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 장수 왕서방~,밍월이 한테 반해서~” 왕년의 우리 TV 브라운관을 누리던 유명한 한 코미디언에 자주 풍자되던 중국인의 모습. 그때만 해도 ‘되놈’과 ‘죽의 장막’이라는 음험한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시의 우리들로서는 알 바가 아니었다.하지만 그로부터 강산이 두어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다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싫건 좋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더욱 많이 알아야 한다. 이것 저것 가리지 말고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파헤치며 궁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친 중국을 리드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의 안위와 번영을 추구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궁금한 중국에 대한 몇 가지(중국은 아직도 만만디(慢慢地,느린행동)인가? 국가가 최저생활을 보장해 줘야 하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는 거지가 없다? 중국에서는 직장과 주택을 국가가 분배하여 준다는데…? 등)에 대해 중국인을 통해 알아보았다. 중국에서의 하루는 상당히 빨리 시작된다. 아침 7시경부터 업무가 시작되는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아침식사는 주로 외식의 형태를 취한다. 집에서 먹지 않고 출근길에 밖에서 간단히 해결하는데 이들을 위해 아침이면 아파트단지나 마을 주변에 간이 노점상이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중국인들의 주된 아침 메뉴인 만터우(饅頭,소가 들어있지 않은 둥근 빵), 유타오(油條,꽈베기 모양의 튀긴 빵), 자오즈(餃子,반쯤 튀긴 만두) 등을 즉석에서 제조해 판매한다. 기름에 꼬질꼬질 얼룩진 채 더 이상 흰색이 아닌 흰색 위생용 가운을 입은 노점상들이 만든 이 음식은 보기와는 달리 꽤 맛있다. 약 5위안(한국 돈 약 75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중국행에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중국인들의 출근길은 자전거와 주똥쳐(主動車,자전거에 모터를 얹어 만든 반오토바이), 오토바이 그리고 자동차가 이리저리 얽키고 설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국에서는 아직 ‘교통문화’라는 것이 낯설기만 한데 이를 확인시켜주듯 저마다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하는 자전거의 ‘따르릉’소리부터 주동쳐의 ‘띠띠!’, 오토바이의 ‘빵빵!’,자동차의‘쾅쾅’(경적을 왜 그리 크게 만들어 놓았는지 원…)등이 시각적, 청각적 혼돈을 더해준다. 이러다보니 도로에서는 항상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사고문화’에 익숙한 탓인지 그들은 웬만한 접촉사고면 서로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번 눈만 흘기고 지나간다. 이는 한 일례에 불과하지만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콰이 이띠엔(快一点!,빨리빨리!)’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의 중국 대도시 사람들은 이러한 ‘콰이 이띠엔(快一点!)’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데 이들을 아직도 ‘만만디’로 바라보려 함이 과연 타당할까. 이렇게 한바탕 출근전쟁을 치르며 직장에 도착한 중국인들.

그 업무자세는 직장에 따라 뚜렷한 양극현상을 보인다. 먼저 대도시의 중심지에 위치한 고층빌딩군(대부분 외국기업 혹은 중국의 대규모 그룹이 입주)에서 근무하는 소위 화이트 칼라들은 결코 우리사회 못지 않은 업무와‘야리(壓力,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더우기 요즘은 성과급제가 적극 도입되고 있어 야근도 불사하며 항상 뛰어다녀도 뒤처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에 비해 아직도 많은 중국인민들은 소위 ‘탱자탱자’인 업무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관(官)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곳이나 현재 중국정부가 가장 골치 아파하는 국영기업들에서 특히 심하다. 예컨대 국영식당의 경우 아직도 양파 10개 정도를 앞에 두고 예닐곱 명의 식당 아줌마들이 둘러 앉아 두런두런 담소를 즐기며 여유있는 업무시간을 보내는 일이 흔하다.

이들에게는 ‘콰이콰이(快快!)’하게 일하건 ‘만만디(慢慢地)’하게 일하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차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관적 직장이나 국영기업 근무자들은 11시가 넘어갈 무렵부터 각자 알아서 점심식사 태세에 돌입(정식 점심시간은 12시부터)한다. 오침이 사라졌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허울 뿐, 사실상 2시간 정도에 달하는 휴식시간을 보낸다. 이러다보니 중식 시간 전후에 관공서나 국영기업 등을 대상으로 일을 보려면 허탕을 치기 쉽상이다. 아울러 이들은 오후 2시경부터 천천히 업무에 임하다가 오후 4시 경이 되면 이제는 벌써 퇴근 태세에 돌입한다. 경쟁이 치열한 민간기업이나 외국계기업 근무자들은 자정무렵까지의 야근도 허다하지만 이들 기업에서는 정식 퇴근시간인 5시가 너무 늦기만 한 것 같다. 이와 같이 중국은 현재 콰이콰이와 만만디가 혼재되어 어수선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한편 중국의 일반 라오빠이싱(老百姓,일반국민)은 한 세대당 부모와 “샤오황띠(小皇帝,소황제)”라 불리는 1자녀 등 3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아직도 대부분의 이들은 10~15평 남짓한 방 2칸짜리의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이들의 주거지는 대부분 과거 ‘정통’사회주의 시절에 국가가 분배하여 준 것이다(따라서 중국인들은 웬만큼 각별한 사이가 아니면 집에 초대하질 않는다). 하지만 중국사회에 거세게 몰아친 개혁개방은 중국의 주택사정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그 결과 이제는 더 이상 국가가 주택을 분배하여 주지 않고 여느 자본주의 사회와 동일하게 자신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거주이전과 직장선택의 자유 등이 인정됐기 때문에 각자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더 좋은 직장과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비좁은 집에서 거주하는 대다수 중국인들에 비해 몇 억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저택에서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에 이러한 개혁개방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정통 사회주의 시절에는 생각조차 힘들었던 홈리스(Homeless,노숙자,구걸자)로 전락, 거리의 여기저기서 구걸하며 연명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매년 급증추세에 있는데 문제는 중국정부에는 국방비 등에 퍼부을 막대한 예산은 있어도 이들의 최저생계를 도울 복지분야에 대한 재정적 지출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편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다름아닌 인구가 많아 소득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이지만, 그 대신 주 5일 근무제와 빠른 퇴근 등으로 인한 시간적 여유는 우리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변 공원을 산책하거나 이웃과의 시간을 함께 하는가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며 즐길 수 있는 각종 동호회 활동이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우리보다는 많다. 중국인들의 물질적 빈곤이 곧 정신적 빈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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