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 강행은 이미 두어 달 전부터 여론 떠보기와 눙치기를 반복해 왔던 작품이다.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던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물들이 갑자기 항소나 상고를 포기할 때부터 청와대와의 특별사면 교감설이 여론에 회자됐다. 청와대는 처음에 특사 가능성 자체를 완강하게 부정하다가 나중엔 법무부 소관이라고 떠넘겼다.

그러다가 새해 들어 사면대상이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고 할 순 없다’고 사면가능성을 구체화했다. 이에 박근혜 당선인 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의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천명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 “국민 뜻 거스르는 권한남용”이라고 강하게 제동을 걸기까지 했다.

박 당선인이 직접 나선 그 이튿날 청와대는 마이동풍으로 사면을 강행했다. 용산참사 관련자 6명 가운데 5명을 백화점의 ‘미끼상품’ 같이 끼워 넣었다. 이들 관련자들은 거의 4년 넘게 감옥에 있어 형기가 알마 남지 않았다. 이런 그들을 여론무마용으로 삼은데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이번 사면 받은 청와대 측근들은 형기의 반도 채우지 않았거나 형무소 밖 병실을 들락거리고 있었던 참이다.

청와대쪽이 특사에 관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강변했지만 “임기 중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을 국민이 잊지 않았다. 국민을 배반하는 방법의 대통령 고유권한 행사는 틀림없는 권력남용으로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도리어 국민을 분노케 해서 갈등을 깊게 할 것이란 판단을 청와대 측이 못할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하지 않다.

이처럼 ‘비리 측근’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국민 비난과 차기정권과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배짱(?)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별사면이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권한의 헌법적 가치 때문이다. 헌법은 제1조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제69조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로 시작되는 대통령 취임선서 내용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것이며 대통령은 이를 거스를 수 없음을 직시한 것이다. 대통령 고유권한이 어디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는 것인가, 특히 용산참사 구속자들은 종교계와 다수 시민사회가 선처를 호소할 때는 들은 척 않다가 뒤늦게 그것도 한사람은 빼놓고 ‘측근 특사’에 끼워 넣은 것이 궁색하기 짝 없다.

선진국의 사면권 행사를 보면 독일은 60여 년 동안 사면조치를 단 네차례 했다. 프랑스는 부정부패 공직자, 선거사범, 15세 미만의 미성년자 폭행범에 대한 사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면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내세우며 법과 정해진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했다는 이명박 정부의 특별사면론은 차라리 ‘특혜사면’으로 부르는 것이 당당해 보인다.

사법체계가 온전치 못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질서 경시풍조가 만연한 것이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가 단단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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