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우린 키만 넘겨주면 끝”

[일요서울 | 고은별 기자] 설 연휴인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층간 소음’ 문제로 이웃을 살해·방화한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분쟁해결을 위해 주택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작 건설회사(시공사) 측은 나 몰라라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새누리당 A의원실 B보좌관은 지난 1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윗집의 아이들이 뛰어 놀아도 아랫집에서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고품질 방음자재가 이미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얼마 전 방음업체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정보”라고 말했다.

B보좌관에 따르면 건설회사 측에서는 저급이어도 값싼 자재를 사용해야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투자비용을 줄이면 줄일수록 기업의 이윤은 더욱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건설회사 측 입장은 어떨까.

국내 대기업 계열 C종합건설회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건설회사 자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든 단종회사(전문건설)에 공사를 넘기든 건설회사가 지정해주는 자재를 쓰게 돼 있다”며 “건설은 자재비 비중이 큰 데다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저급이여도 값이 싼 자재를 사용하도록 한다”고 졸속 행정 문제를 인정했다. 이는 결국 저가 저급 자재로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또 “내구성이나 소음에 강한 자재비의 원가는 너무 비싸다. 인건비 같은 경우에는 기준액이 정해져 있지만, 자재비는 자재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 자재비를 어떻게 해서든 줄일 수밖에 없다”고 무사안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한 책임론에는 “법률적 요건을 지키고 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본다”고 한 발 빼며 “건설사는 (건물을) 지어서 키만 넘겨주면 끝인데 자체적으로 품질관리에 먼저 나서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국토해양부는 지난 12일 신규 아파트에 대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전부 개정, 강화된 바닥구조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무량식구조 아파트의 바닥두께를 종전 180㎜에서 210㎜로 강화하고, 바닥두께 기준과 경량(58dB)·중량(50dB) 충격음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 ‘주거생활소음 기준’을 토대로 분쟁 조정에 활용할 수 있는 개정안도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책들은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양관섭 한국건설기준연구원 선임위원은 “분양 전 미리 소음 수치를 시험하는 방법 또한 여러 변수들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며 “슬러브(바닥) 두께와 중량충격음이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완충제 재료 등을 혼합, 보조적으로 활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욱이 B보좌관은 “건설사는 당장의 비용 문제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소음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본인들 스스로가 거주하게 될 집이라 여기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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