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과 친구 빚 보증 등으로 돈에 쪼들리기 시작한 박모(24)양은 지난 2002년 4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심정에 사채를 끌어 썼다. ‘급한 분 연락주세요’라는 신문 광고를 보고 사채업자를 찾은 박양은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말로만 듣던 지옥같은 윤락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사채업자 박모(35·남)씨에게 돈을 빌린 박양은 다른 빚은 갚을 수 있었지만,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시 빚더미에 올라야 했다. 박양은 갚을 돈을 마련치 못해 주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가 하면 심지어 다른 사채업자에게도 돈을 빌렸던 것. 약속한 기한 내에 우선 원금이라도 갚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연리 300%에 달하는 이자와 다른 곳에서 빌린 사채의 이자도 갚아야 했기 때문에 빚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에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사채업자 박씨는 박양에게 폭언과 폭행도 서슴없이 자행했다.

박씨는 박양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이자 돈 갚기로 한 날짜를 자주 어기자 박양을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박양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공갈 전과와 폭력전과가 있는 박씨는 폭언과 함께 박양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박양은 공포에 질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다.그러나 박씨는 이것도 모자라 사무실에 비치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위협을 느낀 박양은 “무슨 짓을 해서든 돈을 갚을 테니 살려 달라”며 빌었다.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박양의 말에 순간 무언가 박씨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몸을 파는 것이었다.박씨는 박양에게 빌린 돈을 갚으라며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하라고 강요했다. 박씨의 제안에 깜짝 놀란 박양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박씨는 “부모님에게 돈을 달라고 해라. 돈을 안 갚으면 내가 네 부모에게 직접 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박씨의 말을 들은 박양은 화들짝 놀라며 “제발 부모님에게만은 알리지 말아 달라. 부모에게 알리지 않으면 시키는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양의 이런 의외의 반응에 박씨도 짐짓 놀랐다. 박씨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으나 이는 박양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것. 박양의 약점을 알아 챈 박씨가 이를 가만 둘 리 없었다.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벌어 오지 않으면 이를 알리겠다며 더욱 강하게 몰아 붙였다. 사실 박양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미 유흥업소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던 터였다.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박 양은 성매매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이때부터 채무를 해결하기 위한 두 박씨의 콤비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사채업자는 각종 미팅사이트와 채팅사이트 등을 박양에게 알려주며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 방법 등을 전수했고, 박양은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 박양은 미팅사이트와 채팅사이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닥치는 대로 성매매를 해 번 돈을 남김없이 박씨에게 송금시켰다.박양은 하루 평균 5~6명씩의 남성을 상대했는데 많게는 10명을 상대하는 날도 있었다. 이는 사채의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그 자체였다.이렇게 성매매를 해서 돈을 버느라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어쩌다 박양이 하루라도 송금하지 않으면 매일 매일 송금을 확인하는 박씨가 어김없이 전화를 걸어와 독촉했다. 생리 때문에 성매매를 하기 곤란하다고 말해도 박씨는 막무가내였다. 생리억제제를 먹고라도 성매매를 해서 돈을 송금하라는 것이었다. 2년 간 성매매의 강행군에 쫓기듯 살아온 박양은 지난 2월 초 참다못해 잠적해 버리고 말았다. 박씨뿐 아니라 그 누구와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박양의 가족들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동안 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숨어지내 온 박양을 찾아내고 잠적 사유를 들어 보았다.

박양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즉시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고 그 결과 박양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 사채업자 박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에 따르면 악덕 사채업자 박씨가 이렇게 2년여 동안 화대로 빼앗은 돈은 무려 1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경찰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박양이 돈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일 뿐인데 억울하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박양을 구타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한편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박양의 부모는 현재까지도 박양의 이러한 행적에 대해 일체 모르고 있다. 이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이 소비욕구를 자제하지 못해 사채를 잘못 끌어 써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며 “요즘 드러나진 않지만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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