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품은 대기업들 정면승부 격돌 전운 고조

 - 럭셔리 파크하얏트 부산 등장조선파라다이스 긴장 중
- 신라 vs 롯데, 제주서 정면승부 제2라운드 예고승자는?
- 한화, 서울에 비즈니스호텔 출사표대기업들 전운 감돈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일반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호텔이 점점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만 몰려 있던 호텔들이 세를 확장하면서 그 수를 본격적으로 늘리는 탓이다. 특히 삼성(신라호텔)롯데(롯데호텔)신세계(웨스틴조선호텔)SK(쉐라톤워커힐호텔)GS(인터컨티넨탈호텔)한화(플라자호텔) 등 대기업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호텔업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또한 6성급 호텔인 파크 하얏트(Park Hyatt)가 부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럭셔리 호텔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파크 하얏트 부산 전경>


파크 하얏트, 해운대의 새로운 랜드마크 되나

파크 하얏트 부산이 18일 해운대 마린시티에 모습을 드러낸다. 6성급 럭셔리를 내건 파크 하얏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얏트 호텔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최고급 부티크 호텔로 자리하고 있다.

파크 하얏트가 우리나라에 들어선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인 서울의 경우 2005년 삼성역 인근에 24185개 객실로 개관했다. 파크 하얏트 부산은 지하 6~지상 33층에 269개의 객실로 규모가 더욱 커졌다.

브랜드 자체가 럭셔리를 지향하는 만큼 그 위용도 화려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대니얼 리베스킨트가 디자인한 파크 하얏트 부산은 부산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파도의 물결이 형상화된 곡선이 돋보이도록 지어졌다. 외관은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과 해운대의 파도를 상징으로 삼았고 내부는 모던한 스타일의 인테리어에 자연석과 원목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마크 본 아늠 파크 하얏트 부산 총지배인은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에서 최고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로 무장했다면서 파크 하얏트 부산은 럭셔리 호텔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해운대를 양분하던 웨스틴조선호텔 부산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긴장 중이다. 특히 조선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인근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면서 해운대의 관광 수요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던 터다.

불타오르는 신라-롯데, 다시금 떠오른 제주

긴장해야 할 곳은 부산만이 아니다. 제주도 역시 신라와 롯데가 새로운 승부를 예고하면서 격전지로 부상했다.

양측은 이미 바닷가를 낀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특1급인 제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제주를 보유한 상태다. 이제 신라와 롯데는 자리를 옮겨 제주시 안으로 들어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표방하는 비즈니스호텔 부문에서 맞붙는다.

최근 신라가 운영한다고 확정한 신라스테이호텔은 지하 3~지상 11층에 304개의 객실로 위탁운영 형태를 띤다. 롯데는 이미 2011년부터 지하 4~지상 22층에 262개의 객실을 가진 롯데시티호텔 제주를 짓는 중이다. 두 호텔 간 거리는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불과 700m도 채 되지 않으며 걸어서는 15분 거리다.

<롯데호텔 제주 ‘해운’ 전경>

기존에 보유한 제주 신라호텔과 롯데호텔 제주 간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호텔 제주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한 야외 온수풀인 해온을 지난 1일 선보였다. 이 해온에 들어간 비용은 총 100억 원가량으로 호텔 부대시설이라 하기에는 놀랄 만큼 많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이와 같은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상 제주 신라호텔이 2009년 윈터스파존을 개장하면서 지난해 겨울 비수기 객실점유율을 81%로 끌어올린 데 자극을 받은 셈이다. 올해 제주 신라호텔은 동기 객실점유율을 9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은 비즈니스호텔 전쟁 중 누가누가 잘하나

한편 서울은 대기업들의 비즈니스호텔 건립과 위탁운영으로 최대의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한화는 기존에 보유한 특1급인 시청 인근 플라자 호텔 외에 새롭게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진출하는 곳은 그리 멀지 않은 회현역 인근 대한전선 옛 사옥인 인송빌딩이다. 곧 건물주가 될 베스타스자산운용과 마스터 리스 계약을 체결한 후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위탁운영하는 형태다. 마스터 리스는 건물 전체를 임차해 운영한 뒤 수익을 소유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은 대기업 중 롯데가 비즈니스호텔의 첫 포문을 연 상태였다. 롯데호텔은 2009년 공덕역 인근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개관했고 지난해에는 김포공항 내에 롯데시티호텔 김포를 들였다. 현재 롯데시티호텔 마포의 경우 평균 객실점유율이 95%에 달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오는 2015년까지 약 6개의 비즈니스호텔을 건립할 계획이다.

라이벌인 신라도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건립이 아닌 위탁운영으로 다소 다른 방식을 택했다. 최근 신라는 강남대로 뱅뱅사거리에 비즈니스호텔 진출을 선언했다. 앞서도 신라는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역삼동 KT영동지사 부지 등 서울에만 총 5개의 비즈니스호텔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조선은 용산 동자동에 장기임대 형태로 비즈니스호텔 사업에 뛰어들었고, 워커힐은 퇴계로 5가 수도주유소 부지를 비즈니스호텔로 바꿀 예정이다. 인터컨티넨탈의 경우 명동 옛 삼윤빌딩을 리모델링한 비즈니스호텔 나인트리를 지난해 12월 개관해 운영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원래 대기업 계열 호텔들이 특1급의 자존심에 얽매여 선뜻 손대지 않았던 것이 비즈니스호텔 사업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포화상태에도 경쟁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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