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기간 축소 논란


- 비씨 이어 일반카드도 신용공여기간 축소이용자 배려 없어
- 순이익 줄어 저배당하영구 행장 다섯 번째 연임 여부도 관심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이 자사 비씨카드 신용공여기간 축소에 이어 일반 카드도 기간을 축소하면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한 기업대출 시 불공정약관을 적용하고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금융위의 징계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배당액도 줄어든 편이나 외국계 은행을 향한 감시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장기집권 중인 하 행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받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카드 부문 신용공여기간을 줄이는 5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5개 은행은 비씨카드 회원사인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이다.

이 은행들은 오는 4월부터 비씨카드가 발급한 카드의 신용공여기간을 2일씩 줄이기로 했다. 이들을 제외한 비씨카드 회원사는 국민신한우리하나SK카드, 기업은행, 농협이다. 11개 회원사 중 절반가량이 신용공여기간 축소에 동참한 것이다.

신용공여기간이란 이용자가 카드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날로부터 대금 결제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신용공여기간이 45일이면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결제한 금액은 이달 15일에 결제하게 된다. 신용공여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용자들의 결제유예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유리하나 카드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셈이다.

이와 관련, 비씨카드 측은 일부 회원사가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한 배경은 그동안 타사 대비 길었던 신용공여기간을 타사 수준에 맞게 조정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씨티카드, 비씨 축소에 슬쩍묻어가기

문제는 씨티은행의 경우 자사 비씨카드뿐 아니라 일반 씨티카드도 슬쩍 신용공여기간을 줄인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씨티카드는 이미 지난 5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공여기간 축소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내문은 씨티BC카드를 제외한 일반 씨티카드의 일시불 할부 및 현금서비스 이용대금의 결제일이 변경돼 오는 51일부터 순차 적용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내문에는 결제일별로 신용공여기간이 2일씩 줄어드는 것을 명시한 표가 첨부돼 있다.

<표 참조>

이용자들은 씨티은행이 비씨카드의 신용공여기간 축소에 동참한 것도 모자라 일반 카드의 신용공여기간까지 줄인 데에 실망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대대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신용공여기간까지 줄이다니 고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결국 부가서비스 제한이나 신용공여기간 축소 모두 카드사들의 수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이용자 역시 직장인들의 경우 카드결제대금을 납부할 때 급여통장에서 자동이체하는 방법을 쓴다면서 결제일이 변경되면 모든 이용자가 다시 자동이체일을 조정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커지는데 카드사 입장에서 이런 고충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씨티은행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 종합검사에서 기업의 한도거래(마이너스) 대출 시 불공정 약관을 적용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게다가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도 적발됐다.


중기 대출 불공정 논란 등 구설수 多多

이에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씨티은행에는 기관경고를, 하영구 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석동) 정례회의에서 안건이 보류되면서 아직 최종 징계 수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더불어 외국계 은행의 배당과 관련한 눈초리가 심상찮은 가운데 씨티은행의 배당규모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같은 외국계인 SC은행이 반복되는 고배당으로 눈총을 받고 있어서다. SC은행은 최근 2000억 원의 결산배당을 추진하다가 금감원의 제어에 몸을 사리며 지난 14일 절반인 1000억 원을 배당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고 8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으며 현재까지는 추가적인 배당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미국 본사로 가는 금액은 약 500억 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배당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씨티은행의 순이익이 2000억 원가량으로 2011년의 4600억 원에서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1 회계연도에 총 1299억 원을 배당해 그중 875억 원을 미국 씨티그룹으로 보냈다.


12년 최장기집권한 하 행장, 연임은?

한편 씨티은행은 하 행장의 연임 여부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존하는 최장기집권 은행장인 하 행장은 12년 동안 연임을 거듭해 다음 달 4번째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미 씨티은행 안팎에서는 이제는 하 행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내줄 때도 됐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 행장의 연임 여부는 미국 씨티그룹에서 결정하며 현재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신용공여기간 축소는 비씨카드 조정을 앞두고 체제를 이원화하기가 힘들어 일반 카드도 함께 조정한 것이라며 종전 신용공여기간은 45일로 업계 최장기간에 속했는데 이번 조정으로 업계 평균치가 됐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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