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리점에서는 매월 평균 약 200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하이시 우쫑루에 위치한 북경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명칭) 대리점의 판매고문 차이쩐화의 말이다. 북경현대자동차는 현재 승용차 가운데 수오너터(소나타)와 이란터(엘란트라)의 2종만 생산판매하고 있다.소나타 가격은 최고급형인 2.7V의 경우 세금 및 제반 장비포함 약 30만 위안(한화 약 4,500만원)이고, 엘란트라 최고급형인 1.8GLS(AT)형은 약 20만 위안(한화 약 3,000만원)정도에 이른다.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그럼에도 이 대리점은 개업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매월 평균 판매대수 200대를 돌파했다니 그야말로 맹렬한 속도로 중국인민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은 촬영장면은 더 이상 구경거리가 아니에요.”마침 기자가 그 대리점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는 중국의 유명한 인기 탤런트가 주연인 TV드라마가 촬영되고 있었다.

극중의 가부 아들인 주인공이 그 여자친구에게 멋있는 자동차를 선물하겠다며 데리고 온 곳이 바로 북경 현대 자동차 대리점.이에 대해 차이씨는 “바로 북경현대자동차의 위상 및 브랜드를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며 우쭐해 한다. 그러면서 이와같은 촬영협조 요청이 자기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화제거리가 되질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한다.사실 그의 말처럼 북경현대 자동차는 중국진출 기업 중 그나마 속이 덜 썩는 기업으로 분류된다.“한국 기업의 중국진출은 표면상 쉬워지고 있지만 실제상으로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법 규제 등은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만, 시장일선에서는 중국인들의 무리한 요구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대표적 제화업체 E사의 중국총법인 지배인 이학진씨의 말이다.대만체제를 포함, 총 15년을 중국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중국 곳곳을 누비며 시장을 개철 관리해온 ‘중국통’인 그를 중국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중국의 시장환경으로 인해 곤욕을 겪는 한국업체들이 컨설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지난 8월 20일에도 한국의 산업자원부 주최, 중국의 한국상회가 주관한 2004년 ‘재중 한국기업 경영지원 교류회’에 연사로 초빙되어 철저한 준비가 없는 중국진출은 곧 한국으로의 귀국시간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중국정부는 유통시장을 더욱 개방한다는 차원에서 오는 12월 11일부터 외국인들에게 소매업과 서비스업을 개방, 단독투자가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외상투자 상업영역 관리방법’등에 의하면 소매업의 최저투자 자본금이 1천만 위안(한화 약 15억원)에서 30만 위안(약 4,500만원)으로, 도매업 최저자본금도 6천만 위안(약 90억원)에서 50만 위안(7,500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된다. 중국 상무부에 의하면 이와 같은 조치는 나날이 넘쳐나는 실업인구의 해소와 외국인 소매업자 및 서비스업자에게도 획기적인 중국진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중국당국의 홍보와는 달리 중국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인 사이에서는 중국의 이와 같은 유통시장 개방을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통과된 <외상투자 상업영역 관리법>으로 2004년 말부터 외상의 독자적인 상업기업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시행세칙 등이 마련되지 않아 신중하게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 여기는 중국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죠.”한국인 최원탁 변호사는 현재 약 4만명 정도인 재중 한국기업인이 몇 년 후면 최대 2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중국행을 꿈꾸는 한국인들에게 더 신뢰할만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중앙정부의 관련법규는 어디까지나 큰 틀에 불과하며 이는 각종 시행세칙에 의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양자간에는 갈등이 존재하거나 직접적으로 마찰되는 조항도 적지 않아 외국기업이 애를 먹기 일쑤”라고 말했다.

한편 E사의 이학진씨는 “중국의 이와 같은 유통시장 개방조치가 외국기업에 주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우선 최저 등록자본이 현격히 낮아짐으로써 까르푸나 맥도널드 등과 같은 거대한 몇몇 다국적 소매업체들에 의해 장악되다시피 한 중국시장에 중소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며 일단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다. 그러면서도 그 이면을 보면 중국의 현지사정을 모르는 기업들이 ‘걸리기 쉬운 덫’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한 예로 그는 유통업계의 꽃인 백화점에서의 일상적인 경우를 들려주었다. 그에 의하면 금년 말부터는 위 중국 법으로 인해 중국 백화점으로의 입주를 계획하는 중견기업들의 중국러시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데 이들은 십중팔구 용이해진 중국진출이라는’법’의 뒷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악한‘현실’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 한다. 즉 백화점의 각 매장에서 똬리를 튼 채 앉아있는 백화점 매장직원들의 집요한 뒷 돈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백화점 입주업체에 총매출액의 30% 정도를 개인적 수수료로 요구하기도 한다는데 이는 해당업체의 총판매이익 25%를 초과하는 터무니없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손 벌리는 자들은 비단 이들 매장 담당자뿐 아니라 그 위의 각 층 담당, 각 부서 담당, 총괄 담당 등 입주업체를 둘러싸고 검은 침을 흘리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위의 예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따라서 중국진출을 고려할 때는 한류 등의 허황된 꿈만 좇으려하지 말고 진출환경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방심했다가는 다 털리고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일선 현장에서의 중국인들의 이와 같은 막무가내는 또 다른 한국기업인에게서도 확인된다.

중국에서 벌써 몇차례 한국 모기업의 현지법인 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모(한국의 중견메이커 중국법인 대표)씨는 하루에도 몇 개의 외국계 신규회사가 설립되고 있는 중국이니만큼 이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악덕 중국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며 중국에서의 사업환경 악화에 대해 토로한다. “결국 중국인을 이 지경으로 버려놓은 것은 다름아닌 우리와 같은 외국기업들이지요. 장미빛 미래만을 꿈꾸며 무작정 뛰어든 우리기업들이 현실의 덫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물귀신이 되어 다 함께 죽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죠. 어렵사리 고생하다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기업들이 경솔히 뛰어든 후발 경쟁업체에 의해 좌초되는 케이스를 꽤 봤어요.”현재 중국은 이번의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개방 등, 외국기업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인허가 제도 및 관련 법규를 외국인에 유리하게끔 바꿔가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진출시의 기초관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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