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조직 형태의 영업망을 구축하고 사이버 윤락을 알선한 윤락업주가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일산 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사이버 윤락을 알선한 강모(33)씨와 지모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 사건은 특히 윤락가가 붕괴되면서 흩어진 윤락업 종사자들이 도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사실 윤락가가 붕괴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은 전부터 있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그러나 이는 여성부를 비롯한 사회단체의 강력한 비난여론과 함께 기를 펴지 못했다. 경제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윤락가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뚝 끊어졌다. 이 때문에 윤락가는 몇 달 전부터 문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5월 정부는 윤락가를 없애겠다고 공언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 바람에 윤락업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윤락업을 뿌리뽑겠다며 강력하게 단속하고 나서자 윤락업 종사자들은 “윤락업 종사자들의 뚜렷한 생계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은 채 우리를 내모는 것은 살인행위”라며 “윤락가가 붕괴되면 흩어진 윤락녀들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는 물론 주거지역으로까지 스며들어 불법적인 성매매 행위는 더욱 심각해 질 것” 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회 일각에서도 이에 대한 동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락가를 단속하는 청량리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윤락녀들을 단속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여성부를 비롯한 각 사회단체에서 생각하는 바와 현실은 조금 차이가 있다”며 “윤락녀들은 이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이들을 윤락가에서 내몬다 해도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성매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예상은 지금 현실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상에서 포주와 윤락녀들이 영업을 개시한 사례가 적발된 것이다. 이는 우려했던 윤락업자들의 사이버 공습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들이 만나 사이버 윤락을 모의한 것은 지난 2월 초. 이번에 사이버 윤락업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강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카드 빚 2,000만원까지 지고 있는 강씨는 손쉽고 빨리 돈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강씨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사이버 윤락. 그가 사이버 윤락을 생각하게된 데는 임모(여·20)씨의 영향이 컸다. 윤락녀 임씨는 강씨를 고객으로 만나 알게 된 사이. 이에 강씨는 임씨에게 자신의 사업계획을 전하며 동참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가 구상한 사업내용은 이러했다. 인터넷 채팅으로 고객들을 모아 윤락업을 하자는 것인데, 여기서 임씨가 맡은 임무는 고객들을 상대할 윤락녀들을 섭외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임씨가 윤락녀들을 섭외하면 이들을 여관, 모텔이 밀집한 지역에 배치한 뒤 인터넷으로 고객을 찾아 편리한 지역에서 고객과 만나 관계를 갖고 화대를 받는 식이다. 이는 점 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속에 걸릴 위험도 적다는 게 강씨의 계산이었다. 강씨의 사업계획을 들은 임씨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말로 성매매에 동참할 여성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임씨는 주로 채팅 등을 통해 여성들을 모았는데, 이렇게 해서 모은 여성들이 무려 14명이나 된다. 이처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한마디로 성매매에 동참할 여성들을 모았다는 점은 성 불감증에 걸린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임씨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강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처음 일을 벌일 때는 임씨도 고객들을 상대했으나 점차 섭외한 윤락녀들의 수가 늘면서 임씨는 손님을 상대하는 일에서 손을 뗐다는 것. 사실 임씨가 손님을 상대하는 일에서 손을 떼게 된 것은 강씨와 동거하면서 정이 깊어진 것이 큰 이유였다. 임씨 이외에 강씨의 ‘위험한 사업’ 계획에 동참한 이는 또 있다. 남성고객을 모집하는 일을 담당한 지모(남)씨가 바로 그 인물. 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고객들을 찾아 나섰다. 그는 여성 아이디로 ‘1:1 조용한 만남을 원하는 분’, ‘짜릿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 등의 문구로 방을 개설한 뒤 손님을 기다렸다.지씨는 손님이 걸려들면 자신을 여성으로 가장해 채팅을 했고, 남성이 만남을 원할 경우 각 지역에 대기중인 윤락녀 중 한 명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채팅은 지씨가 하고 고객들 상대는 윤락녀가 하는 영업 구조는 자칫 고객에게 들킬 우려가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손님이 걸려들면 채팅에서 오간 대화내용과 상대의 신상명세에 관한 내용 등을 모두 윤락녀에게 알려줘 윤락녀가 마치 채팅상대였던 것처럼 꾸미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가 채팅을 통해 구사한 여성적 어투는 너무도 자연스러워 성매매를 했던 남성들 모두 그를 진짜 여자로 착각했다. 이처럼 지씨는 자신을 철저히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에게 접근했다. 이렇게 2월부터 6월 23일까지 성매매를 한 남성은 밝혀진 것만 해도 무려 316명이나 된다.

한 경찰은 “이들이 화대로 받은 돈이 15만원인데 이중 윤락녀에게 8만원을 줬고 7만원을 자신들의 몫으로 챙겼다”고 말했다. 지씨와 임씨가 영업을 하면서 만든 데이터를 보면 윤락녀들이 배치되어 있는 위치와 신상은 물론 고객들의 신상과 만날 당시 입고 나온 옷, 자동차, 만난 시간, 만난 장소, 이용한 여관, 지불한 돈의 액수, 연락처 등 무척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작성한 고객노트는 너무 상세히 적혀 있기 때문에 300여명의 피의자들 모두 처음에는 딱 잡아떼며 발뺌하다가도 이 노트만 보여주면 다들 순순히 자백했다”고 전했다.

경찰조사 성매매 남성들 ‘구차한 변명’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 중에는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진술에서 자신들의 죄를 변명하기 바빴는데, ‘사정을 안했다’, ‘삽입을 안했다’, ‘여관에 갔으나 발기가 되지 않아 못하고 그냥 돈만 줬다’, ‘2분도 채 안되어 사정하는 바람에 돈을 안주고 그냥 왔다’ 등등의 구차한 변명들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경찰 관계자는 “100여명이 넘는 이들을 신문했는데, 기상천외한 변명들이 쏟아져 나왔다”며 “불법 성매매를 해놓고도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 나가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만 든다”며 혀를 찼다.

또 이들이 작성한 장부에는 돈을 덜 준 사람, 돈을 안준 사람, 돈을 더 준 사람 등도 기록되어 있었는데,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돈을 덜 준 사람은 관계를 가진 후 12만원 밖에 없다며 깎아 달라고 한 사람이고 ,돈을 안준 사람은 불법 성매매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외상으로 하자며 안 준 경우, 또 돈을 더 준 사람은 서비스가 좋았을 경우 팁으로 준 경우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여성이 신고 온 스타킹을 벗어주면 돈을 주겠다고 해서 돈을 더 받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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