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087호) 찬성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유엔결의 2087호는 북한의 2012년 12월 12일(12.12)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제적 제재이다. 북한에서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모든 물품의 대북수출 통제 등을 담고 있다.
일부 우리 정부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엔결의 2087호 찬성이 북·중간의 갈등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한다. 중국이 ‘북한 감싸기’를 포기하기 시작한 사례라고 한다. 또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김정은 북한 로동당 제1서기간의 충돌이라고도 한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중국의 유엔결의 2087호 찬성에 맞서 중국을 “미국의 전횡과 강권에 눌리었다”고 간접 비판하였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런민(人民)일보를 동원, 북한의 “경솔한 행동은 긴장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경고하였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간의 삿대질은 적대적 대결의 표출이 아니다. 중국측으로선 자국의 팽창정책으로 아시아에서 급속히 확산되는 반중(反中)정서와 불필요한 마찰을 차단하기 위한데 있다. 한편 북한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결의를 띄우기 위한데 있다. 60년 혈맹 두 나라가 연출한 “전략적 충돌”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은 겉으로는 “북핵·미사일에 반대한다”면서도 속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해롭지 않다고 여긴다. 한국과 미국이 북의 핵·미사일 도발 억제를 위해 중국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외교적 잇점을 간파한데 연유한다. 그래서 중국은 내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즐길는지도 모른다.
원래 중국은 1993년 제1차 북한 핵 위기조성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북의 핵·미사일과 관련, 북한 편을 들어주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가시 돋친 군사 또는 경제적 제재에 나서려고 하면 반대하거나 가시를 빼내 약화시키며 북한을 싸고 돌았다. 중국은 북한 석유의 70%를 공급해주고 북한 소비재의 80%를 대주고 있으며 식량도 연간 40-50만t을 지원해준다. 그런 중국이 북한을 길들일 의지만 있다면, 대북 석유와 식량 지원만 끊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전략적 충돌”쇼나 벌이면서 북한을 겹겹이 싸고 돈다. 북한이 오늘 날 까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겁 없이 개발 실험해온 데는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중국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12.12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처음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며 북한을 두둔했었고 끝판에 반중여론을 의식, 이빨 빠진 결의안에 찬성했다. 중국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도 국제여론에 밀려 대북결의에 찬성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곤궁에 빠트릴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관련한 유엔안보리 결의는 끝까지 가로막고 섰다.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 3차 핵실험에 나선다고 해도 지난 날 그랬던 것 처음엔 비난하는 척 하면서도 결국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제재 결의에는 반대하고 나설 게 틀림없다.
중국은 23일 중국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12.12 미사일 발사와 관련, “한반도 평화를 위해 관련국은 정세를 악화시키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음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 타격을 줄 만한 제재에는 반대한 다는 경고였고 북한 감싸기였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북한과 중국이 연출하는 “전략적 충돌” 쇼에 흔들려서는 아니된다. 서방세계는 중국의 “전략적 충돌“쇼를 ”김정일 대 시진핑 충돌”이라며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방식을 따로 찾아내야 한다. 그 길만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유엔제재 결의·재도발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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