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한 달 앞두고 적신호

▲ 6일(한국시간)오후 영국 런던 크라벤 코티지 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평가전에서 크로아티아의 만주키치가 첫골을 성공 시킨 후 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런던(영국)=AP/뉴시스>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2014 브라질 FIFA 월드컵 대회를 1년 앞두고 3월부터 2라운드로 돌입하는 아시아 지역예선 직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런던에서 크로아티아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곽태희가 중심이 된 포백 수비라인은 초반부터 엉성하다 못해 잦은 패스미스가 연출됐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기성용과 구자철을 앞세운 미드필드, 손흥민, 지동원, 이청룡 등 유럽파들을 총동원했지만 분주한 몸놀림 속에서도 90분 넘게 무기력함을 연출했다.

결과는 40 완패였다. 크로아티아의 골게터 만주키치가 전반 30분 선제골을 터트린 이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던 한국은 전반 42분 수비라인의 허술한 대인마크로 열린 스르나의 가벼운 슛팅에 추가골을 내줬다. 수비수가 볼을 잡고 슛팅이 가능한 위치에 있던 스르나보다 패스 상대를 따라 움직이면서 골문 오른쪽 코너가 활짝 열렸던 것.

최강희 감독의 용병술에도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나름 탄탄하게 꾸린 포백라인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수비에서 미드필드와 공격진까지 유기적인 연결이 자주 끊기거나 뒤섞이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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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접어든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과 신형민을 빼고 이동국과 박주영을 투입했지만 처진 한국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기보다 몸 상태를 확인해보는 수준의 형식적인 측면이 강했다.

두 스트라이커들을 투입해 반전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도 치고는 밋밋한 선수교체에 불과했던 탓에 평가전이라도 승리를 향한 팀 전체 의지가 되살아나지 않았다. 선수 교체 카드가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병술이라기보다 단순히 개인 기량에 기댄 교체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투입된 박주영이 후반 11분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받아 보려는 예리한 몸놀림이 있었고, 이동국은 후반 20분 상대 수비가 놓친 헤딩을 곧바로 중거리 슛팅으로 노려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 6일(한국시간)오후 영국 런던 크라벤 코티지 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의 평가전에서 최강희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런던(영국)=AP/뉴시스>
전반적으로 한국대표팀의 조합은 국내외를 통틀어 최상의 멤버였다. 하지만 A매치 데이 최악의 점수 차로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팀 내에서 잘 나가던 유럽파들의 이미지에도 먹칠한 것은 물론이다. 몸을 맞추는 시간이 짧았다고 해도 유럽파들 스스로 개인기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고, 한국 대표팀 특유의 조직력과 스피드는 실종됐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기량과 조직력에서 분명 한 수위였다. 그들은 어떻게 골을 만들지 알고 있었고, 지킬 때와 나아갈 때의 완급을 조절하는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이날 경기는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한 달여 앞에 두고 어느 누구도 뺄 수 없는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대한 평가전이 아닌 한국 축구의 근성을 상실한 최강희호의 평가전이었다.

실상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으로 감독 교체설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고, 월드컵 최종예선 전까지 턱걸이 수준으로 간신히 통과한다 해도 최 감독이 월드컵 본선 지휘봉을 계속 쥐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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