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고속철 출구 앞 계단에서 한 중년 남자가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이 중년 남성은 당시 길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곧바로 119 구급차에 실려 부산의 신경외과로 이름난 B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넘어지면서 입은 머리 부상이 심각해 중태에 빠졌다.이 병원 관계자는 “P씨는 후두 두개골 함몰에 의한 뇌 손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소생가능성이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이에 P씨의 가족들은 P씨를 퇴원시킨 뒤 살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미 지병을 앓아오면서 체력이 저하된 데다 부상이 심각해 지난 12일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런데 이 중년 남성이 ‘그때 그 사람’을 부른 인기가수 심수봉(49·본명:심민경)씨의 전남편인 P모씨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P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산역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P씨와 심씨 사이에는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현재 MBC 라디오 PD 이모 씨와 재혼했다. 이씨와 결혼한 후 P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씨는 평소 유일한 혈육인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딸을 그리워했다. P씨는 미국에 유학중인 딸에게 생활비 등을 보조 해오며 딸에 대한 부정을 잃지 않았다. P씨는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을 앓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악화되어 갔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인지 P씨는 심씨에게 딸을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심씨는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공인인 자신의 위치를 감안해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P씨로부터 비밀보장 약속을 받은 심씨는 극비리에 미국서 들어온 딸과 함께 고속철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P씨가 부산역에 있었던 이유는 바로 꿈에도 그리던 딸을 만나기 위한 약속장소가 부산역이었기 때문이다.딸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자 P씨는 마음이 조급해 왔다. 그토록 보고 싶은 딸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생각하니 꿈만 같았다. P씨로서는 이 순간을 얼마나 간절히 그리고 오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수년간의 기다림에 지친 P씨에게 조급함이 밀려왔다. 사랑하는 딸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이상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에 P씨는 딸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만나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심씨는 딸과 함께 열차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뜨거운 부녀의 상봉이 곧 이루어 질 순간이었다.

P씨에게 부산역사로 오르는 계단은 마치 천국의 계단과 같은 것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저만치의 마지막 계단만 오르면 딸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때문에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빨리 딸을 만나고 싶은 조급함과 설렘은 점점 커져갔다. 그런데 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P씨가 거의 계단 끝자락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너무 서두른 탓인지 그만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누가 달려들어 그를 부축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딸을 바로 눈앞에 두고 그는 구급차에 실려 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병원서 두개골 함몰에 따른 뇌 손상이라는 절망적 판정을 받은 P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 이틀 정도. 그러나 딸을 보겠다는 집념 때문인지 그는 쉽게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혼수상태인 채로 3일을 더 버티다 결국 딸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P씨의 측근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P씨를 만나지 못한 심씨는 나중에 P씨의 사고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심씨의 측근에 따르면 심씨는 현재 노출을 삼간 채 딸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저를 통해 요청한 심씨와의 인터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씨의 매니저는 “백방으로 심수봉씨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편의 사망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심씨는 사실상 잠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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