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남성을 결혼 상대자로 희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전문직 여성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만 가정 형편상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는 처지에 있거나 카드 빚, 이혼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여성들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원조식 결혼의 실태와 관련 사건을 통해 본 원조결혼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원조결혼 고개

얼마전 중국의 한 갑부가 중국 100여개의 신문과 잡지에 배우자감을 찾는 전면광고를 실어 화제에 올랐다.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1억위안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31세의 백만장자가 자신이 원하는 몇 가지 조건에 맞는 20~25세 사이의 여성을 상대로 공개구혼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자격미달인 여고생을 포함하여 하루에 1,000통 이상의 메일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여성들이 이 ‘백마탄 왕자’와의 결혼을 꿈꿨지만 문제는 이 남성이 돈이나 집안 등의 조건을 따지지 않는 대신 25세 미만의 재색을 겸비한 여성을 원했다는 것.우리나라의 경우 수년전 일본에서 들어온‘원조교제’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원조교제란 주로 여중고생들이 중장년 남성들과의 잠자리를 허용하는 대가로 그들에게 돈이나 물품 등의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는 ‘성을 대가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의미로 원조교제를 한 남성과 여성 양측 모두는 윤리적으로 신랄한 비난을 받았다. ‘원조교제’가 잠시 주춤해진 요즘, 우리나라는 ‘원조결혼’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원조결혼은 어려운 생활에 처한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자신들이 지고 있는 빚을 해결받거나 결혼을 매개로 남성으로부터 경제적 풍요를 보장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내 빚 갚아줄 남성 없나요?

결혼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거나 꿈을 이뤄보려는 여성들이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실제로 결혼 정보회사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상담을 하다보면 현재 자신의 어려운 생활을 토로하면서 결혼과 동시에 안락한 생활을 원하는 여성들의 문의가 상당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여성들은 과거와 비교해볼 때 자신의 요구사항을 좀 더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여성들의 요구조건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유학을 가고 싶은데 가정 형편상 불가능하다거나 현재 카드빚이 5,000~ 7,000만원 정도 있는데 갚아줄 남성을 결혼 상대자로 원한다. 혹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부도난 아버지의 사업자금을 조달해주고 경영을 도와줄 분을 찾는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그런 문의가 하루 40~50건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미모와 재색 겸비한 여성

모든 여성들이 결혼을 계기로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는 동시에 자신의 꿈도 키워줄 수 있는 남성을 만날 수는 없다. 소위 ‘결혼보시파’로 불리는 남성들은 대개 30대 중반 이후의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커다란 사업체를 경영하는 준재력가들이다. 이들은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 중 배우자를 선택해 결혼함으로써 도움을 주기 원하는 부류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러한 남성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여성도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는 것이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주고 여성이 ‘클 수 있게끔’ 물질적인 뒷바라지를 해주는 대상으로 20대의 재색을 겸비한 여성을 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 결혼 상담소 관계자는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 남성의 경우 20대 미모의 여성을 원한다”며 “이들중에는 다소 나이가 많거나 이혼 경력이 있는 남성도 상당수지만 여성들은 개의치 않는편”이라고 귀띔했다.

위장결혼 성행

사실 아직까지 ‘결혼보시파’ 남성이 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당장의 생계 유지가 어렵거나 빚독촉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중국남성과의 위장결혼을 통해서라도 위기를 모면하고자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생계가 어려운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중국남성과의 위장결혼을 알선하고 소개비 명목으로 목돈을 챙기는 범행이 부산지역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신용불량자나 이혼녀 등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모집하여 중국남성과의 위장결혼을 알선하고 수천만원의 소개료를 챙긴 일당이 적발되었다. 부산 사하경찰서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여성들은 대략 60여명에 이르렀는데, 모두 이혼과 카드빚 등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여성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가 결혼 지참금 형식으로 보통 400~600만원씩 받고 중국인과의 위장결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 사하 경찰서 외사부의 최장수 경장은 “카드빚에 시달리거나 이혼 등으로 생계가 어려운 여성들이 중국남성과의 위장 결혼을 통해서라도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일본인들이 현지처를 두는 것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경장은 이어“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한국에 현지처를 둘 경우 1년에 평균 5,000만원 이상이 든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500만원 정도면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을 아예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형식”이라고 덧붙였다. 외사부 관계자는 “최근 이와 비슷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경찰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불과 며칠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서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원조결혼 현상엔 경기침체가 한몫”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은 원조결혼을 원하는 여성들에 대해“그들은 상대 남성의 외모나 나이, 학력과 같은 것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경향을 나타낸다”며 “이는 보통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외모나 학력, 나이 등을 고려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의 손동규 대표는 원조결혼이라는 신종 사회현상에 대해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여성들이 배우자 선택할 때 조건을 우선시하는 추세가 맞물려 빚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대표는 이어서 “상담을 원하는 여성들 중에는 재색을 겸비한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정형편상 죄절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상당수”라며 이러한 현상이 단지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해 ‘백마탄 왕자’를 꿈꾸는 여성들의 허황된 욕망이 빚은 결과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으며 “결혼정보회사의 대표로서 좋은 인연을 맺어주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대표는“당사자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남성의 능력과 경제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지 안락한 생활을 위해 그러한 조건을 갖춘 결혼 배우자를 고르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부모로부터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유에 대해 주입당한 여성일수록,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자신의 꿈을 접어야하는 여성일수록 경제력을 갖춘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30대후반 어느 자영업자의 경우
“형편 어려운 여성 소개시켜주”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39살의 자영업자 B씨는 결혼보시파의 전형을 나타낸다. 그는 최근 결혼정보회사에 다소 특이한 조건으로 가입했다. B씨는 담당 커플매니저에게 “부모의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원한다는 여성, 또는 실력은 있으나 유학을 가지 못하는 형편의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재산은 어느 정도인가.▲ 명품 수입업을 하고 있다. 재산은…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부동산 수익이 있다는 말이다. 편의점 몇 개, 주유소 그런 것들….

- 왜 어려운 형편의 여성을 배우자로 맞으려 하는가.▲ 마음이 기특하다. 아버지 사업을 위하는 마음이라든지… 열악한 가정형편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이뤄보려는 점이라든지… 안타깝지않나, 물론 동정은 아니다. 난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감정없는 결혼은 안할 것이다.

- 어떤 여성을 원하는가.▲ 꿈이 있는 여성, 특히 공부를 더하고 싶어하는 명문대 출신이면 더욱 좋고… 예술쪽도 상관없다. 나이는 20대였으면 한다.

- 결혼경력은.▲ 30대 초반에 이혼했다. 2년 정도 살았다.

- 원조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조결혼이라는 용어는 조금 거슬린다. 따지고보면 나쁜 의도도 아니지 않은가. 아무 감정없이 조건만 보고 필요에 의해서 결혼할 수는 없는 게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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