의류매장 매출은 서울시내의 어지간한 로드숍 매장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평랜드는 매년 모기업의 유상증자를 받아야 할 정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꾸준히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고속도로휴게소는 프랜차이즈 전성시대

SK그룹(회장 최태원)은 인천항·부산항·광양항 등 물류 운송중심지에 화물차 운전자 전용휴게시설은 운영해오다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와 사업시행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2011년 12월부터 매송복합화물차휴게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매송복합화물차휴게시설은 서해안고속도로에 설치되는 최초의 화물차 운전자 전용휴게시설이다. 2014년 개장 목표로 화성시 매송면 내 약 18만㎡ 부지에 건설 중이며 SK에너지가 향후 25년 동안 운영관리를 담당한다.

매송복합화물차휴게소에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전용휴식공간인 건강증진센터, 수면실, 샤워실을 비롯해 일반운전자가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페, 패션 아울렛 등을 모두 갖춰 국내 최초로 화물휴게소와 일반휴게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휴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은 공주(당진)휴게소 등 13개 사업장의 고속도로휴게소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2006년 신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에 있는 청도 상·하행선 휴게소 운영권을 획득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은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SPC그룹도 김천휴게소를 비롯해 총 6개 휴게소의 사업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CJ와 SPC는 자사가 보유 중인 외식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태로도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휴게소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한 롯데, 농심 등의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매장과 편의점들도 고속도로휴게소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고속도로휴게소를 프랜차이즈 형태의 매장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다.

고속도로휴게소 뜨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고속도로휴게소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골목상권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것도 대기업들이 고속도로휴게소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주 5일제 등의 영향으로 국내 여행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고속도로휴게소 상권의 전망이 매우 밝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고속도로휴게소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한국도로공사가 1995년부터 고속도로휴게소의 운영권을 민영화하는 것도 대기업의 고속도로휴게소 진출을 가속화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도로휴게소 사업의 운영권을 민간에 내주고 있는데, 초기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로 중소업체가 운영권을 따냈지만 최근 대기업의 공개입찰 참여를 허용하면서 더 이상 중소업체가 설자리는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고속도로휴게소 운영권의 입찰방식은 최고값과 최저값을 제외한 평균가격으로 입찰을 하게 되는데, 입찰이 확정되면 임대보증금과 함께 매월 매출액의 일정 퍼센트를 한국도로공사에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특히 한국도로공사가 100억 원이 넘는 인수 보증금을 요구하고 입찰자격을 일정 매출 이상 올린 기업으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휴게소와 관련한 각종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 자금력에 밀린 중소업체 설자리 잃어

대기업의 고속도로휴게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일괄적으로 사업운영권을 획득하면서 자리를 내줘야 하는 기존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고속도로휴게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고품격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들의 편의가 향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존의 중소업체 상당수는 설자리를 잃게 됐다”고 우려했다.

민자개발사업이 예정된 한 휴게소의 상인은 “대기업이 직접 휴게소를 운영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겠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우리 같은 사람이야 생계 때문에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대기업들이 돈을 더 벌겠다고 무차별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속도로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음식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이는 재하청이 가능한 고속도로휴게소의 영업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은 고속도로휴게소 음식재료 원가 자료를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모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7000원짜리 돈가스의 재료비는 1930원으로, 서울시내 돈가스 전문점에 비해 재료는 870원 싼데 가격은 오히려 1000원 비쌌다. 또한 2500원짜리 어묵 재료비는 440원, 2000원짜리 호두과자의 재료비는 55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재하청이 가능한 휴게소의 영업방식 때문에 음식값이 비싸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가 휴게소 사업자에게 임대하면 휴게소 사업자는 다시 최종 판매자에게 하청을 주고 임대료를 떼어가는 구조 때문에 음식 품질이 형편없는데도 가격은 비싸진다는 것이다.

휴게소의 식당과 매점이 휴게소 사업자에게 내는 수수료율은 매출의 40~50%로 백화점의 35%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2500원짜리 어묵을 팔면 상인은 50%가량을 휴게소 사업자에게 주고, 이 중 453원은 도로공사가 가져간다.

박 의원은 “고속도로휴게소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장소로 폭리를 취하면서 영업이익을 남겨서는 안 된다”며 “공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큰 폭의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서비스제공 차원에서 가격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lize@ilyoseoul.co.kr

‘토마토시장’까지 넘보는 대기업
동부그룹 대량 생산 소식에 농민단체 반발

대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가며 토마토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 비상대책회의는 지난 22일 대전 대림호텔에서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재배사업 진출 중단과 정부 지원 즉각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날 농민들은 “정부는 영세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농업 생산기반 붕괴를 촉발하는 대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해당 업체가 토마토를 90% 이상 수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입국의 사정에 따라 판로확보가 어려울 경우 국내 시장으로 유입돼 가격 폭락을 부를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한국토마토대표조직과 ㈔한국토마토수출자조회가 성명을 내고 “대기업이 농산물 생산까지 진출하는 것은 300만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토마토 재배농가의 반발이 이어지는 것은 동부팜한농이 만든 경기도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15㏊(4만5000평)의 유리온실에서 오는 5월부터 시범 토마토가 본격 출하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준공한 화옹지구에는 589억 원이 투입됐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인 10㏊의 유리온실에서 연간 5000톤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 동부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동부팜한농동부팜슨도 올해 충남 논산의 유리온실 4.95㏊에서 토마토 1000톤가량을 출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민들은 대기업의 대규모 농장시설에 정부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동부팜화옹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경기도 화옹지구 15㏊를 30년간 장기 임차하고, 부대 시설비 조성 등 명목으로 국비 87억 원을 지원 받았다.

그러나 동부그룹 측은 생산된 토마토를 전량 수출하고 초과 물량은 소스·케첩 등 가공용으로 판매해 내수시장을 어지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동부팜한농은 1953년 한국농약으로 출발해 1995년 동부그룹에 편입됐다. 2012년 동부팜한농으로 회사명을 바꿨고 자회사 동부팜화옹을 만들어 토마토 재배사업에 뛰어들었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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