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서울 강남구에 설치된 방범용 폐쇄회로 TV(CCTV)에 의해 한 절도범이 붙잡혔다.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CCTV는 설치 사흘만에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논란의 소지를 일단 잠재웠다. 24시간 연중무휴로 감시하여 범죄 용의자를 단 시간에 검거할 수 있게 하는 CCTV의 운영 시스템은 그야말로 일사불란하다. 지난 달 말 서울 강남경찰서는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 혐의로 이모(29·회사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주택가에 이씨가 맹모(19·대입 재수생)씨의 집에 침입하는 장면을 목격한 주민이 112에 신고하여 검거한 것이다.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순찰차 4대를 출동시켜 도주로를 차단, 곧바로 관제센터를 통해 사건 발생장소 주변의 방범용 CCTV 4대를 동시에 작동해 사건 현장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숨어있던 이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출동 후 이씨를 체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7분. 만약 CCTV가 없었다면 용의자 추적시간이 지체되어 이씨를 놓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경찰의 한 관계자는 “체포당시 이씨는 자신이 CCTV에 의해서 검거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씨가 숨어있는 곳에 정확하게 들이닥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서울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은 8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관내에 CCTV 272대를 설치하고 이를 통합관리하는 관제센터를 개관, 지난 8월 25일부터 본격적인 폐쇄회로 TV 방범체제에 들어갔다.관제센터 내에는 경찰과 모니터링 요원 등 총 25명이 3교대로 근무를 하며 24시간 쉬지 않고 CCTV를 관찰한다.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감시카메라 설치 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주로 주택가 골목길에 설치되어 있는 폐쇄회로 TV에는 비상벨도 달려 있어 주민이 위급한 상황에서 벨을 누르면 관제센터로 곧 바로 연결이 된다. 벨이 울리게 되면 관제센터 내 CCTV지역이 표시된 대형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경찰은 곧 바로 인근 지구대와 강남경찰서 상황실에 통보해 범인 검거에 착수한다. 또한 강남구의 CCTV는 ‘투망검색’기능을 갖추고 있다.‘투망검색’이란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제일 가까운 CCVT 4대가 동시에 작동하며 물체를 검색하고 관제센터의 대형화면에 자동으로 현장을 띄워 범인의 도주 상황을 검색할 수 있게 한다.만약 강남구 역삼동에서 길을 가던 여성이 괴한에 의해 승용차에 납치되면 역삼동에 위치한 관제센터에서 CCTV에 의해 전송되는 화면을 살펴보던 경찰과 모니터링 요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이들은 컴퓨터와 50인치 대형화면 16대로 시시각각 사건 현장을 체크하며 핫라인과 무선을 통해 인근의 경찰들을 지휘한다. 용의 차량의 번호는 무인 카메라 ‘줌인(zoom-in)’기능을 통해 즉시 확인이 된다. 범행 차량은 역삼동의 7번 카메라 검색구역을 지나 8번, 9번, 10번 카메라에 잇따라 찍힌다. 그리고 인근 논현동 8번 카메라 검색지역을 지키던 경찰에게 발견, 검거된다. 강남구가 CCTV 설치를 추진할 당시 인권 침해 여부와 추진과정의 적법성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로 상당수의 주민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강남구민들에게 범죄 발생 감소의 기대를 주고 또한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강남구에 사는 김은정(30·영어통역사)씨는 “CCTV를 설치할 때만 해도 내가 감시당하는 기분과 함께 효율성에 대해서 의심이 갔는데 이제는 오히려 폐쇄회로 TV 덕분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한다. 또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혜경(27·학원강사)씨는 “강남에서 CCTV로 절도범을 붙잡았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 동네에서도 방범용 감시카메라를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방범용 폐쇄회로 TV는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강남구에는 올 하반기에만 100여대의 CCTV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고, 성북구와 송파구 등에서도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CTV설치 땐 개인 동의 구해야”
자칫하면 몰래카메라 될 수 있어


친척집을 자주 방문하는 박정원(27·은행원·서울시 마포구)씨는 어느 날 그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아파트 놀이터가 TV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아파트에서는 부모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게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 CCTV가 설치되어있는 것을 몰랐던 박씨는 조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던 자신의 모습을 아파트 전 주민들이 TV로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황당해했다.범죄예방의 차원에서 CCTV가 많이 설치되고 있는 요즘 감시카메라와 몰래카메라의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CCTV를 설치하는 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측은 “CCTV등의 감시카메라는 개인의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진보네크워크센터 정책국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우선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카메라를 설치할 땐 사전 동의와 공지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감시카메라로 봐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몰래 카메라로 봐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국장은“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설치된 카메라에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사람들도 촬영되는 것이 문제점이다 ”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몰래카메라와 감시카메라에 대한 법률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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