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수백억대 재산을 가지고도 세금 한 푼 안내던 체납자가 지난 8일 검찰에 구속 기소된 가운데, 국세청에서도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국세청 무한추적조사팀에서도 위장이혼한 체납자 부부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며칠 전 서울시를 방문, 고발 정황 및 내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공소시효(5년) 만료를 한 달 앞둔 지난달 12일 100억 원대 부동산을 처분하고도 부과된 세금(국세 21억 원, 지방세 2억10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은 홍모(77)씨 부부에 대해 조세범처벌법과 형법을 적용,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시 관계자에 의하면 지방세 체납분의 10배에 달하는 국세 체납분을 징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씨 부부는 2005년 3월 7일 협의이혼을 하면서 홍씨 소유의 부동산 중 서울 강남구 소재 빌라 1동(17채)과 강원도 영월군 임야 46만 평을 배우자인 류모(74·여)씨에게 넘겼고, 제주도 서귀포시 임야와 경기도 용인시 대지 등 총 14필지는 홍씨 소유로 재산분할을 마쳤다.

이후 홍씨는 같은 해 8월까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14개 필지(시가 100억 원대)를 처분한 뒤 부과된 세금을 6년 동안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에 홍씨에게 부과된 세금은 가산금을 포함해 모두 41억 원(국세 37억 원, 지방세 3억7000만 원)에 이르렀다.

시에 따르면 위장이혼한 부인과 아들은 20여 차례 해외출국을 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위장이혼을 숨기기 위해 주소지를 7번이나 바꿔가며 허위 전입했고, 강남구 소재 빌라에서 함께 살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운전을 전혀 할 수 없는 부인 명의로 에쿠스 승용차를 사 직접 끌고 다니기도 했다.

시 38세금징수과는 강남에 소재한 부인 명의 고급빌라를 몇 개월에 거쳐 탐문조사한 끝에 이들의 동거 사실을 확인, 경찰을 대동해 체납자 부부가 함께 거주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문제는 홍씨 부부와 같이 위장이혼, 재산은닉 등의 방식을 통해 고의로 조세 납부를 회피하려는 악덕자산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 악성체납 문제가 고착된 것은 개인의 계좌 및 구체적인 재산 규모에 대한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금융거래 내역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외가 있다. 국세청 또한 부정부패나 불법행위, 부당거래 등을 조사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계좌추적을 요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시 자체적으로는 악덕체납자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며 “하지만 국세청에서 계좌추적에 나서 적극 조사한다면 전개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국세청 관계자는 홍씨 부부에 대한 정밀조사 여부에 대해 “개인계좌 및 재산현황에 대한 조사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시에 방문한 사실이 벌써 알려지다니 정보가 참 빠르다”고 말해 이번 사건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문찬석)는 지난 8일 위장이혼한 악덕체납자 홍씨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부인 류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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