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업소

지난 2월 경찰은 가짜 양주를 판매하는 강남역 일대의 불법 업소를 급습, 대대적인 단속을 펼쳤다. 주방 이곳 저곳에서는 불결한 빈 양주병이 널부러져 있었으며 조사결과 5,000원짜리 싸구려 양주에 알코올과 먹다 남은 소주를 부어 가짜 양주를 만들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들은 위장가맹점을 통한 속칭 ‘깡’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먹지도 않은 술값을 요구하며 깡패들을 동원해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돈을 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이러한 불법유흥업소는 일부 주당들에게는 이미 ‘삐끼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삐끼집으로 불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삐끼를 통한 영업에 의존하기 때문. 이 업소들은 대부분 영업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으며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다. 따라서 손님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삐끼가 필수적인 존재. 그리고 소위 ‘업동이’도 고용한다. 이는 멀리 있는 손님을 가게로 데려오는 자가운전자들. 일단 삐끼가 연락을 하면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던 업동이들이 나타나고 손님을 태워 해당 업소로 가게 된다. 특히 이러한 차량들은 대부분 고급차량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손님들은 대부분 ‘서비스가 좋은 곳에서 싼값으로 술을 먹게 된다’고 생각하며 한층 기분이 ‘업’이 된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술취한 손님이 오게 되면 가짜 양주는 물론이고 일부 수면제 등을 탄 술을 먹인 후 3~4시간 재운 후 깨어날 즈음에 먹지도 않은 빈 양주병을 수북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 후 험상궂게 생긴 남성들이 들어와 ‘어서 계산을 하라’고 다그친다고. 아무리 전날 밤의 기억이 없다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술을 마셨을리 없다’고 항변해도 별 소용은 없다. 이미 빈 병 등 ‘눈에 보이는 증거’를 들이대고 있고 폭력적인 분위기를 조장함으로써 어떻게든 계산을 하게 만든다는 것. 일단 이런 상황에 맞딱드리면 무서워서라도 돈을 내게 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다.

지난 3월 중순경 얼떨결에 삐끼를 따라갔다가 ‘된통’ 당했다는 직장인 최모씨는 “처음에는 한 테이블에 8만원 정도라고 해서 싸다는 생각에 따라갔다”며 “하지만 한두잔 양주를 마시다보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테이블 위에는 빈 병만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잠에서 깬 최씨가 내야할 금액은 무려 240만원. 양주값과 여성도우미 팁, 안주값 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소위 ‘깍뚜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카드로 결제를 했다.

전파 방해기 달아 피해남성들의 외부 연락 끊어

최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다”며 “그 뒤에 그 업체를 찾아가려 했으나 당시 취해있었을 뿐만 아니라 워낙 복잡한 골목 안에 위치해서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했던 삐끼를 찾기 위해 처음 만난 장소를 수 차례 배회했지만 결국 그도 만날 수 없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삐끼들은 업소의 종업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 때문에 2~3건 정도 일을 성사시킨 뒤에는 바로 다른 장소로 옮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 업소들은 전파 방해기까지 달아놓기도 한다는 것. 돈을 갈취하는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되면 일부 남성들은 휴대전화로 경찰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 따라서 업소측에서는 전파 방해기를 달아 피해 남성들의 외부 연락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지능적인 수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핸드폰 연락이 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술값을 계산하기 직전에 이들 차단기를 켠다고. 술을 먹이는 방법도 따로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일단 가짜 불법 양주이기 때문에 일부 양주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단번에 가짜임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 접대부들은 ‘폭탄주를 만들어 준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술을 섞어 아예 양주 맛 자체를 희석시키는 ‘꼼수’를 부린다. 또 새벽에 술이 깨고 계산을 완료했으면 강제로라도 소위 ‘2차’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럴 때 남성들은 ‘기왕 계산한 것이니 2차라도 가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업소 측에서는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다. 즉 2차라고 불리는 매매춘은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남성 역시 향후 경찰서에 신고를 하더라도 그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현재 이러한 업소들은 서울에만 수백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엄정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요구된다.

‘삐끼집’서 안 당하는 방법‘모르는 곳서 양주 마시지 마라’

소위 삐끼집에서 ‘눈탱이’ 당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자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이미 삐끼집에서 한번 당했던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눈탱이 안당하는 법’ 등의 글을 올리기 마련. 모 유흥문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의 한 사용자는 “잘 알지 못하는 업소에서는 양주를 마시지말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검찰이나 경찰의 관계자임을 밝히라”고 말하고 있다. 일단 양주는 병맥주와는 다르게 손쉽게 뚜껑을 위조해 달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수면제를 탈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 따라서 맥주만 마시면서 잠들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이야기다.

또한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할 경우에도 ‘아는 사람이 검찰에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검찰 경매계에 근무하고 있는데 아는 검사들이 많다’는 정도로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면 좀 더 신빙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카드로 계산하지 말고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러 돈을 가지고 오게 하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외부인에게 자신들의 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에 현재 가능한 금액으로만 결제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자신의 지갑 속의 카드가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작업을 해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대처법은 아예 이러한 삐끼집에 가지 않는 것. 한 네티즌은 “테이블당 8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은 있을 수가 없다”며 “지나치게 싸거나 삐끼의 말이 화려할수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