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우거진 중국대학 캠퍼스를 지나노라면‘성스러운’ 만남(?)이 그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실제로 중국 청춘남녀들의 애정표현은 뜨겁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본인에 비해 주위시선에 별로 아랑곳않는 중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 가장 성에 개방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일본 대도시의 젊은 세대보다 더 대담하고 열정적인 그들의 모습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춘남녀들의 사랑표현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도 당당하게 뜨거운 포옹이나 프렌치 키스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상하이 인민정부청사(=상하이 시청) 앞에 있는 녹지공원, 그곳은 벤치 등의 편의설비가 되어있어 많은 시민들로 항상 북적인다. 이곳에서도 중국 성개방의 현주소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오후 2시경이었는데도 여기저기서 몇 커플이 하나됨을 온몸을 통해 교감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지만 젊은 남녀들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또 손자 손을 잡고 산책 나온 할아버지가 지나가는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를 지켜보는 노인들도 언제나 그랬다는 듯,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그 광경을 보고 짐짓 쭈뼛거리며 당황해하는 것은 십중 팔구 중국인과 외견상 큰 차이없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일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이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거침없는 애정표현에 대해 어떤 이들은 건강한 싱그러움이 내재되어 있다고 긍정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개혁개방후 난잡한 서방국가의 성문화가 중국에 와전되고 있는 것이라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위의 평가야 어떻든 “너희는 너희들 좋을 대로 지껄여라,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는 듯한 젊은 층의 행위와 그 건강한 후안무치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한 ‘중국식 특색’의 애정표현은 ‘결혼증명서가 없으면 남녀가 함께 여관에 투숙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규제나 혹은 규제망을 피한다해도 그만한 주머니 사정이 되지 않는 중국 젊은층들의 현주소가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위의 상황에서 유추 가능하듯 중국의 성(性)도 이제는 더이상 사회주의 특유의 성(聖)적인 성(性)이 아니다. 이는 실제로 관영 신화통신이 중국정부 보고서를 인용 보도한 바로도 잘 알 수 있다. 즉 신화통신은 중국 가족계획협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새로 결혼한 중국 부부 가운데 3분의 2가 이미 성경험을 가진 바 있으며 약혼자들의 60~70%도 이미 성경험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또 성생활에 비교적 관대하며 적극적인 지역은 90% 이상의 주민들이, 비교적 보수적인 내륙지역에서는 45% 정도가 혼전 성관계를 경험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인용,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혼전 성관계가 금기시 되어왔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주의 신중국 건국이후 30여년간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이 1978년 개혁개방화 바람을 타고 급속히 유입, 서방식 난잡한 데이트, 간통, 매춘 등이 성행하게 된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중국의 성개방 혁명과 관련한 또 다른 언론보도를 보자.한 언론에 의하면 상하이를 필두로 베이징이나 광조우 등의 이른바 ‘잘나가는’대도시에는 중국의 개방적인 성 문화의 최첨단을 여실히 보여주는 새로운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일명 ‘번개 데이트’, ‘스피드 데이트’라는 것. 이는 간단히 말해 생면부지의 청춘남녀가 그야말로 스피디하게 애인으로 둔갑하게 되는 ‘게임’같은 만남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 시작된 스피드 게임은 선남선녀들의 아지트인 카페나 바 등에서 자주 이뤄지는데 그곳에서 이벤트 업체의 주선으로 처음 만난 그들이 파트너를 바꿔가며 일정시간 다양한 파트너를 탐색, 비로소 눈이 맞은 파트너와 함께 단 둘만의 개인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전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20대 중반의 화이트 칼라 샐러리맨은 “단시간에 많은 이성을 만날 수 있으니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넣어 좋다”며 “참가자들은 대개 부담없이 나오므로 뒷 걱정없이 즐길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호평한다.

그러면 이를 바라보는 일반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물론 의견이 양립되고 있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피드 게임’, 배우자 선택이 무슨 패스트 푸드 선택쯤 되는 줄 아나”라는 노발대발형부터 “만남의 장이 압도적으로 부족한 중국임을 고려할 때 잘 유도하면 음성적인 만남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기대어린 평가도 있다. 하지만 사회학자 탄 항(50대)박사의 지적처럼“그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게임’을 통해 무슨 건전하고 진중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서방의 퇴폐적 쾌락만이 조장되기 쉽다”는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의 성개방 혁명은 비단 현실생활에서 뿐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중국의‘미녀작가’들의 활약이다.

미녀작가란 그 표현과는 무관하게(이들은 자신의 사이트 블로그에 사진을 게재하고 당당히 활약하는데 실제로 미모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사람도 왕왕 눈에 띈다) 미모와는 상관없이 주로 성에 관련된 작품을 쓰는 중국의 여성작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박스기사 참조). 그런데 이들 미녀작가들의 존재와 관련, 중국의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중국의 성개방 혁명에 대해 서방의 한 중국통 언론인은 20세기 중국의 역사를 세 가지 ‘혁명’으로 비유한 적이 있다 한다. 마오쩌뚱의 사회주의 혁명,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혁명, 그리고 바로 작금의 중국 청춘남녀들의 성개방 혁명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의 TV등에서는 멜로 드라마가 매일 밤 중국가정의 눈을 온통 사로잡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도 가벼운 키스신 하나 제대로 비쳐주질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 탄 박사는 말한다.“현재 중국을 휩쓸고 있는 성개방 혁명의 한 원인으로는 중국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철저한 통제사회 시스템이 중국인들의 끓어오르는 사랑을 제도적으로 잘 수용해내지 못한데서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흔히 말하는‘중국특색 사회주의’의 또 하나의 표리부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현재 사회주의 정치체제 및 자본주의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정치`경제상의 표리부동 외에 사회분야에서도 중국식 사회주의의 표리부동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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